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본 상반기 한국영화…'2부터 800만까지'
2008-07-01 13:28:53
[마이데일리 = 장서윤 기자] 이준익 감독은 최근 신작 '님은 먼 곳에'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숫자'만을 중시하는 풍토에 대해 비판의 일침을 가했다.

"영화는 기록경기가 아닌데도 지나치게 숫자만을 강조하는 경향은 잘못된 풍토"라고 지적한 것.

이 감독의 지적은 모든 영화인들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합당한 지적임에도 올 상반기는 영화계가 유난히 '숫자'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시기이기도 했다.

현재 한국영화의 '위기'를 지적하는 여러 발언들과 함께 실제로 6년만에 한국영화 최저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하는 등 여러 징후들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이준익 감독의 일리있는 준엄한 비판임에도 불구, 그도 '왕의 남자'와 '라디오 스타'로 숫자에 혜택(?)을 본 감독. '숫자로 본 상반기 영화계'를 통해 상반기 한국영화를 정리해봤다.

2년생 '붐'

상반기에는 마치 트렌드처럼 촬영 종료 후 2년 만에 먼지털고 창고 속에서 나온 작품들이 줄줄이 개봉했다.

극 영화로는 하지원·차태현 주연의 영화 '바보'를 시작으로 쥬얼리 박정아의 첫 영화주연작 '날나리 종부전' 곽재용 감독의 '무림여대생' 장근석·차예련 주연의 '도레미파솔라시도'까지.

이 밖에 애니메이션 '아버지와 마리와 나'와 실사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접목시킨 '애니그래픽스' 기법을 도입한 '그녀는 예뻤다' 등 제작 후 개봉 시기를 잡지 못해 표류하던 작품이 상반기 속속 관객들과 만났다.

이에 많은 배우들은 시사회 및 인터뷰 자리에서 "촬영을 한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멋쩍은 웃음을 던지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또, 몇몇 작품은 2005~2006년 당시 한국영화계 '붐'을 타고 비교적 단기간 내 제작돼 완성도 면에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점유율 7.8%

상반기 한국영화는 역대 최저 점유율을 기록했다. 극장 체인 CJ CGV 집계자료에 따르면 5월 한국영화 점유율은 7.8%. 6월 기록은 현재 집계중이지만 '강철중'이 280만 관객을 넘어서는 등 선전해 어느 정도 점유율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5월에 기록한 7.8%란 수치는 영화진흥위원회 기준 2001년 이후 최저치다. 또, '전성기'라 할 수 있는 2006년 10월 86.2%보다는 약 10배 이상 떨어진 수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같은 점유율 하락은 어느 정도 예견된 진행이라는 영화계 내부 분석도 있다.

강한섭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열린 '한국 영화산업의 현실진단 및 미래전망' 토론회 자리에서 "겉으로는 지난 10년간 영화계가 엄청난 호황을 맞은 것처럼 비쳐졌지만, 내부 구조는 여전히 영세성을 면치 못해 이를 파악한 이들은 당시의 호황을 '거품' 혹은 '착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재고 포함, 49편 개봉

올해 1월~6월까지 개봉한 한국영화 작품은 총 49편이다.(지난해 이월작, 단편영화, 영화제 상영작 제외)

편수로만 봤을 때는 2007년 50편, 2006년 48편과 비교해 봤을 때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앞서 언급했듯 제작 완료 후 개봉시기를 잡지 못해 1~2년간 표류하던 작품들이 대거 관객들과 만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신작의 개봉 편수는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상반기 개봉편수보다는 현재 제작중인 영화가 급격히 줄어들었음을 지적하며 이같은 영향으로 내년 상반기 한국영화 개봉작이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을 예측하고 있다.

510만명의 개가

영화 '추격자'는 상반기 510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최고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제작 당시에는 범죄 스릴러물이라는 한국영화에서는 흥행 성공률이 낮은 장르라는 점, 김윤석·하정우 등 두 남자배우의 '스타파워'가 약하다는 점 등을 들어 투자 면에서 고전했지만 탄탄한 시나리오와 정교한 연출,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 등을 고루 갖춘 이 작품은 관객과 평단을 모두 사로잡았다.

'추격자'는 범죄스릴러물로는 현재까지 최고 스코어를 기록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525만명, 2003)'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형 스릴러 영화'의 새 전형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관객 800만 명 급감

한국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은 관객은 지난해 상반기(1~5월까지) 3066만명에 비해 올해는 2282만 명으로 같은 시기 약 800만 명이 줄었다. 이는 전반적인 극장업계 불황과도 관련이 깊다.

'인디아나 존스 4' '아이언맨'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작품이 선전했지만, 전체 관객 수 하락 으로 인해 멀티플렉스를 비롯한 극장들은 고전중이다.

때문에 영화 불법 업로더에 대해 검찰이 첫 구속 방침을 내리는 등 강경 조치가 취해진 데 이어 멀티플렉스 극장도 각기 '특성화 전략' 등을 통해 살아남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편, 일부 극장에서는 심야상영요금을 6000원에서 7000원으로 기습 인상해 관객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2월 개봉한 영화 '바보' 한국영화 점유율 자료, 영화 '추격자']
by 100명 2008. 7. 1. 1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