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이 영화계 위협"

이란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 마스터클래스

(부산=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가베', '칸다하르' 등으로 거장 반열에 오른 이란의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은 8일 "오늘날 영화계를 죽이고 있는 것은 정부 검열도, 투자자 부족도 아닌 발달된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너도나도 영화를 만들고 있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 교장 자격으로 방한한 마흐말바프 감독은 이날 오후 부산 해운대구 스펀지 콘퍼런스룸에서 마스터 클래스를 열고 관객 70여명에게 자신의 삶과 예술관, 최근 영화계에 대한 생각을 들려줬다.

마흐말바프 감독은 "10년 전만 해도 영화의 대중화.민주화의 측면에서 디지털 시네마를 지지했으나 영화 대량생산으로 좋은 영화와 나쁜 영화에 대한 판단이 흐려지고 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흐말바프 감독은 "요즘 젊은 영화인 중에 영화를 급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면서 "훌륭한 영화를 만들려면 문제에 집중한 뒤 충분한 시간과 모든 정성을 쏟아야 한다. 영화는 비즈니스가 아닌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얼마 전 타계한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이 말년에 그의 작품을 봐줄 만한 관객이 없어 작품 활동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수준 높은 관객이 많아지고 영화인이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좋은 영화를 만드는 선순환적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마흐말바프 감독은 라디오 작가로 일하다 독재 정권의 눈 밖에 나 쫓겨난 이야기, 영화의 '영'자도 모르는 상태에서 단순히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던 때 등 지난날을 회상하며 자신의 영화관을 풀어갔다.

아내 마르지예 메쉬키니 감독과 두 딸 등 가족 모두가 영화감독인 그는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통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온 가족이 일부러 테헤란 남부 빈민촌으로 이주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고통 없는 영화는 단순한 판타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한 영화인이라면 영화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점을 깨닫고 수많은 고통 중에 가장 중요한 아픔을 찾아 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5년작 '가베'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진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은 고국 이란의 정치적 탄압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해 활동하고 있으며 '칸다하르' 등을 통해 참상을 알린 아프가니스탄의 어린이 교육과 문화재건 운동에 힘을 쏟고 있다.

by 100명 2007. 10. 8. 1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