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화·수…개봉요일 ‘빨리 더 빨리’
한겨레 | 기사입력 2007-07-12 19:30

[한겨레] 요즘 배급업자들 사이에선 “이러다가 개봉 요일이 토요일로 되돌아가겠다”는 우스개가 나돈다. 대형복합상영관들이 들어서기 전 토요일이던 개봉 요일이 1~2년 전부터 목요일로 굳어지더니 요즘엔 화·수 개봉작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를 분석해보면 지난해 1월1일~5월31일엔 수요일 개봉작이 143편 가운데 3편이었는데 올해 같은 기간엔 156편 가운데 17편으로 뛰었다. 특히 흥행을 좌우하는 대형 영화들은 거의 대부분 수요일 등 주중에 개봉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할리우드 대작 영화들이 주도하고 있다. <스파이더맨 3>이 화요일인 5월1일에 개봉했고, <슈렉3>(6월6일)과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5월23일)이 수요일에 시작했다. 이어 <해리포터와 불사조의 기사단>도 공휴일도 아닌데도 11일 수요일에 개봉했다. 남윤숙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이사는 “관심을 한꺼번에 받는 잇점이 있어 전 세계 동시개봉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주인 17일 제헌절 화요일에는 <다이하드 4.0>과 타이 공포영화 <샴>이 기다리고 있다. 심형래 감독의 300억원짜리 영화 <디워(D-War)>도 애초 계획에서 하루 앞당겨 수요일인 8월 1일 개봉한다.

이처럼 개봉 요일이 앞당겨지는 조짐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대작들이 유료시사회라는 명목으로 수요일 저녁에 사실상 개봉하기도 했다. 추석 등 대목에는 여러 작품이 몰려 개봉일을 경쟁적으로 하루 앞당기는 현상이 생겼다. 이처럼 주중 개봉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극장과 대작 영화를 배급하는 배급사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극장은 흥행력이 처지는 영화들 대신 빨리 대작이 들어와 관객수를 끌어올려주길 바란다. 관객수가 적은 주중에 대작 영화를 개봉하는 것은 극장들로선 양손 들고 환영할 일이다. 관객의 기대를 모은 대작 영화들은 하루라도 먼저 개봉하는 것이 첫주 관객수를 늘리는 데 유리하므로 주중 개봉을 선호한다. 영화를 최대한 많은 스크린에 걸어 짧은 기간에 최대한 벌어들이는 ‘와이드릴리스’ 방식이 자리잡은 상황에선 첫주에 얼마나 관객수가 많은지가 이후 스크린 수를 유지하거나 관객을 끌어들이는 데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관객수가 지난해보다 10% 정도 줄어들어 더욱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할리우드 대작들이 전세계 동시 개봉을 늘리는 동시에 한국에서 먼저 개봉해 시장 반응을 파악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도 목요일 관행이 깨지는 데 한몫하고 있다.

이처럼 대형 영화들이 개봉요일을 주중으로 앞당기면서 틈바구니에 낀 상대적으로 작은 영화들이 영화관에 걸릴 수 있는 시간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해리포터…>와 같은 주에 개봉하는 <해부학교실>은 울며 겨자먹기로 일부 극장에서 개봉을 하루 앞당겨 11일에 맞췄다. 영화제작사 청어람 황지현 마케팅 팀장은 “극장들도 한꺼번에 시간표와 프린트를 갈아끼우기를 바라는데다 경쟁하는 영화가 앞당기면 하루라도 더 틀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며 “또 블록버스터 <다이하드4.0> 때문에 일주일 동안 스크린을 지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이하드4.0>이 바로 다음주 화요일에 쫓아오니 <해부학교실>은 나흘 정도 안에 승부를 봐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수요일 개봉이 상대적으로 작은 영화들에겐 이래저래 부담스러운 일이다. 김태성 쇼박스 홍보부장은 “대작 영화가 아니면 관행이 아닌 수요일 개봉했다가 첫날 반응이 썰렁할 경우 오히려 흥행에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심희장 아이필름 마케팅 이사는 “수요일 개봉을 알리려다보니 마케팅 비용은 더 들고 상대적으로 작은 영화들은 주말이 되기도 전에 스크린이 조정되기도 하는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by 100명 2007. 7. 13. 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