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 줄 모르는 대한민국 대학생

자기주장 확실하고 개성 강한 요즘 대학생들의 라이프스타일은 마치 비슷하지만 천차만별의 맛을 띤 커피와도 같다. 그렇다면 대학생들의 놀이 문화는 어떨까? 그들의 개성만큼 다양하고 창조적일까? 아니면 천편일률 밋밋할까? 과연 우리 대학생들은 놀 때 무얼 하는지 캠퍼스헤럴드와 함께 따라가 보자.

성예원ㆍ김인학 대학생기자(kih19830@naver.com)

대학생 S양은 수업이 없는 날이면 어김없이 친구들과 약속을 잡는다. 친구를 만나 최근 개봉한 영화를 본 뒤 자연스럽게 별다방(혹은 콩다방)으로 향한다. 학교 과제부터 남자친구, 부모님 이야기까지 소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오간다. 하나라도 빠질 새라 꼼꼼히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금세 한두 시간이 지나간다. 그리곤 집으로 돌아와 습관처럼 일명 ‘싸이질’을 한다. 여기저기 파도를 타고 댓글을 달다 보면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지난다. 그렇게 S양의 하루는 흘러간다. 수업이 없는 날 대학생 대부분의 모습은 이러할 듯싶다.

대학생은 비교적 자유 시간이 많다는 특권을 가진다. 따라서 공부할 시간도, 놀 시간도 많다. 그런데 우리 대학생들이 즐기는 ‘놀이’란 어떤 것일까? 주로 ‘무엇’을 하며 ‘누구’와 노는가? 과연 대학생들의 ‘놀이문화’란 존재하는 것일까? 캠퍼스헤럴드가 대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놀이문화’에 대해 알아보았다.

▶ 술집과 커피숍, 그리고 온라인에서 ‘노는’ 대학생

우선 성별 선호 놀이를 물었다. 남학생의 경우 ‘학업 외 여가시간에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에 ‘술자리’와 ‘인터넷 서핑’(각각 24%)을 가장 많이 꼽았고, ‘운동’(16%), ‘개인홈페이지 관리’(12%)가 뒤를 이었다. ‘독서’라는 응답은 4%에 그쳤다. 여유 시간이 생기면 주로 친구들과 술자리를 갖는다는 안은석(중앙대 경영학과) 씨는 “딱히 할 것이 없어서 주로 술을 마신다”면서 “술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기분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여학생은 ‘친구들과 수다 떨기’(32%)로 압도적이었다. 뒤를 이어 ‘개인 홈페이지 관리’(20%)와 ‘인터넷 서핑’(16%)이 꼽혔다. 평소 친구들과의 만남을 즐기는 이승원(성신여대 재학 중) 씨는 “학교 공부나 인간관계 등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친구들을 만나서 푼다”며 “다른 약속에 비해 비교적 장소나 시간의 제약도 덜 받으므로 가장 부담 없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남녀별 선호 놀이가 다르더라도 ‘친구들과 모여 친목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다만 남학생은 주로 술집, 여학생은 커피숍을 즐겨 찾는다는 ‘장소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한편 남녀를 종합해서 살펴보면 대학생들은 ‘인터넷 서핑’(20%)을 가장 즐겨하는 놀이라고 대답했고, ‘친구와 수다 떨기’(18%), ‘개인 홈페이지 관리’(16%) 순으로 꼽았다. 인터넷 세대인 대학생들에게 이제 인터넷 서핑이나 개인 홈페이지 관리는 일상이다. 정현지(이화여대 사회체육학과) 씨는 “컴퓨터를 끼고 있는 시간이 길다”면서 “조별 모임에서부터 친구들과의 깊은 이야기까지 온라인을 통해 가능하므로 자주 이용한다”고 밝혔다. 인터넷이 대학생의 놀이문화 패턴을 바꿔 놓고 있는 셈이다.

▶ 평일엔 3~4시간, 주말엔 6~7시간 놀아요

그렇다면 대학생들은 주로 누구와 놀까? ‘놀이 상대가 누구냐?’는 질문에 ‘친구’라는 대답이 50%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연인’(28%), ‘혼자서’(18%)가 꼽혔다.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는 응답은 2%에 불과했다. 홍수민(용인대 경영정보학과) 씨는 “혼자 놀면 마땅히 할 것도 없고 심심한데, 마음 맞는 친구와는 특별한 일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하는 시간 자체가 즐겁다”는 말로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이유를 설명했다. 박나영(명지대 영문학과 05) 씨는 스스로 “친구들과 생활을 함께한다”고 말한다. “아침 일찍 수업이 있는 날은 서로 깨워주기도 하고, 수업 듣고 점심 먹고 저녁 때 함께 커피숍에서 수다를 떠는 일까지 함께하죠. 저에게 친구는 시간이 날 때 만나는 사람이 아니라 가족보다 더 친밀하고 중요한 존재예요. 남자 친구와 헤어졌을 때 변함없이 제 곁에서 위로를 전하는 사람도 바로 단짝 친구들이죠.”

이처럼 시간이 나면 친구와 함께 보내는 대학생들. 학점관리에 취업준비, 동아리 활동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이들은 과연 노는 데는 얼마나 시간을 들이고 있을까? ‘일주일에 여가 시간이 몇 시간 정도 되는가?’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46%가 ‘20~30시간’으로 대답했다. 즉, 평일에는 3~4시간, 휴일엔 6~7시간 정도 여유 시간을 갖는 셈이다. 다음으로 ‘10~20시간’(32%), ‘30시간 이상’(10%) 차례로 꼽혔다. 강혜린(숭실대 불어불문학과) 씨는 “평일엔 보통 밤 11시 이후 인터넷으로 2~3시간을 보낸 후 잠자리에 들고, 주말엔 친구들과 만나 반나절 이상 함께 보내며 수다를 떤다”고 말했다.

주당 20~30시간의 여가 시간을 갖는 대학생들은 노는 데 얼마나 돈을 쓰고 있을까. ‘매월 여가 비용을 얼마나 소비하는가?’ 하는 질문에 응답자의 36%가 ‘월 20만~30만 원’을 쓴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월 10만~20만 원’(34%), ‘월 30만~40만 원’(14%)이 꼽혔다. 대학생들의 용돈을 월 30만~50만 원 선으로 보면 ‘노는 데 쓰는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허민지(경희대 응용수학과) 씨는 “별다른 생각 없이 쓰다 보면 여가 비용이 월 40만 원이 훌쩍 넘는다”고 말했다. 사용처는 앞서 조사한 대학생들의 놀이문화에서도 알 수 있듯 주로 ‘술, 저녁식사, 커피’ 등의 외식비와 ‘영화비’가 대부분이었다. 우승현(동국대 국문학과 02) 씨는 “친구들과 한 번 술자리를 갖고 나면 적게는 1만~2만 원에서 5만 원까지 나간다”면서 “이렇게 일주일에 두세 번만 모여도 한 달 외식비만 30만~40만 원이 훌쩍 넘기 일쑤”라고 말했다.

▶ 대학생들만의 놀이문화는 없다

휴일에 친구를 만났다. 무엇을 하고 놀까? 먼저 최신 개봉영화를 본 후에 카페에서 뒷풀이를 하고, 맛집을 찾아 밥을 먹은 후 술 집으로 이동한다. 이는 대학생에서 직장인까지 공통적으로 즐기는 놀이 패턴으로, 여기에서 대학생들만의 ‘그 무엇’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대학생들만의 문화가 녹아 있는 ‘대학생의 놀이문화’는 없는 것일까?

‘대학생들만의 놀이문화가 있다고 보는가?’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62%가 ‘대학생 놀이문화는 없다’고 답했다. “있다”라고 응답한 사람들도 대부분 대학생들만의 놀이문화를 ‘클럽문화’ 혹은 ‘동아리문화’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클럽문화는 젊은이들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생들의 놀이문화라 보기는 어렵다. 동아리문화 역시 사회의 ‘동호회’와 성격이 비슷하고, ‘놀이문화’라 보기에는 성격이 너무나 다양하다. 즉, 대학생들 스스로도 ‘우리만의 놀이문화가 없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 놀이문화가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학생 32%가 ‘대학생들만의 차별화된 문화 자체가 부족함’을 이유로 꼽았다. 이는 ‘대학생들을 위한 놀이 장소의 부족’(14%)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대학생 놀이문화에 대한 또 다른 아쉬움으로는 문화ㆍ여가 생활에서 각종 혜택을 받는 청소년, 직장인과는 달리 ‘대학생들만을 위한 특전이 부족함’(26%)이 꼽혔다. 안임영(동국대 국사교육과 04) 씨는 “대학생들도 여전히 학생신분이라 다양한 문화를 즐기기에는 경제적으로 압박이 크다”면서 문화 상품에 대학생 할인 제도를 적극 도입해 줄 것을 요청했다. 문일(한양대 국문과 04) 씨도 대학생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공연문화 비용을 지적했다. “대학생의 신분으로 뮤지컬을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청소년까지만 할인되고 대학생부터는 성인으로 취급하니까 못해도 3만 원은 족히 들어요. 그 돈으로 영화나 연극 티켓 사면 네 번은 볼 수 있는데 누가 비싼 돈 들여가며 뮤지컬을 보겠어요?”

▶ 놀기엔 너무 무거운 현실

대학생들의 ‘취업 부담’(16%)이 여가시간을 마음 편히 즐길 수 없도록 만들기도 한다. 차시현(서울시립대 영문과 03) 씨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하다가도 결국은 취업으로 화제가 바뀐다”며 “취업 걱정 때문에 노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들은 마음 불편하고 어정쩡하게 노는 대신 각기 도서관으로, 학원으로 발길을 돌린다. 이렇다 보니 점차 ‘개인주의화’(6%) 되어 가는 대학생들에게 함께 놀이문화를 즐길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대학생들만의 다양한 놀이문화가 생성되기 힘든 상황이다.

‘대학생들만의 차별화된 문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다수가 농담 식으로 ‘술 문화’라고 대답할 뿐 누구도 이렇다할 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이 대학생 놀이문화의 부재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특징 없는 자신들의 놀이문화에 대학생들은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본지 설문에서 개인의 놀이 만족도를 조사, 점수로 환산한 결과 평균 65점(64.72)으로 집계됐다. 만족도 불만족도 아닌 65점. 대학생 놀이문화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듯하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의 저자 김정운 씨는 “한국 사람들은 ‘놀면 불안해지는 병’에 걸려 있으며 놀이를 나태로 취급하고 있다”며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창의력은 재미를 적극적으로 추구할 때 개발된다”고 말한다.

취업과 관련된 우리의 현실은 어둡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대학생다운 신선한 발상과 창의력은 꽃피어야 한다. 대학생들만의 차별화된 문화, 그 안에 그들만의 발전적인 놀이문화가 아쉽다.

by 100명 2007. 9. 18.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