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 시론] 인터넷, 우리의 디지털 문화 유산
송관호 한국인터넷진흥원장



TV가 20세기의 미디어였다면, 인터넷은 21세기의 미디어이다.

인터넷은 단지 전세계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일 뿐만 아니라, 하루하루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 들어와 이미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동시에 인터넷은 우리나라 정보통신 산업의 미래이기도 하고, 격변하는 한국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힘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어제의 인터넷을 오늘에, 오늘의 인터넷을 내일에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인터넷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급성장하여 명실공히 IT강국으로서 위상을 높이고 있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 라는 의지를 가지고 IT 혁명의 물결에 슬기롭게 대처한 결과, 인터넷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1994년 이후 10년여만에 국내 인터넷 이용 인구가 3400만 명을 넘어섰고 디지털 기회지수가 세계 1위,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는 1400만명으로 세계 4위에 오르는 등 IT 강국으로서의 기반을 충실히 구축하여 왔다.

이러한 성장과 발전에는 초기 인터넷 개발을 위한 개발자들의 창의적인 노력과 정부의 범국가적 차원의 정책 지원 등이 조화를 이루었기에 가능하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초고속정보통신을 기반으로 한 IT 기술강국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여, `u-Korea'를 통한 선진한국 구현이라는 또 다른 신화 창조에 도전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인터넷이 있다. 이처럼 인터넷이 중요한 자원으로 부각되면서, 이 자원을 디지털 문화유산으로서 기록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가고 있다.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는 탄생 신화를 가지고 있으며, 수백, 수천권에 이르는 역사서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자국의 위대함과 유구한 역사를 과시함과 동시에 기록ㆍ보존된 역사를 통해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조망하기 위함이다. 과거를 보면 오늘과 내일이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과거의 경험을 오늘과 내일의 거울로 삼아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동안 우리의 인터넷 발전 상황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 자신은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를 이루어 냈는지에 대한 기록도 별달리 찾아보기 어려웠다.

단순한 과거의 업적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현재를 기록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IT기술의 급성장에 비해 디지털 유산은 쉽게 사라져 가고 있다. 전 세계 인터넷 웹사이트의 평균 수명은 44일밖에 안 된다고 한다. 수없이 만들어졌다가 없어지는 인터넷의 정보들을 제대로 보존하고 공유하지 않는다면, 우리 현재의 디지털 시대는 미래에 상당 부분 잊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21세기를 선도하는 한국의 인터넷 기술과 제도, 그리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역사와 삶의 발자취를 찾아내고 보관하고 기록하는 사이버 인터넷역사 박물관이라는 참여와 공유의 마당이 마련되었다. IT분야에서 이루어 온 성과를 바탕으로 다가오는 유비쿼터스 사회에서도 세계가 주목하는 인터넷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확고히 하기 위해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 인터넷역사의 자료를 발굴하고 기록, 관리하여 향후 인터넷의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큰 의의가 있다.

물론, 인터넷은 한 개인이나 특정 집단 고유의 창조물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과 분야간의 유기적인 협력과 노력의 산물이자, 인간 활동의 거의 모든 분야가 망라된 결집체이다. 따라서 그 생성 및 발전 과정이 결코 간단하지 않으며, 한 두 사람의 개인이나 일부 단체의 노력만으로 완벽하게 정리되고 보존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다양한 참여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모든 문화 유산이 그러하듯 디지털 유산은 인류의 지적 산물이라는 사실 자체 하나만으로 소중하며, 정보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유용성 면에서도 보존 가치가 있는 소중한 자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인터넷의 역사는 끊임없이 기록되고 정리되어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되고 이해되어 향후 인터넷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by 100명 2007. 7. 3. 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