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폭주, 득인가 실인가



할리우드와 국내 블록버스터들이 전국 극장가를 휩쓸고 지나간 자리, 극장가엔 매주 10편이 넘는 영화들이 걸리고 있다. 단독 개봉 혹은 소규모 개봉작들이 부쩍 늘어난 최근의 현상은 한국 영화산업에 득이 될 것인가, 실이 될 것인가.

최근 들어 매주 개봉영화 수가 10여 편을 넘어서고 있다. 8월 셋째 주 12편, 넷째 주 13편, 9월 첫째 주 10편, 9월 둘째 주가 10편이다. 이를 지난해 같은 기간 개봉작 편수와 비교해보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개봉작들의 유형을 보면 4주 동안 개봉하는 45편 중 한국영화가 13편, 외화는 32편이다. 특히 외화로는 <심슨가족, 더 무비>와 <본 얼티메이텀> 같은 블록버스터급 미국영화 외에도, <라파예트> <미스터 브룩스> <브리치> <디스터비아> <데쓰 프루프> 등 중급 미국영화 등이 포진해 있다. 또 <관타나모로 가는 길> <푸른 눈의 평양 시민> 같은 다큐멘터리를 비롯해, <애프터 미드나잇> <입술은 안돼요> <호랑이와 눈> 등 다양한 아트하우스풍의 유럽영화들이 집중적으로 개봉하며, <사령: 리케의 저주> <여름궁전> <완전한 사육 2007> <스토킹 그리고 섹스 2> 등 다양한 장르의 아시아영화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중이다.
이처럼 여름 마지막 시즌에 갑자기 많은 영화들이 개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극장의 수요가 늘어난 만큼 배급물량도 증가하게 됐다는 사실을 지적할 수 있다. 현재 전국 스크린 수는 1천9백여 개로 추산되는데, 이 스크린을 모두 가동하기 위해서는 많은 물량의 영화가 필요한 것이다.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개봉하는 여름 시즌의 경우 편당 스크린 수를 600개 이상까지 늘릴 수 있고, 그런 영화들이 두세 편만 개봉한다면 전국의 스크린을 금세 채울 수 있다. 하지만 프린트 수가 많지 않은 작품들이 개봉하는 시즌이라면, 극장 측은 스크린을 풀가동하기 위해 더 많은 작품들을 원할 것이다. 따라서 100~200개 정도의 개봉관에서 상영할 수 있는 영화들의 배급 상황이 용이해진 셈이다. 이렇듯 블록버스터 시즌과 추석 시즌 사이에 발생한 스크린 공백기를 메우기 위한 극장 측의 수요로 인해 개봉 편수가 갑자기 폭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폭주하는 개봉작들은 관객들에게 충분히 각인되면서 만족할 만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일까. 먼저 개봉하는 영화가 많아졌다는 것은 다양성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이퍼텍 나다의 양희순 마케팅 팀장은 “작은 영화의 개봉이 늘어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작은 영화 시장 저변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by 100명 2007. 9. 11. 1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