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디지털 산책] 문화콘텐츠 산업의 새 테마파크 |
최영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전략기획본부장 |
![]() |
1955년 미국 서부의 벌판에 모래바람이 일었다.
많은 사람들이 개장과 동시에 아우성을 치며 환호의 도가니가 되었다. 이곳은 바로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의 디즈니랜드다. 월트 디즈니가 애너하임에 디즈니랜드를 개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불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반세기가 조금 넘은 지금은 어떠한가. 디즈니랜드는 연간 1000만명이 넘게 방문해 꿈과 환상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 했을 뿐 아니라 월트디즈니의 주요 수익원으로 그리고 지역발전에 이바지하는 견인차가 됐다.
디즈니랜드의 성공으로 캐릭터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테마파크를 캐릭터 비즈니스의 최종 목표로 인식하게 됐다. 그리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유니버설 스튜디오, 오션파크, 레고랜드, 아스테릭스 파크 등이 생겨났으며, 우리나라에도 세계 5대 규모 안에 드는 에버랜드를 비롯해, 서울랜드, 롯데월드, 드림랜드 등과 같은 적잖은 테마파크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테마파크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콘텐츠 즉, 캐릭터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디즈니랜드를 방문하는 사람은 디즈니랜드에서 `미키마우스', `푸우', `도날드 덕', `백설공주'와 같은 캐릭터를 만나고 체험하는 것을 기대한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제작 또는 배급한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만나길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테마파크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어떤 캐릭터를 만나고 체험하는 것을 기대할까? 에버랜드의 캐릭터가 무엇인지, 서울랜드의 캐릭터가 무엇인지, 롯데월드의 캐릭터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인지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캐릭터가 뚜렷하지 않은 우리나라 테마파크는 `테마'보다는 스릴과 오락(어뮤즈먼트)에 집중된다. 즉 테마파크가 캐릭터로 만들어진 하나의 세계(테마)를 경험하기 위해서보다는 놀이시설의 스릴을 맛보는데 그치는 것이다. 때문에 테마파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테마파크는 테마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런 우리나라 테마파크에서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테마파크가 있어 눈에 띈다. 바로 파주 헤이리에 위치한 `딸기가 좋아'다. 지난 1997년 쌈지(대표 천호균)에서 출시한 딸기는 가방을 비롯한 패션상품 위주로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얻은 후 둘리 이후 가장 오랫동안 장수한 국산 캐릭터 중 하나이다. 이 꾸준한 인기를 바탕으로 쌈지는 2004년 파주 헤이리에 오감 체험 위주의 `딸기가 좋아'라는 테마파크를 선보였다. 그리고 `딸기가 좋아'의 반응이 예상보다 좋아지자 2005년 `딸기가 좋아Ⅱ-나도 해볼래', 2007년 `딸기가 좋아Ⅲ-집에 안갈래'를 잇따라 선보였다.
이 곳에는 놀이기구를 통해 스릴을 즐기는 데 집중한 에버랜드, 서울랜드, 롯데월드와 같은 테마파크와는 달리 철저히 캐릭터 위주의 테마파크를 기획했다. 그런 면에서 지금까지 한국형 테마파크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는 낯선 테마파크다. 그러나 테마 룸, 공작실, 극장, 미술창고, 서점, 카페 등으로 구성돼 있는 `딸기가 좋아'는 사람들이 무형이라고만 인지했던 캐릭터를 직접 보고 체험하며, 관련 상품도 구매한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방문객의 급증으로도 간단히 증명되고 있다. 2007년 이 테마파크의 방문객 수가 5월 현재, 2006년 전체 방문객 수의 2배라고 하니 이 테마파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알 수 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유니버설 스튜디오, 디즈니랜드와 같은 외국 테마파크가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직까지 구체화된 이야기는 없으나 몇몇은 우리나라 시행사와 사전양해각서(MOU)를 맺었다는 기사도 나오고 있다. 외국의 유명 테마파크 유치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캐릭터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우리나라 테마파크가 외국의 테마파크에 비해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점 바로 캐릭터의 부재가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딸기가 좋아'가 우리나라 테마파크 현실에 시사하는 바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