이재현 그는 누구인가<상>[CJ 이재현의 글로벌 야망]

외모 · 생각 · 행동 붕어빵 '리틀 이병철'
선대회장 좌우명 '겸허· 유비무환'이 곧 인생 좌표
탄탄한 경영 수업으로 종합생활문화기업 이끌어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삼성가의 장손임에도 불구, 외부에 많이 알려져있지 않은 인물이다.

언론과 공식적인 인터뷰를 한번도 하지 않을 정도로 그는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

삼성그룹과 결별한지 12년이 넘어가면서 이 회장 체제의 CJ그룹은 종합식품회사에서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앞으로 CJ그룹이 먹고 살 신수종 사업에 대한 고민도 더욱 구체화 되고 있다. 스스로 '재벌 오너'이기보다는 '최고경영자(CEO)'라는 점을 강조하는 이 회장은 그의 할아버지인 고 이병철 삼성 회장 만큼이나 겸손하고 합리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이병철 회장 빼닮은 삼성家 장손

이 회장은 1960년 삼성가의 장손으로 태어났다.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맏아들인 이맹희씨가 아버지다. 어머니는 손복남 CJ그룹 고문(73)으로 경기도지사와 농림부 양정국장을 지낸 손영기씨가 이 회장의 외할아버지가 된다.

형제로는 누나인 이미경 CJ엔터테인먼트&미디어 총괄 부회장(50)과 동생 이재환 CJ제일제당 경영관리팀 상무(46)가 있다. 부산의 평범한 집안 출신인 김희재 여사(48)와 만나 결혼한 이 회장은 딸 경후(23)양과 아들 선호(18)군을 뒀다. 이들은 모두 미국에서 유학 중이다.

이 회장은 집안 내는 물론 바깥에서도 "이병철 회장을 그대로 닮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를 '리틀 이병철'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까닭에서다.

태어나면서부터 이병철 회장과 함께 살며 할아버지로부터 각별한 사랑과 엄격한 교육을 받았다. 외모와 생각, 행동방식까지 비슷할 정도다.

CJ의 서울 남산 본사사옥 로비에는 이병철 회장의 좌상이 벽면 부조로 조각돼 있다. 이 회장이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할아버지를 꼽는 것은 물론 '정신적 지주'로 삼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평소 임원들과의 자리에서도 선대 회장의 경영철학이었던 '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추구'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CJ그룹의 한 임원은 "이 회장이 선대 회장의 좌우명이었던 '겸허', '경청', '유비무환', '무한탐구' 등을 자신의 인생좌표로 삼고 있다"며 "특히 '겸허함'에 대해서는 말 뿐 아니라 행동에서 철두철미하게 지키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몇해 전 계열사 간부들과의 대화 자리에서 "남앞에서 예의를 차려야 한다는 단순한 차원의 말이 아니라 자만하지 말고 작은 것으로부터도 배우려고 하는 자세를 항상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자택에는 할아버지가 직접 써서 물려준 '겸허'라는 글귀가 액자가 걸려 있다.

그는 할머니 박두을 여사가 별세한 2001년까지 서울 장충동 집에서 직접 모시고 살았으며, 이후에는 근처 빌라에 집을 얻어 살고 있다.


▲탄탄한 경영수업으로 글로벌 CJ 설계

이 회장은 삼성가 3세 가운데 유일하게 외국 유학 경험이 없는 국내파다. 경복고를 졸업한 후 고려대 법대에 진학했다. 당시 학우들이 이 회장이 삼성집 장손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그는 조용하게 학업에만 열중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1983년 씨티은행에 입사해서 1985년 9월 제일제당에 입사할 때까지도 이같은 그의 '신분 감추기'는 계속됐다.

이 회장이 당시 씨티은행에 입사한 것을 뒤늦게 안 이병철 회장은 "재현이에게 왜 남의 집 살이를 시키느냐"며 호통을 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은 제일제당 입사 후 1993년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이사로 발령받을 때까지 7년 넘게 경리부 및 기획관리부에서 경력을 다졌다. 그가 재무통으로 알려진 것도 이때의 경력 때문이다. 몇개월 만에 제일제당으로 복귀해 상무를 거쳐 부사장, 부회장에 이어 2002년 3월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같은해 '제일제당' 상호를 'CJ'로 바꾸고 본격적인 '이재현 식' 경영에 들어갔다. 회사는 종합식품회사에서 탈피해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신유통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종합생활문화기업으로의 도약도 선언했다.

특히 독특한 CJ 만의 조직문화를 펴나가며 복장자율화, 직급을 파괴한 호칭제도, 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 등을 정착시켰다.

이같은 문화는 다른 기업들에 급속도로 전파되며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by 100명 2007. 11. 19. 0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