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허가 또 유보…서울시 vs 공군 '14년 갈등'
서울시 건물높이 555m vs 공군 203m
◇3일 서울 송파구 신정동 제2롯데월드 건설 현장이 터파기 공사에 그친 채 도심 한복판에 휑하니 방치돼 있다.
112층짜리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건립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군의 갈등이 14년째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제2롯데월드 건립 사업이 법률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군은 전투기 등의 이착륙 때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양측 간의 갈등이 장기화되자 국무조정실이 최근 조정에 나서 향후 어떤 결론이 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시와 국방부, 행정자치부, 국무조정실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1차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선 일단 결정을 유보한 채 추후 실무위원회를 통해 비행안전 문제를 심층 검토키로 했다.

◆높이가 문제=롯데는 1994년부터 송파구 신정동에 높이 555m, 112층 규모의 제2롯데월드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공군이 인근 서울공항에 이착륙하는 전투기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건축물 높이를 203m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군은 제2 롯데월드가 서울공항 계기비행(악천후 시 계기판을 보며 하는 수동 조종) 접근 보호구역에 포함돼 전투기 등이 이착륙할 때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군은 2003년 제2롯데월드건립사업 주관사인 ㈜롯데물산과 함께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안전성 문제를 자문해 ‘일부 계기비행 접근 절차를 바꿔야 한다’는 회신을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서울시는 신축 예정 건물이 군용 항공기지법상 비행안전구역 밖에 있어 법률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다.

시의 한 관계자는 “제2롯데월드는 비행안전구역 밖에 건립되기 때문에 관련법에 따라 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건축물의 높이가 결정됐다”며 “국내외 전문가들의 검토에서 항공기 접근 각도와 절차를 조금 바꾸면 비행안전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정부 행정협의조정위원회 간사 부처인 행정자치부 측도 ‘높이가 일부 비행 절차 운영에 영향을 미치지만 비행 절차를 일부 조정하면 초고층 빌딩 건축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높이, 피해갈 수 없나=건설교통부 항공안전본부의 ‘서울공항 비행안전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는 서울공항 일부 비행 절차의 최종 착륙 비행로를 우측으로 3도 정도 조정하면 비행안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외국에서는 미국 마이애미 등 5개 공항 주변에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 있지만 항로 조정 등으로 안전 문제를 해결했다. 대만 쑹산공항도 인근 초고층 빌딩인 ‘타이베이 101’(508m) 신축으로 비행안전을 위협받자 이착륙 비행로를 바꿨다.

항공안전본부는 제2롯데월드를 신축할 경우 항공안전시설의 무중단 운영을 위한 추가 설치비 15억8000만원, 감시능력 강화를 위한 정밀 활주로 감시레이더 설치비 98억5000만원 등 총 114억3000만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롯데물산 측은 ‘안전과 무관한 시설은 절대 지원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서울시는 군 조종사들의 경우 제2롯데월드가 비행 안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데 반해 민간 조종사들은 건물 신축 때 적절한 조치만 한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걸림돌은 없나=제2롯데월드 건설 승인 과정에서의 또다른 걸림돌은 교통 혼잡과 주변 집값 상승이다.

제2롯데월드 건설이 예정된 송파구 일대에 앞으로 89만㎡ 규모의 거여·마천 뉴타운과 677만㎡의 송파 신도시가 들어선다.

송파신도시가 조성되면 자통차 통행속도가 평균 19.4㎞에서 9.7㎞로 떨어진다는 게 서울시의 분석이다. 출퇴근 시간대 속도도 평균 4∼5㎞에도 못 미쳐 송파신도시 인근에서 제2롯데월드가 들어설 잠실네거리까지 구간이 교통지옥으로 변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제2롯데월드 건립이 확정되면 주변 집값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지난달 열린 제1차 행정협의조정위원회의 사업승인 보류도 비행안전 문제보다 잠실 재건축 단지의 아파트 값 급등이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달 초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 여부가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알려지자 인근 잠실 5단지 아파트 값이 급등했다고 한다. 이 단지 112.3㎡(34평형)의 집값은 지난 5월 말 10억6000만여원이었으나 최근 12억6000만여원에 거래되고 있다. 제2롯데월드 건설사업이 확정되면 5단지가 상업용지로 변경돼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송파구 잠실동 A 공인중개사는 “제2롯데월드가 착공되면 잠실이 강남 대치동을 능가하는 중심지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해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다”고 전했다.

by 100명 2007. 7. 4. 1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