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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한국인의 문화차별 |
한국인의 문화차별 신 은 희 (국제평화대학원 교수) 한국사회가 다문화 다인종 사회로 변하면서 문화차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인의 문화차별 현상은 독특하다. ‘샌드위치 문화차별’이라고나 할까? 백인은 어려워하지만 흑인이나 유색인은 쉽게 생각한다. 백인한테서 인종차별을 당하면 참고 넘어가지만 유색인이 조금이라도 무시하는 행동을 보이면 못 견딘다. 지난 6월 경남에서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이 한국인에게 무자비하게 구타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맞은 이유는 ‘건방지다’는 것이었다. 차를 태워주겠다고 했는데 외국인 노동자들이 아무 대답도 없이 담배만 피우는 모습이 건방지게 보였던 것이다.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각목 등으로 얻어맞아 팔이 부러지는 등 전치 10주의 중상을 입었다. 자신의 호의가 무시당했다고 저지른 분풀이치고는 너무 지나쳤다. 과거에 비하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처우가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공장에서 손가락이 잘려 나간 노동자가 치료를 요청하자 ‘너희 나라로 갈래? 네 방으로 갈래?’라고 했던 때도 있었다고 한다. 잘려나간 손가락을 움켜쥐고 자기 방으로 돌아가야 했던 처참한 상황에 비하면 오늘날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이 향상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온 유색인 노동자에 대한 문화적 차별은 여전하다. 백인 특별대우, 유색인 차별 한국사회에서 백인들은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백인들이 유학이나 연수를 오면 잠자리나 음식마저 신경을 바짝 쓴다. 하지만 제3세계 유색인에 대해서는 거의 배려하지 않는다. 종교적 이유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회교도에게 급식 단가를 맞추기 위해 돼지고기를 먹으라고 강요하다가 소송을 당한 기업도 있다. 백인들의 의견이나 비판은 긴장하여 듣지만 가난한 나라에서 온 노동자들의 의견은 듣지도 않고 호소마저 무시한다. 동남아지역에서 벌이는 한국인의 추태는 실로 엽기적이고 세계적이다. 아동 성매매는 물론이고 신부감을 고른다면서 여성들을 알몸 상태로 세워놓기도 한다. 백인여성에게는 절대로 하지 못할 행동을 동남아시아의 여성한테는 거침없이 한다. 문제는 그들에 대한 차별이 우리보다 가난하다는 이유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인종적, 문화적 가치가 돈으로 결정되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선진 한국’을 표방하기에는 너무 미개한 문화인식이 여전히 우리사회에 존재하고 있다. 오늘날 ‘후진국’이라고 무시하는 국가들은 한결같이 아름다운 문화와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우리가 동경하는 미국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오랜 역사와 찬란한 문화를 꽃피워 왔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유적이나 인도의 타지마할은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다. 베트남의 토지신앙과 아프리카의 샤머니즘 전통은 오늘날 현대인이 잊고 사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성을 회복시키는 정신문화이다. 분열적 사고를 치유하고 유기체적인 삶을 통해 조화와 공존의 지혜를 알려주는 문화유산들이다. 나라가 잘 살게 될수록 타문화에 대한 성숙한 인식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국이 부강해질수록 외국인 인구는 점점 늘어갈 것이다. 탈북자와 이민자도 늘어날 것이다. 새로운 얼굴의 한국인도 많아질 것이다. ‘모자이크’ 문화 바람직 미국의 다문화는 ‘용광로’ 문화를 지향한다. 백인이 중심이 된 사회 속에 다양한 문화들이 녹아들어 만드는 사회이다. 그러나 한국의 다문화는 ‘모자이크’ 문화이어야 한다. 하나가 다른 것들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들이 어울려 전체의 미를 창조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한가지로만 통일해야 하는 배타주의와 근본주의를 위한 공간은 없다. 21세기 문화강국이란 자신의 문화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문화와 함께 다른 나라의 고유한 문화를 이해하고 아끼는 성숙한 사회를 뜻한다. 돈이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아름다운 내면세계로 가치판단을 하는 인식의 대전환. 여기에 선진 대한민국의 희망이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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