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면 광고, 비상구 표지까지 덮어 … 사고발생시 큰 인명피해 우려
지하철 역사가 광고홍수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아예 승강장 벽면 전체를 광고지로 덮는 경우도 나오고 있는데 아무리 돈버는 일이라고 하지만 시민안전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계단 양쪽 벽면 전체가 오피스텔 분양광고로 뒤덮혀 있다. 지하철 역인지 오피스텔 본보기집인지 헷갈릴 정도다. 비상구 안내표지는 거대한 벽면 광고에 파묻혀 있고, 표지 자체가 아예 없는 곳도 있다.
◈ 지하철 광고, 비상구 안내표지까지 덮어버려
하루 18만 명이 이용하는 지하철 2호선 강남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계단 벽면전체가 사무용품과 의류광고, 게임 광고로 도배돼있다.
하루 190여만명의 시민이 이용하는 지하철 2호선 주요 역사 20여 곳에도 이같은 래핑(wrapping, 벽면전체를 도배하는 형식) 광고가 들어차 있다.
이런 벽면 광고들은 규격도 정해져 있지 않다. 광고주가 원하기만 하면 대부분 아무런 제한없이 지하철 역사 벽면 전체를 뒤덮을 수 있다.
◈ 사고발생시 표지판 못찾아 큰 인명피해 우려
문제는 벽면을 가득 채운 대규모 상업광고 때문에 각종 안내 표지판이 가려져 화재 등 사고발생시 큰 인명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박현찬 도시계획 팀장은 "공공기관에 대규모 민간의 광고가 들어가서 공공적으로 필요한 사인이 보이지 않은 것은 문제다.
지하공간의 경우 재난 시 대피할 수 있는 사인이 잘 보여야 할 텐데 민간 광고물로 공공사인이 안 보이면 상당히 큰 재난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도시철도공사 측은 수익성만 강조한다. 철도공사의 한 관계자는 "공사가 적자 기업이라 어떻게라도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다. 밋밋한 벽에 광고를 해서 역사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외국 지하철에서도 다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1~4호선 관리를 맡고 있는 메트로는 많게는 480억, 적게는 70억 상당(3년 단위)을 광고대행업체를 통해 받고 있으며 5~8호선의 경우도 도시철도공사가 100억원(각 호선) 상당의 광고비를 받고 있다.
특히 2, 4호선의 경우 광고대행사가 새 광고를 부착할 때마다 메트로에 70%를 주게 돼 있어 지하철 광고가 막대한 수익원이 되고 있다.
◈ 지하철 승객들, 대형 벽면광고에 '불안불안'
하지만 지하철 승객들은 대형 벽면광고가 불안하기 짝이 없다.
한 시민은 "여러 사람들이 공익으로 쓰는 것인데 한 회사가 안내판도 안 보일만큼 다 뒤덮은 것은 문제다. 지하철은 특히 표지가 많아서 그런 것조차 다 안 보이게 가려놓으면 시야 확보도 잘 안 되고 불편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도 "나이 드신 분들 보면 혼란스러운 면이 있다. 안내판이 광고위주로만 이뤄져 있다"라고 지적했다.
시민안전을 담보로 수익 올리기에 급급한 서울시 지하철에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