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이재현 회장 그는 누구인가(하)

[CJ 이재현의 글로벌 야망] 포장보다 실속따지는 '은둔의 경영자'
어깨에 힘빼고 시스템 합리적 의사결정 중요시
직원 늘역 발휘 환경 조성 '그만의 리더십' 눈길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대외 행사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그를 '은둔의 경영자'라고 하지만 실제론 아주 개방적이고 소탈하다. 보여지는 포장보다는 내용의 충실함을 중요시하는 이 회장의 성격 때문에 스스로 얼굴 알리기를 자제한다.

하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임직원과 매우 활발하게 교류하는 경영자다. 그룹 운영 방향과 신사업 발굴을 위해 항상 직원들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고, 말단 직원들도 스스럼 없이 그에게 다가선다. 이 회장의 카리스마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어깨에 힘을 주고 상대방 위에 서는 것이 아니라 어떤 역할에서든 회사의 발전을 위해 자유롭게 소통하자는 것이 그의 경영철학의 근간이다.


▲소탈하고 합리적인 성격

1995년 CJ그룹은 미국 드림웍스에 3억달러라는 돈을 투자키로 결정했다. 엄청난 금액이 걸린 협상임에도 불구, 딜을 성공시킨 장소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피자집이었다. 이 회장은 스티븐 스필버그, 제프리 카젠버그 등을 소박한 모습으로 만나 허심탄회하게 협상을 이끌었다. 당시 미국 영화계의 두 거물이 세계 시장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기업에 30%의 지분을 내준 데에는 이 회장만의 솔직하고 소탈한 협상방식이 큰 몫을 했다.

2005년 CJ그룹의 복지재단인 CJ나눔재단이 출범할 당시, 언론에서는 사재를 출연한 이 회장에게 초점을 맞췄지만 그는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다. 이 회장은 "나보다는 CJ나눔재단의 설립 목적이나 앞으로의 운영방향이 더 중요하게 소개됐어야 했는데…"라며 크게 아쉬워했다. 복지재단이 자신의 명예를 높이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을 못마땅해 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합리적인 성격은 그룹 CEO 회의에서 잘 드러난다. 한 계열사 사장은 "시스템적인 의사결정을 매우 중요시한다"며 "중대한 사안일수록 모든 CEO들과 실무자들까지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 듣고 질문하고 토론한다"고 전했다. 내부에서 공감대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실무적으로 일을 추진하는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이 회장은 직원들과도 자주 스킨십을 갖는다. 제일제당 간부 시절엔 회식을 끝내고 직원들을 집으로 데려가기도 했으며, 지금도 매년 설이나 추석 명절에는 계열사를 찾아가 임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면서 인사를 나눈다. CJ 본사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본사의 전 부서를 돌면서 직접 명절덕담을 나누는 것을 보게 되면 회사에 대한 애정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감춰진 그만의 리더십

이 회장은 스스로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CEO이기를 거부한다. 그는 몇해 전 한 사석에서 "내가 앞장서서 사람들을 막 끌고가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며 "내 역할은 뛰어난 사람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그는 시스템을 존중하고, 임직원들이 각자의 역할에 맞게 일을 하면 세계 최고의 회사를 만들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임원들에게 "CEO들을 단기 성과 위주로 평가하지 않겠다"고 강조한다. 편법을 써서 이뤄낸 경영성과보다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실패를 더 높이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두바이에서 가진 그룹 임원워크숍에서 이 회장은 "두바이와 CJ가 닮은 점이 많다. 두바이가 사막의 기적을 일궈낸 것은 전적으로 강력한 리더십과 변화하겠다는 적극적인 노력 때문"이라고 감회를 밝혔다. 이 회장이 분위기를 만들어줄테니 맡은 분야에서 전문경영인들이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을 내달라는 주문이었다.

이처럼 그는 항상 임직원들이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자청한다. 이에 대해 CJ그룹 안팎에서는 '이재현식 리더십'이라고 설명한다. 이 회장이 스스로는 낮추면서도 전문경영인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뜻을 정확히 전달해 회사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CJ그룹의 한 임원은 "이 회장이 임직원들과 자주 식사를 하며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며 "늘 가까이에서 그룹의 비전을 향해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발전방안을 같이 모색해나가는 것이 '이재현식 리더십'이자 그만의 카리스마"라고 말했다.

이같은 그의 리더십에 힘입어 1995년 스위스의 세계적인 경제 경영자문 및 예측기관인 월드 이코노믹 포럼(WEF)에 의해 그해의 '차세대 지도자'로 선정돼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by 100명 2007. 11. 19. 0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