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화려한 휴가>의 '화려한' 흥행을 기대한다 재미있고, 반가워서 더 의미있는 영화
사실, 스토리만으로 따져본다면 이보다 더 '영화적인' 스토리가 있을까 싶다. 그런데, 그래서일까. 영화적인 스토리를 영화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로서의 <화려한 휴가>는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감동적이다' '찡하다' '눈시울이 젖어든다'와 같은 관객들의 반응은 결코 <화려한 휴가>가 가져다주는 영화적인 힘이 아니다. 그것은 5·18 광주 민중항쟁이 27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죄의식'에서 비롯된 눈물샘의 자극일 뿐이다.
동생의 죽음을 통한 형의 복수심은 이미 <태극기 휘날리며>를 통해 익숙해진 설정이며, 순수와 평화가 가득한 공간에서 일어난 시대적인 아픔은, 오히려 그 치유과정까지 보여준 <웰컴 투 동막골>에 미치지 못한다.
물론, 영화는 어디까지나 상업성을 무시할 수 없다. 100억원 이상을 투자한 블록버스터라면 더욱 그렇다. 5·18의 감동을 그대로 재현하면서, 27년 전 해방 광주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구성의 재미까지 곁들이기는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형제가 등장했고, 눈물샘을 자극했으며,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들이(어쩌면 편집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등장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느닷없이 김상경이 차를 몰고 무기고를 침입해 탄약과 무기를 탈취하는 과정과 뜬금없이 미국의 항공모함에 대한 대화가 나오는 것 등은 분명 이해하기 힘든 구성이다(시민군이 무장을 하게 되는 과정이 지나치게 생략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고, 미국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 마디의 대화로 끝나버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 같은 소재를 만화화한 강풀의 <26년>처럼 복수심에 불타는 광주 희생자들의 자식들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그날에 대해 한두 마디로 얘기할 수 없으니 얘기하지 않겠다던 '그분(?)'에게 총을 쏘며 단죄를 내리는 주인공은 없지만, 그래서 교과서 단 두 줄로만 광주 민중항쟁을 배워온 지금의 세대에게 5·18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말해주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
그것은 반가움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그 의미를 밝혔듯이 최초로 5·18을 정면으로 내세운 영화여서 반갑고, 영화를 본 뒤 5·18에 대해 인터넷을 검색해보는 학생들이 있다기에 반갑고, 과연 그게 사실이었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어 더욱 반갑다.
영화적인 힘은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혹은 단순하게 사람들의 죄의식을 소비하는 영화이면 어떠리. 그날의 작전명이 아리러니 하게도 '화려한 휴가'였듯이, 이유야 어쨌든 '화려한' 흥행이 된다면 그것으로 의미는 충분하다.
내가 알고, 네가 알고, 그래서 우리가 알게 된다면, 우리는 그날의 진실을 어두컴컴한 영화관에서 마주하는 게 아니라 좀 더 밝고 넓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마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5·18의 또 다른 희생자로 불리우는 계엄군의 입장에서 바라본 그날이 됐든, 아니면 그날의 희생자들이 남긴 5·18 2세대들의 삶이 됐든, 분명 '새로운 이야기'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이야기 속에서 5·18은 분명 우리에게 '현재진행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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