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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탕쿠르, 게릴라조직에 억류중 극적 구출 ‘6년만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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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익 게릴라조직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 6년4개월여 동안 억류됐던 잉그리드 베탕쿠르 전 콜롬비아 대통령후보(46)가 2일(현지시간) 정부군의 첩보작전에 의해 극적으로 구출됐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국방장관은 수도 보고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베탕쿠르가 4년여 동안 억류됐던 미 국방부 계약직 직원 3명 및 콜롬비아 군·경 11명과 함께 구출됐다고 밝혔다.
콜롬비아 남동부 호세 델 과비아레 지역에서 구출돼 수도 보고타에 도착한 베탕쿠르는 “신과 콜롬비아 병사들에게 감사한다. 초현실적인 완벽한 작전이었다”며 감격의 일성을 터뜨렸다. CNN 방송이 생중계한 연설에서 베탕쿠르는 종종 울먹였지만 오랜 인질생활에서 막 풀려난 사람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차분하고 또렷한 음성이었다. 그는 “아직도 콜롬비아 대통령으로 일할 날을 꿈꾸고 있다”며 2010년 대선에 출마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암호명 ‘하케(Jaque)’로 불린 구출작전은 007영화를 방불케하는 콜롬비아 정부군의 치밀한 공작의 개가였다. 작전은 총 한 방 쏘지 않고 다친 사람 한 명 없이 완벽하게 수행됐다.
FARC 지도부에 잠입한 콜롬비아 정보요원은 3곳에 흩어져 감금됐던 인질들을 한 곳으로 모은 뒤 FARC 최고사령관 알폰소 카노에게 데려간다고 속여 헬기 2대에 태웠다. 정부군 요원들은 헬기가 이륙하자마자 함께 탄 게릴라들을 제압한 뒤 인질들에게 “당신들은 자유의 몸”이라고 석방된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 작전은 1년 전쯤 첩보요원을 FARC 최고지도부인 서기국에 침투시키면서 시작됐으며 이스라엘군의 도움이 있었다.
1961년 보고타 태생인 베탕쿠르는 부친이 유네스코 대사를 지내던 시절 파리에서 성장기를 보내면서 파리 정치대학(시앙스포)을 졸업했다.
프랑스인과 결혼했다 이혼한 그는 프랑스와 콜롬비아의 이중 국적을 갖고 있다. 상원의원을 거쳐 2002년 대선에서 산소당 후보로 출마한 베탕쿠르는 그해 2월 반군 통제지역에서 유세를 벌이다가 보좌관 클라라 로하스(피랍 후 부통령후보로 지명)와 함께 FARC에 납치됐다.
콜롬비아 현대사를 한 몸에 응축한 그의 비극에 콜롬비아와 프랑스는 물론 세계 각국이 관심을 보이면서 석방 교섭이 수차례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 3월에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석방을 시도했지만 생존 사실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1월 밀림 속에 억류된 모습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와 편지가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 “기력이 떨어지고, 식욕이 없으며, 머리카락이 빠지고 있다”고 말해 심금을 울렸다. 또 라디오를 통해 가족들의 안부 방송을 들을 수 있다며 딸과 아들에게 매주 3번씩 메시지를 보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 1월 클라라 로하스가 먼저 석방되면서 베탕쿠르 석방에 대한 기대도 부풀었다. 베탕쿠르는 구출된 뒤 “지금의 이 행복한 순간도 많은 인질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잊게 하지는 못한다”면서 “납치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약속과 함께 콜롬비아에 평화가 와야 한다”고 말했다. 콜롬비아에서 납치됐다 풀려나지 않은 사람은 700여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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