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극장 예년에 없던 `여름특수`
`디워``화려한 휴가` 쌍끌이 … "더위 잊고 주차도 편해요"

한여름밤 심야극장가에 이변이 일고 있다. 밤이면 한산해야 할 극장가가 관객들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극장 측도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모두 `디워` `화려한 휴가` 등 한국영화 대작들의 흥행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 9일 밤 11시, 국내 최다 좌석 수를 확보하고 있는 서울 강남 메가박스 코엑스점. 자정을 불과 1시간 남긴 이 시간에도 많은 젊은 관객들이 매표소 앞을 기웃거리고 있다. 밤 11시에 표를 끊어도 영화 상영시간 2~3시간을 고려하면 이들이 집에 돌아갈 시간은 적어도 새벽 2시 이후다. 평일 밤이었음에도 관객들은 저마다 보고 싶은 영화를 옥신각신 얘기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들이 그 늦은 시간 강남 한복판의 극장을 찾은 이유도 다양하다.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러 온 회사원 최수진 씨(23ㆍ여)는 "집에 있자니 더워서 친구와 함께 극장에 왔다"고 말했다. 주로 밤 12시에서 새벽 1시 사이에 상영하는 영화를 즐겨본다는 그는 적어도 2주에 한 번은 심야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는단다.

그가 오늘 볼 영화는 밤 11시 10분에 시작할 한국영화 `리턴`. 장르도 공포스릴러이기에 잠이나 더위를 쫓아버리는 데 제격이다.

같은 시간 극장을 찾은 회사원 강대인 씨(37ㆍ남)는 "여자친구가 유독 심야영화를 좋아해 나도 오게 됐다"고 말했다. 밤 12시를 넘겨서 보는 게 예삿일인데 오늘은 조금 앞당겨 11시 영화를 보게 됐단다.

강씨는 "심야에 극장을 찾으면 그래도 주말 낮보다는 덜 붐벼서 여유롭고 훨씬 시원한 것 같다. 주차하기에도 편리해서 좋다"고 장점을 늘어놨다.

집이 근처에 있어서 거의 매주 밤마다 극장을 찾는다는 회사원 최 모씨(33ㆍ남)는 "영화광이어서 그런지 밤에 와야 더욱 영화 볼 맛이 난다"며 "언제부턴가 습관이 들어 항상 밤에만 극장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극장들은 심야 시간대 상영 회차를 점차 늘리고 있는 추세다. 새벽 1ㆍ2시는 물론이고 아예 새벽 3시를 넘겨 상영을 시작하는 영화도 일부 상영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손계현 메가박스 코엑스점 캡틴(27)은 "8월 초부터 새벽 3시에 가까운 시간에도 상영 영화를 배치하고 있다"며 "방학과 휴가기간을 맞아 무더위를 피해 심야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예년 같은 시기보다도 훨씬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마지막 회차에 상영되는 영화들도 대부분 70%에 가까운 좌석점유율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최근 1~2주간 눈에 띄게 달라진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디워` 등 대작들의 상영시간이 짧은 점도 상영 회차를 늘려 더 많은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손 캡팁은 "밤에도 줄지 않는 업무량 때문에 모든 직원들이 정말 하루종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며 "지난 2004~2005년에 영화관이 성황을 이룰 때가 있었는데 지금 바로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하루의 모든 영화 상영이 종영되고 나면 새벽 5시께. 그러나 조조영화 상영이 오전 8시이기 때문에 극장이 불을 끄고 문을 닫는 것은 하루 중 불과 2~3시간에 그친다. 당연히 극장 직원들도 3교대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한여름 멀티플렉스 극장의 밤은 낮보다 되레 길어 보인다.

심야극장이 인기를 끌다보니 각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들은 전략적으로 관객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보통 밤 11시 이후에는 심야할인이란 명목으로 1000원을 할인해 6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영화관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다.

롯데시네마 노원관에서는 새벽 2시 이후, 영등포관에서는 새벽 1시 이후 단돈 4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문을 연 건대입구관과 에비뉴엘관은 밤 11시 이후에도 4000원에 관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패키지 상품까지 등장했다. 메가박스 코엑스점과 해운대점에서는 금ㆍ토요일 심야영화 두 편을 1만원에 감상할 수 있는 `메가나이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밤 11시 이후 최신 인기작 2편을 함께 보는 것. `디워`와 `화려한 휴가`를 한데 묶어 1만원에 볼 수 있는 셈이다. 두 영화 사이 잠깐 쉬는 시간에는 야식 판매원까지 등장해 분위기를 띄운다.
by 100명 2007. 8. 13. 1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