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만의 ‘백제의 미소’, 되찾기까지...

기사입력 2008-07-03 15:37 |최종수정2008-07-03 16:37


[한겨레] “자연경관과 어우러지면서 문화재의 참멋을 잃지 않는 불상 보호 방안을 고민 중” 문화재청

 43년 만이다. “서산 마애삼존불을 왜 ‘백제의 미소’라 부르는 걸까?”라는 물음에 7월의 햇살을 받은 3개의 불상이 한껏 머금은 미소로 답을 해주었다. 보호각이 철거된 뒤 자연 햇살 아래 모습을 드러낸 마애삼존불(국보 제84호)을 보러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관람객들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터져나왔다.

 1959년 4월 발견된 충남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의 서산 마애삼존불상은 6세기 말~7세기 초에 조각된 유물로 추정된다. 어림잡아 천오백살 이상의 나이다. 이 마애불은 입체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양각인데다, 용현계곡 벼랑 바위 면에 자리 잡아 자연에 고스란히 노출된 채로 그 세월을 견뎌왔으니 제아무리 단단한 화강암이라 하여도 상당부분 풍화가 진척되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문화재청은 1965년 불상의 훼손을 막기 위해 보호각을 설치했다. 그러나 풍화작용 등을 막으려 설치했다는 이 전각은 비바람뿐만 아니라 햇빛까지 차단해 이때부터 `백제의 미소’는 보호각 그늘 아래 감추어진다. 불상에 전등을 비춰가며 그 미소를 찾아보려던 관람객들은 불상 들머리에 설치된 안내판의 사진으로나 그 아름다움을 짐작할 뿐이었다.

 


 그러나 이 보호각은 백제의 미소만 가린 것이 아니었다. 인위적으로 통풍과 채광을 막자 내부에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피어 이 역시 불상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서산시는 지난 2005년 11월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보호각 벽면을 철거하기로 결정한다. 공사가 시작되면서 마무리된 2006년 3월 전각 내부가 드러나자 다시 한 번 `백제의 미소‘가 되살아날 것인가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빗물이 직접 불상에 닿는 것을 막으려 전각 지붕을 남겨둔 탓에 햇빛은 불상의 얼굴에 닿지 못했다.(2006년 3월 28일 <한겨레> 보도)

 보호각 벽면 철거 당시 서산시는 1-2년 동안 불상의 풍화 상태 등 보존 상태를 지켜본 뒤 지붕철거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시와 문화재청은 관계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난 5월 중순께 불상 표면 백화와 이끼 등을 세척하고, 6월 말까지 불상 주변에 발생한 일부 균열부분을 강화처리 해 긴급 보수작업을 마무리했다. 드디어 43년 만에 백제의 미소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전부는 아니다.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문화유산은 필연적으로 현 세대의 향유와 미래세대를 위한 보존- 두 기둥 위에 설 수밖에 없다. 1500년 전에 조성된 마애삼존불의 미소를 보며 얻은 감동을 고스란히 후대에 전해야 하는 숙제가 남은 것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자연경관과 어우러지면서 문화재의 참멋을 잃지 않는 불상 보호 방안을 고민 중이다”라고 밝혔다.

서산/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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