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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상' 국내극장가, 일본영화 '기세등등'
혹독한 비수기를 치르고 있는 국내 극장가에 일본영화들이 조용하지만 무서운 기세로 지평을 넓히고 있다.
다음달 1일 개봉을 앞둔 기무라 다쿠야(35) 주연의 ‘히어로’는 이제까지 한국에서 공개된 일본영화들 가운데 역대 최다인 전국 250개 스크린을 선점했다. 2004년 233개 스크린에서 개봉됐던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물론이고. ‘일본침몰’(2006년·214개)과 ‘데스노트 - 라스트 네임’(올해 초·212개)에 비해서도 많은 수치다. 단관 개봉 혹은 전국 100개 미만의 스크린에서 소규모로 개봉돼 오던 그 동안의 일본영화들과 비교할 때 파격적인 물량 공세다. ‘히어로’는 자국인 일본에서도 실사영화로는 역대 최다인 전국 475개 스크린에서 개봉돼 7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모두 73억8000만엔(약 592억원)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
지난 25일에 개봉된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도 실속을 차리며 짭짤한 흥행 성공을 거두고 있다. 3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관객수 집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까지 전국 70개 스크린에서 3만여명을 불러모았다.
최근 들어 일련의 일본영화들이 이처럼 위풍당당한 기세로 국내 극장가를 잠식하고 있는 이유는 주연 배우들의 연이은 내한과 이에 따른 ‘바람몰이’ 덕분이다. 지난달 방한한 기무라는 팬클럽 행사와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겸손한 태도와 화술로 ‘일본 최고의 매력남’다운 모습을 뽐냈다. 지난 24일 한국을 찾은 오다기리는 일본 영화계를 대표하는 톱스타임에도 비주류적인 감성을 드러내며 젊은 여성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속칭 ‘일드’로 불리는 일본 드라마의 인기도 한몫하고 있다. 각종 케이블TV에서 기무라 주연의 ‘화려한 일족’과 ‘뷰티풀 라이프’. ‘노다메 칸타빌레’ 등 ‘일드’를 재미있게 본 신세대 관객들이 일본영화로 눈을 돌리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히어로’의 국내 배급을 맡은 롯데엔터테인먼트 측은 30일 “영화(‘히어로’)도 지금까지의 다른 일본영화들에 비해 상업적으로 뛰어나지만 기무라 다쿠야의 개인적인 인기가 배급 전략을 좌우한 것 같다”며 “신세대 관객들이 일본 드라마에 친숙한 것도 무시못할 요인”이라고 밝혔다.
지난 98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 조치이후 10년동안 국내 극장가의 변방에 머물러 있던 일본영화가 어느 만큼 기세를 떨칠 지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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