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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롯데호텔서 주는 월급명세서 끝까지 받고싶어요" |
소공동 롯데호텔 여성노동자가 전하는 비정규직 직군의 실상 |
“용역으로 가면 2년을 보장해 주겠다고 했어요. 위로금 350만원도 주겠다고 했어요. 저같은 경우에는 영업팀장에게 불려가 1시간 30분동안 얘기했지만 제가 ‘그럴 수 없다’고 강하게 얘기하니깐 저는 그 이후부르지 않더군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18년을 근무했던 비정규직여성노동자는 16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처지를 담담하게 얘기했다. 김미영(가명)씨는 89년 7월 롯데호텔에 처음 입사해 지금까지 18년동안을 근무한 장기근속 비정규직이었다. 김미영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익명을 요구하는 이유는 다름아닌 자신이 롯데호텔에서 접시를 닦는 일이 주변에 알려지는게 두려워서였다고 털어났다. “어디다 올려달라고 할지도 모르고 가만히 일만 하다가 갑자기 용역으로 가라고 하니깐 화가 났어요” 그녀는 89년도 7월 20일경 롯데호텔 입사해서 지금까지 18년간 일을 했다. 주로 호텔 주방일을 했고 뷔페식당에서도 야채손질도 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업장에 가서 손님들의 주문이 나오면 반찬과 음식을준비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녀는 8년 정도 식당에서 일하다가 최근 롯데호텔 직원식당으로 발령을 받아 일하는 중이다. 그렇게 정규직과 동일한 일을 해왔는데, 지난 5일부터 비정규직보호법이 실시되면서 김미영씨는 식기만 세척하고 일만 담당하게 됐다. 그녀에 따르면 회사가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에 따라 동등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차별금지가 실시되자이를 피하기 편법을 썼던 것이다. 그런데 롯데호텔측이 그녀에게 지난 6월경에 사직서와 전적동의서를 주면서 사인하라고 했고 결국 이를 거부하자 다른 업장으로 가게 됐다고 한다. 김미영씨에 따르면 본점 비정규직 33명 중현재 14명을제외한 19명이 전원 용역전환됐다고 알려졌다. “가진 방법을 동원해서 사직서와 전적동의서를 작성하게 만들었어요. 일하는 도중에도 업장장이나 팀장이 불러서 1시간동안 ‘사표를 내라, 법을 이기랴, 노동조합과 있어봐야 힘이 없으니깐 일거리 잃어버리지 말고 해줄 때 가라’고 말했지요” 김미영씨는 이 과정에서 겪은 힘든 점도 털어났다. 특히 보통 하루에 9시간을 근무하는 동안 정규직과 비정규직들이 같이 생활하다보면 서로의 가정사도 자주 얘기한다고 한다. “우리와 정규직들이 같이 생활하니깐 서로를 잘 알아요. 그런데 문제는 회사와 가까운 한 동료가 이때 알았던 내용들을 사측에 정보를 줘서 약점으로 이용해 비정직원들을 괴롭히기도 했다는 점이에요. 특히 놀랬던 건 업장장이 동료들 사이에 ‘7월 1일부터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니깐 그때부터 용역들을 동원해서 직장에 못들어오게 한다’고 소문을 냈다는 얘기도 있었지요. 그때 한동안 우왕좌왕했어요 정말 당시는 분열도 많았습니다” 이후 김미영씨는 촛불집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별다른 제재없이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호텔 총지배인이 회의 때 ‘용역으로 전환해라 회사 방침이다. 회사가 적자다’라고 하면서 용역화만큼은 번복할 수 없었다고 얘기했다. “용역으로 가면 2년을 보장해 주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저는 그럴 수 없다고 강하게 반대했지요.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약하게 말한 사람들은 수차례에 걸쳐 불러 권유를 했습니다. 애초에 잠실 10명 본관 33명이 있었는데 결국 이래저래 넘어가고 나중에는 잠실 2명 남고 본관 14명 남아 지금 투쟁 중이죠”
“오는 8월 20일이면 해고를 법적으로 가능한 날이라고 합니다. 이미 사측이 한달전에 통보했지요. 그래서 오늘 급하게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오늘 민주노총과 연대해서 큰 힘을 보여줌으로써 20일 그런 사태가 안 올 거라고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김미영씨는 기자와의 인터뷰 말미에 같은 직군의 비정규직 동료가 겪은 독후감 일화을 털어났다. “지난달 전적동의서에 싸인을 안한 50대 넘은 비정규직 동료를 영업지원팀장이 옆자리로 출근시킨 적이 있습니다. 그 동료는 무려 3주를 팀장님 옆자리에 출근했지요. 팀장님이 그 동료에게 감동서비스라는 책을 던져주고 하루종일 독후감을 쓰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녀가 독후감을 써 내니깐 팀장님이 ‘성의없다’며 내던지고 성질까지 부렸어요. 그녀가 끝까지 전적동의서를 안 써주니깐 결국 최근에 일터로 다시 내려 보냈습니다” 한편 이날 공교롭게도 소공동 소재 롯데호텔 앞에서는 ‘롯데호텔 비정규직 사태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롯데호텔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촉구하는 규탄기자회견이 개최됐다. 그리고 이날 김미영씨와 뜻을 함께 하고 있는 롯데호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 중 한 명이 이같은 내용으로 간략하게 공개증언식으로 발언하기도 했다. 그녀도 이날 이 자리에 참석했다. 그녀는 기자와의 인터뷰가 끝난 뒤 “그래도 롯데호텔에서 주는 월급명세서를 끝까지 받고 싶어요. 결론은 용역에 안가겠다는거에요. 그게 다에요”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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