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여름 장사 제대로 했다




올 여름 세계영화판의 승자는 단연 할리우드다. <헐리우드 리포트>는 미국영화협회(MPA)에 소속된 6개 중 5개의 스튜디오가 7월 말까지 해외 수익 10억 달러를 넘겼다고 발표했다. 작년엔 3개 스튜디오가 이 정도의 수익을 냈다. 또한 기사에 따르면, 8월 셋째 주 주말에는 영화 6편의 해외 수입이 각각 1,000만 달러 이상이었다고 한다. 올해 여름 시즌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의 해외 시장 수입은 약 43억 달러로, 작년 32억 달러에 비하면 30퍼센트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영화의 힘도 있지만, 유로와 달러의 환율 변동이 시장에 미친 영향력도 컸다.
스튜디오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워너 브러더스가 8월 31일까지 1조 6,800억 달러를 벌어들여 1위를 차지했다. 올 여름 워너 브러더스의 최고 히트작은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과 <오션스 13>이다. 2위는 <박물관은 살아있다!>부터 <다이 하드> <심슨가족, 더 무비>에 이르기까지 고른 흥행 성적을 보인 20세기 폭스에게 돌아갔다. UIP와 결별한 파라마운트는 <트랜스포머> 광풍에 힘입어 3위에 올랐다. 4위는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와 <라따뚜이>의 덕을 본 디즈니, 5위는 <스파이더맨 3>로 예상된 흥행성적을 거둔 소니 픽쳐스다. 유니버설은 간판 프랜차이즈인 <본 얼티메이텀>이 성공했지만 그 외에 큰 작품이 없어 6위로 가라앉았다. 뒤를 잇는 순위 밖 스튜디오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 이후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는 뉴라인 시네마다. <러시아워 3>와 <헤어스프레이>가 미국 내 박스오피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으나, 해외에선 가을 개봉이라 수입을 더할 수 없었다.
미국 수입에 영향을 미친 유럽 극장가 상황은 예년에 비해 나아진 편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월드컵 경기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 6월부터 8월까지 이탈리아의 영화 수입은 작년에 비해 24퍼센트나 증가했다. 이탈리아 영화 관계자들은 이제 관객들이 바다가 아닌 극장에 가는 습관을 들였다고 즐거워하고 있다. 같은 기간 영국의 극장 수입도 예년에 비해 상승했다. 독일도 27퍼센트가 올랐다. 월드컵이 없던 6월에는 작년 대비 수익률이 204퍼센트까지 올라갔을 정도다. 스페인은 12퍼센트, 프랑스는 23퍼센트가 상승했다. 두 나라 모두 흐린 날씨가 계속되자 휴가를 가지 못한 사람들이 극장에 몰려들었다는 평가다.
아시아의 시장도 무시할 수 없다. 일본의 극장 수입은 예년에 비해 감소했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여전히 건재했다.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영화는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과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 일본이 주춤할 동안 한국이 영화 메이저 시장으로 약진하고 있다. 올해 여름 <트랜스포머>는 한국에서만 5,019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는데 이는 미국 외 시장에서 1위의 성적이다. 이제 한국 영화시장은 할리우드의 제1시장으로 변할지도 모를 일. 전 세계적인 영화 붐에 유럽 영화계가 숨을 돌렸지만, 그 여파로 가장 돈을 많이 번 곳은 할리우드다. 아직도 자국영화가 여름 시장을 점령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닌 듯하다.
by 100명 2007. 9. 18. 2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