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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동계올림픽 유치 위해 한국 압박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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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소치가 한국의 평창을 누르고 2014년 동계 올림픽을 개최지로 선정됐지만 일부 공개되지 않은 일화와 비사(秘史)들이 있습니다. 저 자신 역시 그동안 이런 저런 사실들을 기사화할까 말까 고민하면서도 양국간 외교적인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그냥 묻어둔 게 꽤 있었지요. 이제 뭐 지난 일이니. 러시아가 북핵(北核) 문제 해결의 최우선 과제였던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에 적극 개입한 것도 동계 올림픽 자국 개최를 위해 한국측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외교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제가 잘 알고 있는 외교관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었지요. 지난달 5일 아시아전략대화(ACD) 외무장관회의 참석 차 방한했던 세르게이 라브로프(Lavrov) 러시아 외무장관은 송민순(宋旻淳)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서 BDA문제를 러시아가 나서 해결하는 대가로 한국이 러시아의 동계 올림픽 유치에 대해 지원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는 이에 앞서 지난달 9일부터 10일까지 열린 ‘상트 페테르부르크 세계 경제포럼’ 에 참가한 한국 대표단에게도 별도 면담을 요청한 뒤 평창의 동계 올림픽 유치를 포기하고, 러시아의 소치를 지지해줄 것을 직접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교 소식통은 “러시아의 동계 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알렉산드르 주코프(Zukov) 러시아 부총리가 한국 대표단을 따로 불러, ‘이번 대회를 러시아가 유치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기 바란다’ ”며 “한국측이 대회 유치를 러시아측에 양보할 것을 정중히 요구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대표단은 “에너지 분야 협력 등 러시아와의 경제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상당히 기대했다가 러시아측이 예상하지 못한 동계 올림픽 양보안을 꺼내자 별 대화도 못한 채 상당히 곤혹스러웠다”는 것이 당시 참석자의 말입니다. 포럼에는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단장으로 한 우리 대표단이 참석했었지요. 러시아가 동계(冬季) 올림픽 최종 후보지 선정을 앞두고 한국에게 ‘유치 포기’를 종용한 사실은 만약 당시 공개됐더라면 파문이 일 수도 있었겠지요. 러시아는 흑해(黑海) 연안의 휴양 도시인 소치를 내세워 한국의 평창,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와 동계 올림픽 최종 후보지 선정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던 와중에 있었던 일인데 참 러시아답게 과감한 외교 행위라고 보였습니다. 당시 우리측에게 포기를 요청했던 주코프 러시아 부총리는 과테말라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원국을 상대로 막후 로비를 하는 등 동계올림픽 러시아 소치 유치를 총 지휘했지요. 러시아는 그동안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Putin) 정부가 사활을 걸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그 동안 국제대회 유치를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번번히 탈락했지요. 지난 2000년 집권 이후 막대한 오일달러 유입으로 경제가 살아나자 동·하계 올림픽을 유치해 러시아의 위상을 과시하고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차원에서였지요. 지난 1980년 하계 올림픽을 유치한 러시아는 당시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등 냉전 상황에서 미국과 서방의 대회 참가 보이콧으로 반쪽 대회를 치른 이후 국제 대회를 유치하지 못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나서 월드컵과 유럽축구선수권 대회와 하계(夏季) 올림픽 유치에 나섰지만 번번히 실패했지요. 이 때문에 이번 대회 유치를 국가 대사로 간주하며 총력을 기울인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돈은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하여튼 이번 동계 올림픽을 한국이 유치했더라면 양국 외교 관계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도 외교가에서 나돌았습니다. 한국이 유치할 경우, 러시아는 대(對)러 경협차관의 현금 상환 문제와 에너지 협력 분야에서 우리측에 상당한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은 예상이었지요. 러시아 유치로 끝난 상황에서 일부 맘을 졸였던 사람들에게는 이제 차라리 속이 편하게 됐다고나 할까요. 한국은 유치에 실패했지만, 러시아의 과감한 작전 등을 되새겨볼 만 합니다. 하여튼 러시아가 이번 올림픽 유치를 통해 사회간접 자본 투자와 스포츠 시설 확충은 물론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길 바래야지요. ===사진은 흑해 소치 주변의 해수욕장입니다. 소치는 러시아 사람들이 가장 즐겨찾는 휴양지입니다. 여름에는 해수욕장으로 겨울에는 스키를 타며 즐기지요. 카프카스 산맥의 지류인 크라스니야 폴랴나라 지역을 중심으로 시키장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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