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시장 흐리는 초대권 <상> 버젓이 헐값 매매 공연마다 수십~수백장 유통 일부, 온라인서 절반값 거래 한국은 공연 초대권이 흔해빠진 나라다. 요즘엔 공짜 초대권이 시장(市場)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 초대권의 존재는 ‘필요악’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엔 덩치가 너무 커졌다. 이 공짜표로 빚어진 현상과 해악을 시리즈로 살핀다.
“기획사에서 나온 협찬 티켓이에요. 전 봤는데 스케일이 있는 작품이에요. 좌석 좋습니다.”
인터넷 경매사이트 옥션에서 뮤지컬 ‘대장금’ R석 2장을 10만원(반값)에 판매한다는 글을 올린 남자 A씨가 말했다. 20일 전화통화에서 그는 “다른 사이트에도 올렸다(그러니 빨리 결정하라)”고 했다. 옥션에서는 뮤지컬 ‘댄싱 섀도우’ 표도 팔리고 있다. ‘R석 두 장을 10만원(반값)에 드린다’는 글을 올린 여자 B씨는 전화에서 “협찬으로 나온 초대권인데 난 시간이 안 돼서…”라고 말했다.
공연 무료 초대권을 사고 파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발표한 ‘2005 공연예술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무료관객(1142만명)이 유료관객(991만명)을 앞지른 ‘초대권 왕국’이다. 이렇게 흔해빠진 초대권 중 일부가 버젓이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한 공연 프로듀서는 이 상황에 대해 “공연 규모에 따라 수십~수백 장이 유통되는데, ‘그걸 왜 10만원씩이나 내고 보느냐’ 식의 그릇된 공연문화를 만든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론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라이온킹’ ‘캣츠’ ‘볼쇼이 아이스쇼’ 등도 예외가 아니듯이, 초대권이 팔리는 공연은 명성이나 장르와 무관하다. 공연 제작자들이 초대권 판매 여부를 체크하는 직원을 따로 둘 정도가 됐다. 뮤지컬 ‘해어화’ 기획사는 최근 옥션 측에 “초대권 수십 장이 올라와 있는데 정상적인 경로를 밟지 않은 것이니 내려달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인터파크나 티켓링크 같은 공연예매사이트의 관람 후기 코너에서도 “초대권이 있는데 저렴하게 팝니다” 같은 호객성 글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시장을 어지럽히는 문제의 초대권들은 ▲무가지·잡지 등에 광고비 대신 지불한 초대권 ▲프로모션 이벤트 대가로 제공한 초대권 ▲조명회사·음향회사 등 공연 관련 업체들에 준 초대권 등으로 파악되고 있다. 조용신 공연칼럼니스트는 “과거엔 매출을 숨기기 위해 주최측에서 초대권을 판매하기도 했다”며 “두세 사람 건너면 초대권을 구할 수 있는 국내 공연시장은 무더기 초대권 유통으로 시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정가(定價)를 지불하고 객석에 앉는 관객은 불쾌할 수밖에 없다. 관객 김모(여·27)씨는 “사실 대학생 신분일 땐 그런 초대권을 싼값에 구해 공연을 보기도 했지만, ‘제값 내면 바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할인을 감안하고 티켓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려잡아 생긴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80여개 극장이 밀집된 대학로에서는 하루 수천 장의 초대권이 뿌려진다. ‘초대 관객을 당장 얼마나 동원할 수 있느냐’로 마케팅 담당자의 능력(?)을 판단하는 풍조도 없지 않다. 지난해 ‘초대권 제로(0)’를 선언했던 사다리아트센터의 정현욱 대표는 “제작사가 뿌린 초대권은 ‘입소문’을 내는 효과도 거의 없어 스스로 시장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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