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의 시대착오적인 코드, 여심에 통하나
세계일보 | 기사입력 2007-09-18 19:00

곽경택 감독의 영화 ‘사랑’(태원엔터테인먼트 진인사필름 제작)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 영화가 극장가를 찾은 여심에게도 통할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멜로 영화를 표방하고 나섰지만 ‘사랑’은 여전히 사투리, 깡패, 마초의 냄새를 물씬 풍기며 곽 감독의 지난 히트작 ‘친구’를 연상케 한다. 이번에는 여주인공의 강간신까지 포함돼 여전히 ‘센’ 코드를 내포하고 있다.

‘친구’는 중년 남성들의 극장행까지 성사시키며 큰 흥행을 거둔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추석 시즌은 대체로 여성에게 ‘영화선택권’이 있는 연인 단위의 관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여심에게 얼마나 어필했느냐’에 따라 흥행 여부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사랑’ 속 ‘센’ 코드를 여성관객들이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사랑’은 보통의 남성 중심 영화가 그렇듯 여성 캐릭터의 힘이 약한 편이다. 여성 캐릭터에 공감하며 멜로 영화를 보는 여성 관객들에게는 다소 미흡한 부분일 수 있다.

여주인공 미주(박시연)는 인호(주진모)가 목숨 걸고 살려줬음에도 불구하고, 회장님의 정부가 돼있는 등 소극적인 삶을 살고 있다. 이에 인호가 화를 낼 법도 하지만, 이같은 상황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듯 연출된다. 마지막 부분에서 미주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부분이 있어 그나마 이 캐릭터를 살리고 있다.

또 미주에게 강간을 시도하는 치권(김민준)의 모습도 가볍게 관람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여주인공의 위기를 강간으로 그려내고, 또 이를 묵묵히 인내하고 받아들이는 미주의 모습은 최근 여성관객들의 트렌드와는 동떨어진다. 거칠고 어두운 뒷골목을 그려내기 위해서라고 이해하기에는, 극 전개 및 캐릭터가 시대착오적이다.

구수한 사투리와 남성성 짙은 극중 인물들은 남성 관객들에게는 어느 정도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코드 역시 ‘친구’ ‘똥개’ ‘우리형’ 등의 비슷한 색깔의 영화로 여러차례 재생산돼온 상태라 초기의 신선함은 상당부분 잃어버린 듯하다.

또 한 남자의 순애보는 드라마 타이즈 뮤직비디오에서 가장 손쉽게 써먹어온 스토리이기도 하다. ‘사랑’은 이같은 통속적인 줄거리에서 한걸음도 벗어나있지 못하고 있다.

여성관객들이 거부감을 표하고 있는 시대착오적인 ‘마초 코드’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하다.

by 100명 2007. 9. 18. 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