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산업의 적자폭이 커지면서 제작비를 합리화하려는 움직임은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한데 한 편의 영화가 개봉하는 데 있어서 제작비만큼이나 많이 드는 것이 배급 비용과 마케팅 비용이다. 특히 최근 광고와 프로모션 등을 포함한 영화 마케팅이 비용 집행 차원에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극장가 최대의 대목인 추석을 맞이해 한국영화들이 본격 흥행 레이스에 돌입했다. 개봉을 앞둔 영화들은 ‘마케팅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저마다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9월 6일부터 20일까지 개봉하는 한국영화는 모두 8편. CJ엔터테인먼트(<즐거운 인생>), 쇼박스(<두 얼굴의 여친> <브라보 마이 라이프>), 롯데엔터테인먼트(<마이 파더> <사랑>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폭스(<상사부일체>), 시네마서비스(<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등 배급사들의 시장 쟁탈전도 치열하다. 특히 요즘처럼 극장 매출이 영화 전체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는 더욱 더 마케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마케팅이 잘 된 영화들은 비록 작품 자체의 퀄리티가 떨어진다 해도 많은 관객을 유인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몇몇 영화들의 마케팅 전략을 살펴보자. 먼저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은 관객 대상 시사를 진행하는 데 힘을 쏟았다. 특히 영화의 특성상 수천 명이 함께 코미디를 보는 데서 느끼는 쾌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굵직굵직한 시사를 많이 벌렸다. 또 가족영화로 포진한 만큼 지상파 TV 광고에 힘을 싣고, 포스터 비주얼 반응이 좋아 극장 외벽이나 버스 정류장 등 옥외 광고도 강화했다. <마이 파더> 역시 대규모 시사를 많이 한 편이지만, 예고편이 잘 나왔다는 자체 판단 아래 옥외 광고나 지면 대신 동영상 광고에 집중했다. <두 얼굴의 여친>은 시사회를 하되 짧은 시일 내에 몰아서 하기보다는 같은 규모라고 하더라도 긴 기간 동안 하는 방식을 택했다. 다른 영화들보다 일찌감치 8월 중순부터 시사를 시작한 이 영화도 역시 동영상 광고에 집중했다. 다중인격의 여자가 등장하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이 영화의 컨셉은 말로 풀어 설명하거나 스틸 사진 비주얼로 보여주는 것보다는 직접 영화를 보여주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즐거운 인생>은 이준익 감독의 ‘브랜드’ 이미지와 음악이라는 영화의 소재를 집중 노출하는 전략을 택했다. 디지털 싱글을 일찌감치 발매하고 각종 음악 관련 이벤트에 제작진이 참여하는 한편, 역시 광고는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동영상 광고에 집중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마케팅 경쟁이 뜨겁다고 해서 모두 돈을 많이 쓰는 것은 아니다. 각 배급사들은 영화마다 특색이 다른 만큼 같은 비용 안에서도 보다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마케팅 예산의 책정과 비용의 집행에 있어서 각 배급사들이 지난해보다 훨씬 더 민감하고 꼼꼼하게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그 하나는 지난해 영화 수익률이 너무 낮았다는 데 있다. 들이는 돈에 비해 벌어들이는 돈이 적으니, 일단 들이는 돈을 줄이자는 전략에서 마케팅 비용 역시 합리화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마케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광고 시장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와 무가지가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각 영화사 마케팅 담당자들은 광고 전략에서 ‘선택과 집중’이 높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 한국영화계는 마케팅 전략에 있어서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거품 많은 마케팅, 줄일 것은 줄여라
요즘 영화의 편당 마케팅비는 어느 정도일까. 작품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략 순제작비의 3분의 1 정도가 마케팅비로 쓰인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순제작비를 약 30억 남짓 쓰는 작품인 경우 적게는 11억 원에서 많게는 20억 원 정도를 마케팅에 투입한다. 올 추석에 개봉하는 영화들도 대체로 여기에 부합한다. 순제작비의 경우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44억7천, <마이 파더> 38억, <두 얼굴의 여친> 35억 정도를 썼으며, <즐거운 인생>은 보다 저렴하게 28억 원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이제 개봉이 막 시작된 작품들이기 때문에 마케팅비 집행이 다 끝난 것은 아니지만, 대략 예산은 순제작비 규모에 상응하거나 그보다 약간 더 상회하는 선에서 잡혀 있다. 마케팅 비용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광고비다. 요즘 개봉하는 영화들은 보통 7~8억 원 정도의 광고비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홍보비와 이벤트 및 프로모션 진행비가 나머지 비용에 포함된다. 한국영화계 평균 규모의 작품이라면 관객들의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여 극장 티켓 구매력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데 들이는 돈이 그 정도라는 얘기다.(물론 여기에는 한 벌에 200만 원인 필름 프린트를 300~500벌씩 만들고 배급에 들어가는 각종 운송료며 입회비 등 배급 비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처럼 프린트 비용과 마케팅 비를 합쳐서 흔히 'P&A 비용'(Print & Advertisement)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순수 마케팅 비용과 배급비용을 포함하면 영화의 순제작이 끝난 뒤 드는 돈은 훨씬 더 많아진다. 특히 극장 와이드릴리스에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영화산업 구조상 배급비용도 그만큼 많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돈을 집행하는 투자사 입장에서는 그 돈들이 어떻게 쓰이느냐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특히 CJ 엔터테인먼트나 쇼박스 같은 메이저 배급사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지난해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예산을 운용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CJ 엔터테인먼트 마케팅팀 조장래 부장은 “지난해 적자폭이 너무 컸기 때문에 마케팅에 있어서도 예전처럼 돈을 과감하게 쓰지는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IMF 때 기업이 부채비율을 돌아보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올 초부터 마케팅 비용 합리화를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지난 4년여 동안 쇼박스에서 마케팅 팀장을 맡았다가 최근 투자기획팀으로 자리를 옮긴 박은경 팀장 역시 “올 상반기 영화 시장이 안 좋아지면서 비용 집행에 있어서 보다 꼼꼼히 보려고 했으며, 예년과 비교해 필요 없다 싶은 부분은 과감히 정리했다”고 밝혔다.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을 총괄하고 있는 시네마서비스 투자 2팀 정현진 팀장 또한 “요즘은 비용이 과연 나가도 되는 것인지, 비용 대비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위해 더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투자사들은 마케팅에 적용되는 다양한 항목 가운데 ‘줄일 수 있는 것은 줄이자’는 입장이다. 일단 예년에는 의례 해왔던 관습적인 이벤트가 올해는 많이 줄어들었다. VIP 시사회나 제작보고회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VIP 시사회는 진짜 VIP가 오는 것이 아니라 아니라 배우들의 매니저가 친구들을 초대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또한 제작보고회는 순간적으로는 온라인 사이트에 배우 사진을 노출시키고 뉴스를 서비스하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비용 대비 홍보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두 행사 모두 한번 진행하는 데 대략 1500만 원 내외의 돈이 드는데, 예년에는 대다수의 영화들이 너도 나도 이런 행사들을 했다면, 올해는 꼭 해야 되는 영화들에만 집중되고 있는 추세다.
두 번째로는 예고편이나 포스터, 홈페이지 등 광고물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도 합리화되고 있다. 가령 예고편의 경우 지난해에는 티저 예고편을 많이 내보내고, 심지어 7천~8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따로 티저 예고편을 촬영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예고편을 광고처럼 따로 만드는 관행은 효과는 미미한 반면 비용에 거품만 발생시킨다는 게 영화 마케팅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영화 마케팅 전문회사 영화인의 신유경 대표는 “예고편을 따로 광고처럼 찍어도 관객들은 ‘아, 저거 재미있다’고 반응하지 ‘저 영화 재미있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영화를 만들어 배급하는 할리우드 영화들도 예고편의 유형은 똑같다. 영화의 내러티브를 한번 쭉 보여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따라서 최근에는 영화 예고편도 촬영 소스를 이용해 다양하게 편집해서 만드는 ‘담백한’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포스터 사진의 경우, 사진작가에게 지급하는 비용 역시 예년보다는 다소 줄어들었다. CJ 조장래 부장은 “포스터 사진 작가들의 경우 A급 작가들은 한번 찍는데 1천8백~2천만 원 정도를 받는다”면서, “이것은 너무 과하다 싶어 올해는 1500만 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합의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포스터 사진을 촬영하는 데 있어서도 예년에는 패션계의 전문 메이크업 디자이너나 스타일리스트를 동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역시 최근에는 많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영화 홈페이지의 경우 비용이 많이 들 때는 2천5백~3천만 원 정도가 드는데, 이 역시도 요즘은 중요한 영화에만 국한해 제작된다. 언론에 제공되는 보도자료의 경우, 지난 수년 동안 대다수 한국영화들이 돈을 많이 들인 티가 나는 아름다운 디자인과 놀라운 인쇄 품질을 보여주는 자료를 돌렸던 반면, 최근에는 단순한 포맷에 영화에 대한 정보를 충실하게 담는 쪽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또한 언론에 배포되던 종이형 보도 스틸 역시 모두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인쇄 비용까지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극장 복도 등에 세워져 있는 배너 설치물 등도 사실 제작비를 감안한다면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신유경 대표는 “배너 하나 제작하는 데 8만 원이 들고, 전국 200개 극장 정도에 내세우는 편이다. 하지만 요즘은 극장에 가보면 너무 많은 영화가 개봉하기 때문에 배너를 세울 데가 없어서 화장실 옆 등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럴 바에야 왜 돈을 들여 배너를 만드나 싶을 때도 많다”고 토로했다.
네이버의 독주, 영화 광고 시장 대대적 변화
그러나 이런 종류의 자잘한 비용을 줄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마케팅 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영화광고이기 때문에, 광고비를 많이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마케팅 진행비나 홍보물 제작비에서 3백~1천만 원 단위의 돈을 삭감한다고 해서 영화의 수익률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 광고비가 이렇게 많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광고를 할 수 있는 통로와 매체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영화 광고는 크게 옥외 광고와 매체 광고로 나뉜다. 옥외 광고는 버스 광고나 지하철 광고, 또는 극장에 거는 현수막 광고 등을 들 수 있다. 매체 광고는 크게 지면 매체와 TV, 그리고 온라인 광고 등으로 구분된다. 지금까지 많은 영화사들은 개봉작 비주얼을 가능한 한 많은 곳에 노출시키기를 원했다. 따라서 이 모든 매체들에 골고루 영화 광고를 실으려는 관행을 지켜왔다. 지면 매체도 종합일간지와 스포츠지와 영화전문지에 골고루 광고비를 배정하고, TV도 지상파 TV와 케이블 TV 등에 일정 광고비를 배분하며, 온라인도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 사이트와 영화 전문 사이트나 예매 사이트, 그리고 한게임이나 넷마블 같은 게임 사이트에 모두 광고를 했던 것이다.
한데 광고비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도 최근 투자사들은 예년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먼저 최근 미디어 환경이 많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인 신유경 대표는 “예년에는 모든 매체에 같은 비중으로 광고비를 배정했던 것을, 요즘은 특정 영화에 맞는 매체에 집중하고 아닌 매체는 과감히 빼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령 영화 광고를 해야 할 매체들이 30개라면, 과거에는 이 매체들에 다 적정하게 배분함으로써 여러 곳에 영화 비주얼이 노출되도록 하는 방식을 택했었다. 가령 A 영화사가 스포츠 지에 광고를 빼버리기로 했는데, 경쟁하는 B 영화사가 스포츠 지 광고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결국 A는 왠지 불안한 마음에 광고비를 다시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많은 투자사들이 보다 광고 효과가 높은 매체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가령 중앙일간지나 스포츠지는 영화 광고가 거의 없는 대신 무가지에 집중하며, 네이버나 다음 등의 포털 사이트 광고를 전략적으로 택하고, 지상파 TV보다 케이블 TV 광고 쪽에 더욱 신경을 많이 쓰는 추세다.
특히 매체 경쟁과 더불어 광고 시장의 구조도 예년과는 크게 달라졌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온라인, 케이블 TV, 무가지의 급부상과 광고료 인상은 영화 광고의 흐름을 바꾼 가장 대표적인 요인이다. 올 추석 시즌 개봉하는 또다른 영화 <상사부일체>에 투자한 아이엠픽처스의 최완 대표는 “요즘은 온라인 매체가 많이 생겼기 때문에 예전에는 없었던 광고비가 들어가게 됐다”면서, “과거에는 몇천만 원이면 온라인 광고를 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포털 사이트 한 군데만 1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온라인 포털 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는 네이버의 독주는 무시무시할 정도다. 투자사 관계자들은 네이버가 올 상반기 영화 광고료를 대폭 인상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보통 포털 사이트 광고의 경우 비주얼이 노출되는 페이지와 위치에 따라서 몇 개를 묶어 패키지로 계약을 한다. 그런데 네이버는 올 상반기부터 영화광고의 1일 최소 패키지 가격을 8천 만 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네이버에서도 웬만큼 광고가 보이려면 하루에 1억 원~1억2천만 원 정도를 ‘갖다 바쳐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사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의 경우 일방적으로 광고 단가를 올린 뒤 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영화의 타깃 관객층과 포털의 이용자 층이 일치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를 쓰고 네이버에 광고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케이블 TV나 무가지의 광고 단가도 점차 오르고 있는 추세다. 특히 무가지의 성장 속도는 영화 광고의 매체 이동 현황을 그대로 드러낸다. 과거 무가지 런칭 초기에는 광고 단가가 100만 원에 불과했는데, 요즘은 무가지 1면 광고가 1회에 1천5백만 원이나 한다는 것이다. 특히 무가지들은 과거 수도권에만 집중되어 있었던 반면 요즘은 전국 주요 대도시에도 배포되는 만큼, 영화사들은 무가지 광고 효과가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케이블 TV 역시 마찬가지다. 지상파 TV 광고 단가가 여전히 너무 높은 편이기 때문에, 동영상 노출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 작품들은 케이블 TV 쪽으로 집중하는 편이다. 한데 요즘은 케이블 TV 시청률이 높기 때문에 광고 단가가 많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OCN이나 채널 CGV 등은 예전에는 3천만 원 정도였는데, 요즘은 광고 패키지당 8천~1억2천 정도를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런 만큼 투자사들은 ‘선택과 집중’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광고비가 제한되어 있으며 더 줄일 수 없는 형편이라면 효율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매체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요즘은 옥외 광고 역시 많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지하철 광고와 버스 광고를 모두 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버스 광고만 하는 것이다. 버스 광고도 1대당 80만 원씩, 100~120대 정도의 버스에 광고를 한다면 7천~8천만 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 역시 안 하는 경우도 많다. 흔히 '덴당'이라 불리는, 거리 외벽에 얇은 종이 형태의 영화 광고물을 도배하다시피 붙이는 형태의 광고도 많이 줄어들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옥외 광고 대신 극장 광고에 집중하는 추세도 높아지고 있다. 어차피 극장에 오는 사람들이 다시 극장에 오게 되는 것인 만큼, 극장에 설치된 PDP에 예고편을 트는 전략을 더욱 선호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극장 외벽이나 로비에 현수막을 거는 비용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제작사나 배급사는 극장들이 제시하는 현수막 광고료가 너무 비싸다고 입을 모으지만, 자신들의 영화를 보다 눈에 잘 띄게 만들기 위해서는 극장 측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일부 극장들은 로비에 설치된 PDP 등에 재생하는 영화 광고 동영상에 대해서도 광고료를 책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장들은 극장 나름대로 매출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광고료를 조금이라도 올려받겠다는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고, 배급사들은 이를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영화 마케팅 효율성 연구 시급
그러나 마케팅비를 무작정 줄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자유 시장 체제 아래서는 광고비 지출 규모를 제한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 있기 때문이다. CJ의 조장래 부장은 “지금 영화산업은 개봉 첫주에 와이드릴리스를 해야 하는 구조인 만큼, 개봉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마케팅 비용이 어느 정도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마케팅 비용보다는 제작비 합리화가 더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가령 현재 배우 개런티는 제작비 부문에서 컨트롤이 잘 안 되고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사의 한 관계자는 “제작가협회 주최로 P&A 합리화를 위한 간담회 같은 게 마련된 적이 있다. 하지만 P&A에서 거품을 빼자는 건, 영화인들이 협의를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투자사의 관계자는 “영화산업이 어렵다고 해서 갑자기 마케팅 비용을 확 줄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면, 좀더 좋은 영화를 만들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노력하는 편이 더 낫다”고 강조했다.
물론 마케팅 비 집행을 좀더 과학화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가령 영화광고 매출액은 대략 연간 총 500~600억 원 정도로 추산할 수 있는데, 이 비용의 효과가 어느 정도 되는지를 측정한 연구 결과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영화인 신유경 대표는 “광고비를 많이 쓴다고 해서 무한정 그 효과가 늘어나면 더 많이 쓸 수 있다. 하지만 1억을 써서 도달할 수 있는 목표를 3억을 써서 도달한다면 2억 원은 버리는 것이 된다. 비용 대비 효율성이 어느 정도인지, 그 기준점이 어딘지에 대해서는 감이나 경험에 의해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면서, “각종 영화 광고들의 비용 대비 효율성을 측정해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연구 결과가 있다면 많이 참조하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연구는 개별 영화사가 하기는 힘든 만큼 공공기관에서 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침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지난 5월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인 김영재 위원이 ‘(가칭) 한국영화 마케팅 효율화 방안’이라는 제목의 연구를 제안한 상태다. 현재 영진위 차원에서 이 연구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바람직한 한국영화 마케팅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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