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30억원 이하 시나리오만 받아요'
OSEN | 기사입력 2007-09-25 15:29

[OSEN=박준범 기자] 올 상반기 한국영화는 지난해 전체적인 흥행 부진과 올 상반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대거 공습 때문에 크게 위축됐다. 100억원이 투입된 ‘화려한 휴가’와 300억원 이상의 제작비를 들인 ‘디 워’가 쌍끌이 흥행몰이로 한국영화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활력을 불어넣긴 했지만 한국영화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극심한 투자위축으로 많은 제작비가 들어가는 영화가 제작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관계자들과 엔터테인먼트 종사자들에 따르면 현재 30억원 이상이 투입될 만한 시나리오는 영화제작사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한국영화의 제작 움직임이 분명히 있지만 대부분 30억원 미만의 시나리오들이다. 많은 제작비가 들어가는 영화는 시나리오 단계부터 걸러지고 있다”고 밝혔다. 30억원이 영화 제작의 마지노선이라는 말이다.

한국영화가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은 지난해 개봉했던 대부분의 영화들이 손익분기점을 넘기 못했기 때문이다. 투자 대비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니 당연히 투자비를 줄인다는 계산이다. 그리고 영화를 제작하는 최소의 규모가 바로 30억원이기 때문이다.

30억원이 투입된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보통 100만 관객이다.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영화 상영관이 보통 수익의 절반을 챙기고, 나머지 부분을 제작자와 투자사들에게 분배된다. 몇몇 영화를 제외하고 지난해 개봉한 한국영화들은 100만 관객을 넘어서지 못했다. 따라서 투자 대비 손실액을 최대한 줄이고, 100만 관객을 돌파하면 수익이 생긴다는 판단이다.

영화의 규모가 줄어들면 그만큼 영화의 다양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제작비의 한계는 제작자와 감독의 아이디어 운용의 폭을 줄이게 된다. 그렇다보니 특정 장르에 쏠릴 수도 있다. 코미디 영화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이를 타계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신선한 소재와 이야기를 풀어내는 독특한 시선이어야 한다.

비록 ‘화려한 휴가’와 ‘디 워’가 활력을 불어넣었다고는 하지만 이와같은 이유로 일각에서는 한국영화의 미래가 그리 밝지만은 않다고 여긴다. 특히 올 하반기에 개봉하는 영화 중 기대작들은 있지만 흥행을 이끌만한 대작이 없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올 추석 시즌 개봉한 영화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극심한 침체기를 겪었던 한국영화가 부활의 날개짓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활짝 피지 못하고 있다. 과연 ‘괴물’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에 이어 1000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영화가 또 다시 등장할 수 있을까?

by 100명 2007. 9. 26. 0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