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주 노동자가 테러리스트로 오해받아 우여곡절 끝에 생을 마감한다.’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이 영화 총감독으로 데뷔할 작품 <굿바이 테러리스트>의 내용이다. 일각에선 이 영화가 최 전 회장을 모티브로 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최 전 회장이 메가폰을 잡은 진짜 이유를 알아봤다.
<굿바이 테러리스트> ‘당신 이야기 아닙니까?’
지난 9월 한 오디션 모집정보 싸이트에 <굿바이 테러리스트>의 여배우를 찾는다는 구인이 올라왔다. 남성들을 상대하는 ‘직업여성’이란 배역 설명이었다. 영화제작에 있어 소소한 부분에도 노력을 기울인다는 내용과 함께 구체적인 시놉시스까지 완벽하게 자랑하며 촬영에 들어간 이 영화의 총 제작 감독이 바로 최원석(64) 전 동아그룹 회장이다.
최 전 회장은 영화 <굿바이 테러리스트>로 영화계에 입문함과 동시에 현재 모든 제작현장에서 지휘를 담당하고 있다. 이런 첫 작품이 그의 ‘우여곡절 수난사’와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눈길을 끌고있다. ‘최 전 회장의 울분이 예술로 승화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최 전 회장의 예술에 대한 열정은 이미 잘 알려진 바 있다. 한때 재계 4위 그룹의 회장님이던 그는 파산으로 모든 것을 잃었지만 ‘동아방송예술대학’(동아방송대학)이 소속해있는 ‘공산학원’만큼은 지켰다. 그는 1985년부터 지금까지 이 대학의 이사장 직을 맡으며 틈틈이 ‘감독수업’을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동아방송대학의 홍보 동영상을 연출하기도 했다. 홍보 영상 처음에 ‘연출 최원석 이사장’이란 글씨와 함께 감각적인 영상과 구성이 돋보인다. 특히 최 전 회장의 현재 아내인 아나운서 출신 장은영(37)씨가 “그 이름만으로도 프로필이 됩니다”는 멘트로 끝을 내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
역대 최장수 기업메세나협의회장, 세계적인 첼리스트 장한나 양에게 수백만 달러의 세계 5대 명품 첼로를 선물한 장본인이었기에 ‘예술가의 피’를 발휘하는 그가 세간의 주목 대상이 되는 것이다.
최원석 총감독으로 돌아온 그의 영화는 인도에서 온 이주노동자가 일하던 공장에서 월급도 받지 못하고 쫓겨난 후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테러리스트로 오인 받아 경찰에 쫓기다 형사로부터 사살된다는 내용이다. 감독수업에 전념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화하고 싶다고 밝혔던 그였기에 ‘외국인 노동자의 우여곡절 인생사’가 최 전 회장의 인생사와 겹쳐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최 전 회장이 있던 동아그룹은 리비아의 카다피 국가원수가 ‘세계 8대 불가사의’라고 격찬했던 리비아 대수로공사의 최대 수주를 따냈던 바 있다. 파산 이전까지 원자력발전소와 리비아 대수로공사 등 고난이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굵직한 공사를 수행했던 동아건설은 최 전 회장과 함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무너졌었다.
동아그룹은 98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99년 공적자금 투입되면서 해체됐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업경영을 잘못해서 망한 게 아니라, ‘정치탄압’으로 망했다”는 항변을 쏟아내기도 했었다.
보통 재계 회장님들이 감옥 한 번 갔다 와서 다시 경영권 회수하는 것과 달리, 재계 4위 동아그룹은 부도와 파산에 이어 정부 공인 1호 전문경영인 영입 후 다시 경영권으로 돌아오지 못한 총수가 감옥에 가는 파행에 이르렀었다.
대한민국 자가용 비행기 보유 1호 기업인이며 화려한 은막의 스타들과 여러 번의 결혼과 이혼으로 숱한 화제를 뿌렸던 최 전 회장은 2004년 감옥살이로 일반 재소자들과 합방을 하는 데까지 이르렀었다.
이제는 백화점에서 스스로 쇼핑을 하게 된 최 전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재기해보겠다는 여러 번의 도전이 무너짐과 동시에 신장이식수술까지 받게 됐었다.
몸과 마음까지 ‘모두 썩어 문드러질 만큼’ 고통스러웠던 최 전 회장의 수난사는 그 자체로도 영화 같다.
지난 해 최 전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천국과 지옥을 오간, 굴곡 많은 내 인생을 한 번 영화로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난 재벌 길들이기 1호로 동아가 걸려들었다고 생각합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의 영화에서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서 열심히 일한 외국인 노동자는 그 자신이 모티브라는 것도 바로 지금까지의 최 회장의 삶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했지만 결국 아무 것도 받지 못하고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은 주인공의 모습은 경영 일선에서 열심히 일하고 국가적 사업까지 했지만 범죄인으로 ‘감방살이’를 했던 최 전 회장의 모습이라는 것.
일각에선 “주인공이 오해로 인해 자신을 쫓던 형사로부터 죽임을 당한 것은 최 전 회장이 헌신했던 그룹 경영에서 여러 번의 도전에도 재기에 성공하지 못하고 쫓겨나다시피 한 것을 표현한 것이다”는 것. 더불어 죽음을 당한 주인공은 이제는 경영권의 재기를 꿈꾸기보다 감독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싶은 최 전 회장의 생각이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편 최 전 회장은 다음엔 상업영화로 본격 데뷔한다. 이번 영화가 다음 작품의 직접 연출을 맡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밝힌 만큼 자전적 메시지를 닮은 이번 영화의 후속편 역시 최 전 회장의 이야기가 닮긴 내용이 아니겠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실제로 그는 “‘법정구속’이란 상업영화 시나리오 작업 중이다”고 언급한 바 있었다.
40분짜리 최 전 회장의 첫 입문작이 완성되면 노동자영화제나 전주국제영화제 등에 출품할 계획이라고 한다. 작가나 영화감독의 작품에서 ‘자신의 삶과 생각이 녹아나는 것은 필요불가결’이라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다시 한 번 그의 첫 영화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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