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엠(M)’(이명세 감독, 프로덕션M 제작)은 ‘영상이 먼저냐 이야기가 먼저냐’는 해묵은 논쟁에 다시 한번 끼어들 작품이다. 영상과 이야기가 균형을 맞춰 맞물리지 않고 서로 다른 존재감으로 결국은 뒤뚱거린다.
이 영화의 초반부를 보는 것은 꽤 흥미로운 일이 될 듯하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기이하고, 배우들의 몸짓은 과장됐으며, 장면 하나하나는 툭툭 잘라져 생략 혹은 반복된다. 천재소설가 민우(강동원)는 잠을 제대로 못자고 소설 한 줄 쓸 수 없어 괴로워하고, 그를 쫓던 미미(이연희)는 또 다른 존재로부터 추격당하며 소리를 질러댄다. 강동원의 히스테릭 연기와 이연희의 신비한 매력을 만끽하다보면 관객들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하며 등을 곧추세워 영상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 밝은 햇살과 암흑에 가까운 그림자가 공존하는 한 여름의 거리처럼, 영화는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그 색깔을 달리하며 관객의 눈을 다시 한번 깜빡이게 한다. 쉽게 적응할 수 없는만큼, 호기심도 부추긴다.
그런데 이토록 거창한 ‘질문’에 대한 ‘정답’은 너무나 평이한 편이다. 미미가 실은 죽은 첫사랑이라는 설정과 아픈 기억을 불현듯 꺼내들고 방황하는 민우의 갈등은 ‘미스테리’와 ‘멜로’ 그 어느 곳에도 방점을 찍지 못한다. 미미의 속사정은 워낙 쉽고 진부한 데다, 민우의 비명은 가슴 한구석에 와닿지를 못해서 결국 이 영화는 관객의 지적 호기심도, 아련한 아픔도 자극하지 못한 채 서둘러 막을 내린다. 현실은 암울하고, 첫사랑은 뽀얗다는 이분법도 꽤나 단순하다.
‘영상이 먼저냐, 이야기가 먼저냐’에 대한 결론은 관객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몽환적인 분위기에 압도된 관객과 그에 상응하는 유려한 이야기를 기대했던 관객이 서로 다른 채점표를 들고 극장문을 나설 것은 확실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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