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왜 한국배우들을 찾나①

스타뉴스|기사입력 2007-11-12 11:45
[스타★리포트]할리우드, 한국에 주목하다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전형화 기자]

할리우드 영화에서 한국 배우들을 자주 볼 날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전지현이 주연을 맡은 '블러드 라스트 더 뱀파이어'가 내년 상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장동건이 출연하는 '런드리 워리어'도 촬영을 시작했다.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는 한국배우들의 할리우드행은 야구선수들의 메이저리그행이나 축구선수들의 프리미어리그 진출 못지 않게 국내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중훈이 지난 2002년 '찰리의 진실'로 할리우드 문을 두드렸지만 단발로 그쳤는데 비해 이제는 한국배우들의 대거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한국배우들을 찾는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영화가 질적으로 성장하면서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게 되자 할리우드에서도 한국배우들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올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고어 버빈스키 감독이 "송강호 최민식과 일하고 싶다"고 한 것은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연출한 버빈스키 감독은 한국영화인들과의 교류를 위해 영화제측에 직접 참가 의사를 밝혔다고 영화제 내내 강조했다.

'두번째 사랑'에 출연해 미국영화 시스템을 맛본 하정우는 작품에 함께 출연한 베라 파미가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한국감독과 일을 한다고 했더니 '올드보이' DVD를 챙겨줬다"고 한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배우들에게 옮겨왔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이 할리우드의 가장 뜨거운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할리우드가 새로운 시장으로 아시아 시장을 주목하면서 중국과 일본 배우들을 점차 스크린에 끌어모으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전략이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한국계 미국배우 존조는 이와 관련해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전했다. 존 조는 "외모만 동양인이고 미국에서 자란 배우에게서는 아시아 각국에서 이미 대중적인 배우들을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시킬 때 만큼의 효과가 없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도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아시아 각지에서 이미 유명한 스타들을 출연시키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배우들을 출연시켜 아시아 시장과 한국시장을 노리는 할리우드의 전략을 설명한 것이다. 아시아 각지에 부는 한류붐으로 한국배우들이 범아시아 스타가 된 것도 플러스 알파 요인이다.

할리우드가 자신들의 영화와 비할리우드 영화로 구분해 경쟁을 펼쳤던 시대를 벗어나 글로벌 전략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배우들의 진출은 자연스러운 수순인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배우들의 진출이 마냥 쉬운 것만은 아니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꼽기만하면 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언어의 벽을 넘어야 한다. 대사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수준의 영어 구사가 필요하다. 또한 할리우드가 아시아 배우에 가지고 있는 편견을 뛰어넘어야 한다. 액션 배우로 국한되는 역에서 벗어나 백인이든 흑인이든 관계 없는 역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여야 한다.

현재 한국배우들이 미국 시장을 두드리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전통적인 의미로 할리우드 영화라고 할 수 있는 작품에 출연하는 것은 워쇼스키 형제가 메가폰을 잡은 '스피드 레이서'에 출연한 정지훈 정도이다. 전지현이 주연을 맡은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는 홍콩과 일본, 프랑스 합작영화이며, 장동건 주연의 '런드리 워리어' 역시 미국측 자본이 투여된 합작영화이다.

장혁이 출연하는 '댄스 오브 드래곤' 또한 한국과 미국, 싱가포르 합작영화이며, 이병헌은 베트남 출신 트란 안 홍 감독의 '나는 비와 함께 간다'에 출연하지만 이 역시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어 작품은 아니다.

합작영화로 미국에 자신을 알리겠다는 계산이겠지만 이같은 방식은 자칫 미국시장에서 미국영화로 인식되지 못할 수도 있다. 흥행이 미진할 경우에는 그런 위험이 한층 크다.

할리우드에서 인정받는 세계적인 프로듀서 테렌스창은 아시아권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에 대해 "자국에서 스타라는 사실을 완전히 잊어야 한다. 신인배우로 시작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달라진 대우를 못견뎌하고 자신을 잃게 된다"고 조언했다.

꼭 주연만을 고집하지 않고, 대작만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한국배우들의 미국 진출에 다양한 길이 있다. 하정우가 베라 파미가와 함께 한 '두번째 사랑'도 한 예가 될 수 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미국배우조합에 등록됐다.

한국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이 한국과 미국영화시장에 윈-윈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과 노력이 필요하다.

by 100명 2007. 11. 13. 0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