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사-제작사 겸업 권력 폐해 크다

기사입력 2008-07-03 09:49 |최종수정2008-07-03 15:11


[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요즘 들어 연예인 및 스타를 관리하는 기획사와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하는 제작사 겸업을 하는 곳이 늘면서 적지 않은 폐해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한 드라마 출연배우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바로 허영만 만화원작으로 인기를 끌다 영화화돼 흥행돌풍을 일으킨 ‘타짜’의 드라마화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불거져 나왔다.

이 드라마를 제작하는 곳은 올리브나인이고 방송사는 SBS다. ‘타짜’의 주요한 배역중 하나인 정마담역에 성현아가 캐스팅됐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고 얼마 되지 않아 정마담역에 강성연이 투입될 것이라는 또 다른 내용이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러한 혼선에 대해 ‘타짜’연출자와 제작사인 올리브나인의 견해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출자는 성현아를 캐스팅하려했고 강성연 소속사이기도 한 올리브나인은 자사소속 배우를 기용하려는 입장이 맞섰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배우 한사람의 교체이상의 것이 잠재해 있다. 점차 늘고 있는 연예인 매니지먼트 업무와 제작 사업을 겸업하면서 권력화하고 있는 스타 시스템의 문제점의 한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1910년대부터 1940년대 중반 미국 할리우드 거대 영화사들은 감독, 배우, 작가, 스태프들을 전속제로 묶어 자사에서 제작한 영화에 기용했다. 소속 배우들은 다른 영화사에 출연을 하지 못하는 제도가 시행됐다. 1940년대 중반 영화사의 반독점법에 대한 위반 판결이 미연방법원에서 나오면서 제작업무와 연예인 관리업무 겸업을 못하게 법적으로 못을 박았다. 이제도는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연예인 관리업무를 주로 하는 연예기획사가 드라마나 영화의 제작 사업을 겸업할 수 있게 돼 있다. 같은 회사명으로 연예인 매니지먼트 업무나 드라마, 영화 제작을 겸업할 수 있는 것이다. 혹은 다른 자회사를 만들어 제작사업을 전개하기도 한다.

근래 들어 싸이더스iHQ, 예당, 팬텀, 올리브나인, JS픽처스 등 연예인 관리업무와 제작사업을 병행하는 곳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방송사의 드라마 외주제작 비율이 커지면서 스타나 연예인을 관리하는 기획사들이 제작사업까지 확대하는 경우가 늘었고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하는 제작사는 연예인 관리업무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연예인 관리와 제작 사업을 겸업하는 곳이 급증하면서 폐해도 늘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하면서 자사소속 배우를 우선 기용하고 심지어 독식하는 경우마저 생겨나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의 배역 특성과 상관없이 자사소속 배우들의 이윤을 창출하기위한 조치다. 그리고 신인들 역시 제작 사업을 하지 않고 연예인 매니지먼트만 하는 기획사 신인들보다 훨씬 많은 출연기회를 얻고 있다.

이 때문에 배역의 적격을 찾기 보다는 소속 배우를 기용하는 관행이 자리를 잡고 이 때문에 적지 않게 드라마나 영화 완성도가 떨어지고 다양한 연예인 지망생이나 신인들의 출연기회가 봉쇄돼 좋은 연예인적 자원들의 양산 기회를 감소시키는 폐해가 늘고 있다.

이제 기획사와 제작사업무 겸업에 대한 폐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드라마 '타짜'의 정마담역을 놓고 성현아와 강성연 캐스팅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마이데일리 사진DB]
by 100명 2008. 7. 3. 1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