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영화 개봉일 질서 지켰으면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토요일 오전 조조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 앞에 줄을 섰던 기억이 난다. 개봉일에 남들 보다 먼저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일종의 뿌듯함이 있었다. 하지만 대형 멀티플렉스가 들어서고 주 5일제 근무가 확산되면서 영화 개봉일이 토요일에서 금요일로 변경됐고, 그러한 기쁨은 더이상 누리기 힘들게 됐다. 게다가 얼마 전부터는 아예 대부분의 영화들이 목요일로 개봉일을 옮겼고, 유료시사회다 뭐다 하면서 수요일 밤부터 개봉하는 사례들이 늘어났다.

또 흔히 블록버스터라고 불리는 대작 영화들은 그것도 모자라 수요일 개봉을 정례화 해버렸다. 몇해 전만해도 수요일 개봉은 매우 특수한 경우나 사정이 있을 때만 가능한 일이었지만 지난해부터는 조금 규모가 큰 영화들은 대부분 수요일에 개봉을 했고, 관객들도 그것을 당연히 여기기 시작했다. 올해만 봐도 ‘스파이더맨3’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 ‘슈렉3’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등 사이즈가 커보인다 하는 영화들은 죄다 수요일로 일찌감치 개봉일을 못박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음주에는 아예 화요일에 개봉하는 영화들도 생겨난다. 제헌절인 17일이 화요일이다 보니 아예 화요일로 개봉일을 조정한 것이다. 한국영화도 이러한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이다. 몇몇 한국영화들도 울며겨자 먹기로 마케팅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면서 할리우드 영화와 경쟁을 위해 목요일에서 개봉일을 수요일로 긴급 변경하는 사례들도 늘었다. 최근에는 심형래 감독의 대작 ‘디워’가 애초 목요일 개봉에서 개봉일을 하루 앞당겨 8월1일 수요일로 개봉 날짜를 변경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개봉 첫 주말 동안 승부가 나지 않으면 곧바로 다음주 월요일부터 상영관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 하루라도 빨리 자신들의 영화를 극장에 내걸고 1개의 스크린이라도 더 확보하려는 영화업자들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영화사들의 변칙 개봉으로 관객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요즘 극장에 가면 “이 영화 벌써 개봉했네”, “아직 개봉안했데”라고 말하는 관객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굳이 개봉일을 법적으로 정해 규제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극장가의 배급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라도 배급업계, 극장업계는 나서서 이러한 문제를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 봐야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러다가 월요일 개봉작까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by 100명 2007. 7. 17.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