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는 벌써 겨울, 한숨만 깊어간다
OSEN | 기사입력 2007-10-19 09:23

[OSEN=박준범 기자] 요즘 극장관계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대목이라는 추석 시즌에 이렇다할 재미를 보지 못했고, 추석이 지난 다음부터는 곧바로 비수기다. 연말까지 개봉 라인업이 아직 정해져있지 않거나 흥행을 기대할 만한 영화가 없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뜸해진 관객의 발걸음이 연말 이후 아예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기대작이 나온다고 해도 관객들이 과연 다시 극장을 찾을지 의문이라는 소리다.

추석은 극장가의 대표적인 대목 중 하나다. 올 추석 연휴에는 다양한 장르의 한국영화와 외화가 개봉했지만 흥행을 주도한 영화가 없었고, 이렇다 할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곽경택 감독의 첫 멜로 ‘사랑’, 최고의 스파이영화로 평가받은 ‘본 얼티메이텀’, 중견연기자 나문희 주연의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이 200만명 가까이 동원하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기대했던 것만큼의 성적은 아니다. 나머지 영화들은 추석 연휴답지 않는 분위기에 흥행의 달콤함을 느낄 수 없었다.

추석이 지난 후 극장가는 ‘역시 비수기’라고 할 정도로 관객들의 발걸음이 뜸해졌다. ‘행복’이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겨우 100만명을 돌파했다. 11일 외화들이 대거 개봉했지만 역시 흥행작은 없었다. 18일 ‘궁녀’ ‘바르게 살자’ ‘어깨너머의 연인’ 등 한국영화 3편을 비롯해 새로운 영화들이 개봉하지만 극장관계자들의 기대는 크지 않다.

여기에 올 연말까지 라인업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거나 개봉 준비중인 영화가 있어도 기대감은 크지 않다. ‘색즉시공 시즌2’가 연말 개봉을 위해 제작이 한창인 것을 제외하면 연말 극장가에서 경쟁을 벌일 영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사정은 외화도 마찬가지. ‘반지의 제왕’의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황금나침반’도 내년 초에 개봉 예정이고, 연말에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을 만한 화제작이 없다.

한 극장관계자는 “지난 추석 연휴에 예상했던 만큼 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지 않았고, 요즘은 비수기라 관객들의 발걸음이 뜸하다. 또 연말까지 개봉예정 중인 영화들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연말까지 극장가가 한산해지면 관객들이 극장을 찾는 것 자체를 잊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내년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한국영화라면 더 좋겠지만 외화라도 관객을 끌어들일 만한 영화가 개봉했으면 좋겠다”는 절박한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 8월 ‘화려한 휴가’와 ‘디 워’가 쌍끌이 흥행을 이끌어 상반기 동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한국영화와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후 ‘화려한 휴가’와 ‘디 워’의 뒤를 이어 흥행을 주도한 영화가 없었고, 이같은 분위기는 연말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막 가을의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지만 극장가는 벌써 겨울이다.

by 100명 2007. 10. 19. 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