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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때문에 벌어진 공연장 황당사고 |
지난 5월 5일 연극 ‘필로우맨’ 공연이 한창이던 LG아트센터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2막 후반쯤 객석에서 고함소리가 터져나온 것이다. 춤추고 노래하는 뮤지컬이었다면 모를까 조용하디 조용한 심리극에서 이 같은 소동은 결정타였다. 주연 배우 최민식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전말은 이랬다. 한 중년 부부가 공연 중 오징어를 꺼내어 먹기 시작하자 주위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오징어 씹는 소리와 지릿한 냄새에 짜증스러웠지만 워낙 조용한 공연이라 소리내어 따지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보다못한 젊은 여성 한명이 불쾌한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부부는 아랑곳없이 계속 오징어를 먹었다. 용기를 낸 여성은 다시 한번 ‘그만 먹으라’고 했다. 이에 발끈한 중년 남성은 ‘젊은 것이 버릇 없다’며 고래고래 호통을 쳤다.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공연장 측에 거세게 항의했다. 사건의 발단이 된 중년부부는 이미 집에 돌아간 뒤였다. 화살은 공연장 매니저들에게 집중됐다. 이날 흥분한 관객들을 달래느라 진땀을 뺀 매니저는 “공연장 안에서 간식을 드시면 안된다고 몇번이나 공지해도 꼭 이런 소동이 생긴다”면서 “일일이 소지품 검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며 씁쓸해했다. 생리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공연 중간에 나가버리는 관객도 있다. 참기 힘든 상황이라고 해도 정도를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지난 6월 8일 동숭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연극 ‘썸걸즈’가 그랬다. 공연 도중 객석 뒤쪽에서 구두 소리가 나자 관객들은 배우가 등장하나 싶어 돌아봤다. 그 관객은 당당하게 가운데 계단을 지나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러곤 연기중인 배우들을 지나쳐 앞문으로 나가버렸다. 주위가 흐트러진 관객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한 스텝은 “맨 앞좌석과 무대 사이의 공간이 비좁아 무대에 올라갔던 것 같다”고 말하면서 “배우들이 매우 당황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말썽꾼은 휴대폰이다. 공연 전 몇번이나 전원을 꺼달라고 부탁해도 소용없다. 관람 중에 진동소리가 들리는 경우는 예사이고 벨소리가 그대로 터져나오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더 황당한 사례도 있다. 대학로 예술마당 맨 뒷좌석에서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관람하던 한 여성관객은 전화를 받기 위해 의자를 뛰어넘었다. 그는 좌석 뒷부분 바닥이 사람의 키 만큼 푹 꺼져 있다는 걸 몰랐다. 그 관객은 그대로 허공에 매달렸다. 너무 놀라 비명도 못지르는 상태였다. 다행히 뒷 좌석에서 함께 공연을 관람하던 관계자들이 뛰어가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 한 관계자는 “급한 전화라고 해도 관객이 좌석을 뛰어넘어 받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면서 “관객이 다치지 않았으니 해프닝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웃어 넘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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