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극장, 멀티플렉스 맞나 ?
[마이데일리 = 이경호 기자] 서울시 강동구에 사는 직장인 변인무(29)씨는 최근 한 멀티플렉스 극장을 찾았다 깜작 놀랐다. 무더운 날씨에 시원한 공포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모처럼 극장에 갔지만 영화관은 온통 ‘디워’와 ‘화려한 휴가’가 상영되고 있었다.

관람을 원했던 공포영화는 ‘디워’와 교차 상영되고 있었고 그나마 가장 작은 스크린이었다. 지난 5월부터 7월 중순까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한국 멀티플렉스를 싹쓸이했다. 관객의 성향에 따른 선택보다는 극장의 편성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도 생겼다.

영화진흥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극장의 개봉영화 평균 스크린수는 2005년 26개, 지난해 27개 올해 상반기 29개로 미미한 증가를 보였지만 미국 직배영화의 경우 2005년 33개, 지난해 40개, 올해 49개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최고 흥행작 10편의 평균 스크린 점유율은 33%에 이르며 ‘캐리비안의 해적3’의 경우 전국 총 스크린수 1856개의 51%를 차지하며 개봉됐다.

영화 수익의 극장 의존도가 80% 이상이며 상영기간이 계속 짧아지고 있어 일부 작품의 스크린 싹쓸이는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대형영화, 톱스타가 출연한 화제작이 스크린을 장악하며 작품성이 뛰어나고 다양한 실험성이 담긴 영화들은 극장에서 소외되면서 영화산업전체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1일 개봉한 공포영화 ‘기담’은 개성 있는 화면구성과 독특한 내용으로 언론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치열한 스크린 전쟁 속 교차상영이 포함된 전국 200개 스크린을 확보에 만족해야 했다. 제작사 도로시에는 개봉 당일부터 “영화를 보고 싶어도 극장이 없다”는 항의전화를 받느라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많은 스크린에서 다양한 영화를 선보여 관객이 원하는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멀티플렉스의 장점이다. 하지만 국내 멀티플렉스들은 오직 매출확대를 위해 몇몇 작품만 집중적으로 상영하는 온리플렉스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by 100명 2007. 8. 18. 1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