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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예매 할인쿠폰, 약인가 독인가 [연합]
`예매 점유율 높이기 위한 제살깎기 경쟁`
추석 시즌을 앞두고 각 영화사들이 예매 사이트들과 제휴해 할인쿠폰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어 관객은 어느 사이트에서든 2천~3천 원 할인된 쿠폰을 내려받아 실제 4천~5천 원으로 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다. 이동통신사 카드 할인제휴가 없어진 상황에서 관객에게는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할인쿠폰은 단순히 관객 서비스 차원이 아니라 영화 마케팅과 관련해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마케팅 비용 상승과 제작사 및 배급사의 부담으로 인해 순이익이 늘지 않는 구조가 발생하는 것. 영화 마케팅 면에서 가장 대표적인 기대치는 예매 점유율이다. 영화 할인쿠폰 다운은 영화 예매로 이어지고(혹은 그렇게 되길 바라고) 이는 예매 점유율로 나타난다. 특히 절대 강자가 없이 외화 '본 얼티메이텀'을 선두로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즐거운 인생' '두얼굴의 여친' 등이 1%포인트 안팎의 차이로 순위다툼을 벌이고 있고 20일 '사랑'과 '상사부일체'까지 개봉해 혈전에 가까운 전쟁을 치르게 된 이번 추석의 경우 예매 점유율은 좋은 홍보 수단이 된다. 현재 각 사이트마다 '본 얼티메이텀' '즐거운 인생' '상사부일체' 외의 개봉작은 대부분 2천~3천 원의 할인쿠폰을 이벤트 형식으로 발행 중이다. 영화 마케팅사인 올댓시네마의 김태주 씨는 "영화 할인쿠폰은 영화 광고비 집행의 한 방법"이라고 말한 뒤 "할인쿠폰을 내려받는 관객은 일반 광고 소비층과 달리 실제 예매 관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쿠폰 다운 네티즌이 예매 관객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증빙자료가 있는 건 아니다. 그는 "사이트마다 다운 쿠폰 중 90% 이상 예매했다고 말한다. 그 말을 믿을 뿐"이라고 밝혔다. 사이트 규모에 따라 2천~5천 장까지 할인쿠폰이 발행돼 영화사들은 400만 원에서 1천500만 원의 광고비를 영화 예매 사이트에 집행한다. 통상 한 편의 영화가 온라인 광고 비용을 1억~2억 원 가까이 지불하고 있어 2~3개의 예매 사이트에서만 이런 행사를 벌여도 꽤 상당한 비중의 광고비가 집행되는 것. 다른 분야보다 영화의 온라인 광고 비중이 단기간에 급속히 늘어났고, 광고 대비 효과가 확실하다면 광고비 집행은 영화사가 결정할 몫이다. 그런데 증빙자료가 '믿음'밖에 없는 상황에서 광고를 집행하는 '갑'의 위치에 있는 영화사들이 '을'의 위치가 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최대 영화 예매 사이트로 알려진 맥스무비의 신윤주 씨는 "우리 회사의 경우 영화사들이 우리와 함께 이벤트를 벌이기 위해 먼저 요구하는 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여러 영화들이 있어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영화사를 우선 순위로 둔다"고 밝혔다. 맥스무비 측은 조건에 대해 그때마다 다르다고 했으나 영화 마케팅 담당자들은 "광고비에 따라 다르다"고 말한다. 왜 이처럼 영화사가 '을'이 될까. 한 영화사 마케팅 담당자는 "영화 예매 점유율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이번 시즌처럼 박빙의 차이를 보이는 경우 '한국 영화 중 예매 점유율 1위'라는 홍보 문구가 흥행 성적으로 이어지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 영화사들은 '예매 점유율 1위' '개봉 첫날 관객 1위'라는 문구가 더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매 점유율 1위가 실제 박스오피스 1위로 이어질까. 대부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고 보지만 지난 5월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서 전도연이 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 한 예매 사이트에서 내놓은 결과는 현실과 사뭇 달랐다. 수상 소식 후 '밀양'의 박스오피스 1위 가능성을 점치는 예매 점유율 자료를 내놓았지만 전혀 아니었던 것. 현재 영화 마케팅 담당자들이 영화 예매 사이트들을 통해 티켓을 구입하는 관객을 실제 관객의 2~5%로 잡고 있다. 사이트들은 예매 점유율이 아니라 마케팅 판단의 근거가 되는 구체적인 예매 수치를 알려달라는 요구에 대해 "경영상태가 드러날 수 있는 경영 비밀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이통사 제휴카드가 없어질 때 제작사 배분율 등을 이유로 들어 굳이 반대하지 않았던 영화사들이 스스로 할인쿠폰을 발행해가며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하는 이유는 예매 점유율을 높여 더 많은 관객의 발길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희망사항이 반영된 것이다. 한편 할인쿠폰은 배급사에게 계륵 같은 존재다. 관객을 한 명이라도 더 불러모으기 위해 할인쿠폰은 유용한 수단이지만, 마케팅 비용은 주로 배급사가 지불하고 있어 배급사 입장에서 볼 때 할인쿠폰으로 극장을 찾은 관객은 전혀 순익 발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한국 영화의 경우 극장과 배급사가 나눠 갖는 부율은 6 대 4. 7천 원 가운데 청소년 할인이나 문예진흥기금 등을 제외하면 배급사 몫이 3천 원이 채 안되므로 3천 원을 할인하면 배급사는 한 푼도 수익을 얻지 못하는 셈이 된다. CJ엔터테인먼트 한 관계자는 "예매 점유율 1위라는 타이틀을 위해 예매 사이트들과 손잡고 이런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으나 영화 티켓값에 대한 저평가를 낳는 데다 무엇보다 영화마다 자신들이 예매 점유율 1위라고 주장하는 상황에 대한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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