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급시장 ‘춘추전국시대’오나

영화에서 배급은 작품을 직접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CJ와 쇼박스, 롯데와 시네마서비스 등 대형사들이 주도하던 배급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제작과 투자를 맡던 업체들이 직접 배급사업을 시작하고 있고, KT와 SKT 등 통신자본도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우선 영화제작사인 싸이더스FNH는 다음달부터 직접 영화를 배급하기로 했다. 첫 작품은 한예슬 주연의 코미디 ‘용의주도 미스신’(12월19일 개봉). 싸이더스FNH는 1년에 많게는 10편 가까이 영화를 제작하는 국내 최대 업체다.

싸이더스 측이 새로 배급사업에 진출하는 건 거대 배급사들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신들이 제작한 영화의 규모와 성격에 맞춰, 원하는 시기에 관객들에게 영화를 소개하겠다는 뜻. 싸이더스 측은 풍부한 ‘물량’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최문희 배급팀장은 “배급에서 대형사들의 영향력이 크지만, 양질의 ‘콘텐츠’라면 시장에 무난하게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싸이더스 측은 류승범 주연의 ‘라듸오 데이즈’(내년 1월31일 개봉), 신현준·강혜정 주연의 ‘킬미’ 등도 내년 배급할 예정이다.

홈비디오 및 DVD 제작·유통업체로 유명한 케이디미디어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9일 런칭행사를 개최한 케이디미디어 측의 배급업 진출은 홈비디오 시장과의 연계는 물론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포석. 케이디미디어는 존 트라볼타 주연의 코미디 ‘헤어 스프레이’(12월6일 개봉) 등 외국영화부터 배급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영화 ‘식객’에 투자했던 예당엔터테인먼트도 배급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고, 일부 투자사들도 직접 배급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충무로에서 이미 ‘큰 손’이 된 통신자본의 움직임은 배급시장에서도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싸이더스FNH의 대주주는 KT며 경쟁사인 SK텔레콤 역시 영화사업팀을 별도로 구성해 내년초 배급사업을 시작한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iHQ가 대주주인 영화제작사 청어람도 엠엔에프씨와 함께 올해 ‘두사람이다’ ‘M’ 등을 배급하며 주목받고 있다.

새롭게 시장에 진출하는 투자·제작사들에 대한 시선은 엇갈린다. 침체일로의 영화시장에 새로운 활력이 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와 함께 대형사 위주의 시장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영화의 배급이 전문성과 노하우가 필요한데다 ‘리스크’도 큰 만큼, 신규 진출 업체들이 어떤 역할을 할 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by 100명 2007. 11. 9. 1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