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한국영화 주류로 다시 뜰까

기사입력 2008-07-04 07:21


[OSEN=손남원 기자]충무로의 영원한 비주류로 불리는 김기덕 감독이 올해는 한국에서의 흥행 염원을 풀수 있을까?

'김 감독은 적은 예산으로 작업하는데 일가견을 갖고 있다. 충무로가 코스닥 시장 등에서의 '묻지마 투자'로 거품에 빠져있을 때조차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의 30%에도 못미치는 예산으로 작품을 찍었다. 그럼에도 그의 영화에는 장동건 조재현 이승연 하정우 등 숱한 스타들이 출연했고 또 다른 많은 이들이 출연을 바라고 있다. 그만큼 배우들의 그를 향한 경외감이 강한 것이다.

'추격자'로 톱의 자리에 오른 하정우는 얼마전 한 인터뷰에서 그에 대해 "김기덕 감독은 진정한 영화인이다. 정말 흥미로운 분이고 영화를 만드는 일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감탄한 적이 있다.

그런 김 감독의 최신작 은 '비몽'. 일본의 꽃미남 스타 오다기리 죠와 이나영의 캐스팅으로 올해 초, 크게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남 녀 공히 최고의 주연배우를 기용한 만큼 "이번에는 한국 개봉에서 어느 정도 관객이 들지 않겠냐"는 게 영화관계자들의 조심스런 관측이다.

기본적으로 오다기리 죠, 한 명만 해도 고정팬 수만 관객을 몰고 다니는 배우다. 여기에 '비몽'은 최근 제 56회 산세바스티안 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국내 보다는 항상 외국에서 더 인정받는 김 감독의 진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꿈과 현실을 오가는 불가사의한 인연으로 얽힌 진(오다기리 죠 분)과 란(이나영 분)의 이야기인 '비몽'은 감각적이고 몽환적인 사람을 담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 2006년 "한국에서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는 '한국관객 수준' 발언으로 돌출 행동을 한 후 국내 입지가 상당히 좁아졌다. 가뜩이나 상업성과 거리가 멀었던 그의 영화들은 제작비 조달에 더 어려움을 겪었고 출연진 개런티를 줄이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로 버티고 있다.

예술영화나 작가주의 작품들은 한국 영화계에 설 자리가 없는 현실이다. 김 감독은 이 벽을 깨려고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현실의 장벽은 두터웠다. 배급사와 극장주들은 관객이 들 것같지 않은 영화에 스크린을 내주지 않는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돈을 버는 게 지상 과제인 그들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관객을 떠나서는 살수없는 게 역시 영화다. 상업과 문화의 경계선에 위치한 것이다. 김 감독도 이같은 아이러니를 잘 알고 있다. 당시 논란 때 “‘시간’이 20만을 넘어준다면 내 생각(한국에서는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이 바뀔지도 모른다”고 미련을 보인 것도 그래서다.

이같은 면에서 오다기리와 이나영의 투톱을 내세운 '비몽'은 여러가지 기대를 가능케하고 있다.

김 감독은 국내 흥행과는 인연이 적은 대신에 세계 유수의 영화제들에서는 각광을 받고 있다. 2004년 '사마리아'와 '빈집'으로 각각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고 지난해 전작 '숨'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는 쾌거를 이룩했다.
by 100명 2008. 7. 4. 0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