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올림픽” 쫓겨나는 베이징 서민들

기사입력 2008-07-03 03:13 |최종수정2008-07-03 09:17


[동아일보]

■ 올림픽 앞둔 베이징 ‘도시 정화의 그늘’

《“올림픽 열리니 서민만 힘겹네.”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헤이처(黑車·불법 자가용 택시)’를 모는 천모(46) 씨는 요즘 생계 걱정에 잠이 안 온다. 올림픽을 앞두고 경찰의 단속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단속에 걸리면 1만∼2만 위안(약 150만∼300만 원)의 벌금을 물고 5∼10일의 구류까지 살아야 한다. 천 씨는 “4개월 전 11만7000위안(약 1790만 원)을 주고 새 차까지 마련했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올림픽을 한 달여 앞두고 베이징 시가 각종 규제와 단속을 대폭 강화하면서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대박’을 꿈꾼 호텔이나 상점들도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 ‘쪽박’을 차야 할 처지가 됐다.》

○ 불법 생계수단 “꼼짝 마라”

베이징의 독특한 교통수단인 ‘싼룬처(三輪車·무동력 자전거 택시 또는 오토바이 택시)’는 최근 경찰의 단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택시를 타기엔 가까운 1km 안팎의 거리를 3∼5위안(약 450∼750원)에 연결하는 싼룬처는 베이징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애용했지만 이제는 걷거나 기본요금이 10위안(약 1500원)인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주로 육교 밑에서 영업하던 자전거포와 구두수리점도 모두 철거됐다. 하루 30∼50위안을 벌어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던 이들에게 갑작스러운 경찰의 단속은 날벼락이나 마찬가지다.

차오양(朝陽) 구 왕징(望京)에서 구두 수리로 생계를 유지해 온 왕모(50·여) 씨는 “하루 벌어 겨우 입에 풀칠하는데 올림픽 때문에 이것도 어렵게 됐다”며 울상을 지었다.

길거리의 세차공과 노점상도 경찰의 단속으로 생계수단을 잃었다. 5000여 명으로 추산되는 베이징의 거지들도 최근 모두 고향으로 강제 이송됐다.
by 100명 2008. 7. 3. 1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