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에버랜드 ‘노예계약’ 파문 일파만파 짓밟힌 코리안드림, 무용수의 ‘눈물’
(이보배 기자) / 기사작성시간 : 2007-06-24 09:20:01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서 퍼레이드 공연을 하는 외국인 무용수들이 ‘노예계약’으로 일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빚고 있다. 놀이공원에 가면 가장 눈길을 끄는 사람 가운데 한 사람들이 바로 외국인 무용수다. 이국적인 외모와 화려한 의상, 항상 웃는 얼굴은 놀이공원을 찾은 손님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런 화려함 뒤에 말 못할 ‘눈물’이 깃들어 있었다는 것. 삼성 에버랜드 ‘노예계약’ 파문의 전말을 살펴본다.


삼성 에버랜드에서 일하는 외국인 무용수들의 ‘노예계약’에 대한 파문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우크라이나에서 온 옥사나(28·여)씨의 수원외국인노동자쉼터 방문 이후였다.
5월 초 수원외국인노동자쉼터를 찾은 옥사나씨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야기하고 상담받기를 원했고 그 과정에서 에버랜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세상이 공개됐다.


헷갈리는 이중 고용구조


이번 사건에서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하는 점은 헷갈리는 이중 고용구조에 있다.

지난 6월20일 외국인노동자 권익보호 활동을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조합 등에 따르면 삼성 에버랜드(이하 에버랜드)의 외국인 무용수 1백50여명은 에버랜드에 무용수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주)동일엔터테인먼트(이하 동일)라는 인력파견회사와 1대1 근로계약을 맺고 있다. 동일은 무용수들과 고용계약을 맺고 임금을 주는 파견업체이고, 에버랜드는 실질적으로 업무지시(공연과 공연연습 등)를 내리는 사용사업주인 것이다.

때문에 외국인 무용수들은 우리나라를 찾을 당시 동일 측과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이 끝나면 에버랜드 측으로 인도됐다. 계약서 내용에 동의한 외국인 연기자들은 에버랜드에서 평균 3개월~10개월 정도
근무하고 있으며 주로 퍼레이드, 무대공연, 거리공연, 밴드, 서커스 등 다양한 분야에 근무한다.

이러한 ‘이중 고용구조’로 인해 이주노동자들로 구성된 공연단원들은 일을 하면서 당하는 각종 부당한 대우에 대해 에버랜드 측에 직접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을 한 동일 측에 호소 해보지만 동일은 업무지시와 관련해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고, 에버랜드 측은 단원들이 정식 직원이 아니라 용역회사를 통해 고용된 파견 직원이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공동대책위원회 구성


▲기자회견장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는 공대위
옥산나씨가 수원외국인노동자쉼터를 찾아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리면서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권을 보호하는 단체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각종 단체는 에버랜드 공연단 이주노동자 노동권과 인권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구성하고 지난 6월21일 에버랜드 정문 앞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마련했다.

공대위에 따르면, 에버랜드에서 공연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옥사나씨는 무리한 연습 및 공연으로 인해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사용자측은 오히려 계약서를 이유로 옥사나씨의 산재를 회피하려고만 했다. 산재처리 과정에서 발견된 에버랜드 공연 노동자의 근로계약서는 그야말로 노예문서와 다름없으며 산재보상 미보장, 벌금 100$ 월급에서 공제, 휴게시간 동안 지정된 장소 이탈 금지, 2명 이상 그룹행동 금지, 1달이상의 진단서 발급 시 즉시 해고 가능 등 계약서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고, 불합리한 계약을 노동자들에게 지키도록 강요하고 있다.

또한 계약서뿐만이 아니라 실제 노동환경에선 더욱 더 극심한 인권, 노동권 침해가 자행되고 있다. 지각을 이유로, 휴게장소 위반을 이유로, 화장 실수, 관람객 불만을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노란머리로 강제 탈색을 시켜 노동자들이 탈모 및 피부병에 고통 받고 있다는 것.

공대위 측은 “이에 대한 책임은 명백하게 삼성 에버랜드에서 져야 한다. 하지만 에버랜드에선 계약 당사자는 동일 엔터테인먼트이고 자신들은 공연 노동자들의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발뺌하고 있다. 하지만 계약서에는 에버랜드의 관리를 인정하고 따를 것이 명시되어 있으며, 노동 현장에서의 실질적 관리 역시 에버랜드에서 해왔음이 노동자들의 증언을 통해 밝혀졌다. 실질적으로 관리한 에버랜드는 더 이상 자신의 잘못을 숨겨선 안 되고 전면에 나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에버랜드 관계자는 “계약 내용에 대해서는 정말 알지 못했고 지금까지 계약서를 본적도 없다. 또 파견법상 외국인 무용수와 동일과의 계약관계에 대해서는 관여할 수 없게 돼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무료로 숙식할 수 있는 기숙사, 헬스클럽, 왕복항공권을 제공하고 수시로 건강을 체크하는 등 복리후생을 제공했다”며 실질적인 근로 감독과 관리는 에버랜드에서 해왔음을 인정했다.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


▲에버랜드 외국인 무용수들의 처지를 표현한 퍼포먼스
옥산나씨 사고 등으로 에버랜드의 외국인 무용수 ‘노예계약’에 대한 파장이 커지자 동일과 에버랜드 측은 진화에 나섰다.

동일 측이 외국인 무용수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들을 계약서에서 모두 삭제하겠다고 밝힌 것.
먼저 ‘쇼 도중에 일어난 사고는 보험회사만이 책임을 지며 동일과 에버랜드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2주이상 치료를 요하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병이나 다른 질병 암 또는 다른 질병이 있는 것이 판명 된다면 배우를 집으로 보내는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을 없애기로 했다. 또 ‘배우는 2명 이상의 어떠한 단체행동이 금지된다. 집단행동의 경우 주동자들은 한국에서 추방되며 계약은 즉시 파기된다’, ‘에버랜드 직원에게 공손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도 삭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는 이국적으로 보이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금발로 탈색을 해야 했지만 이 내부 규정도 이젠 지키지 않아도 된다.

이에 대해 에버랜드 측은 지금까지 불거져 나온 의혹들을 씻어버리려는 듯 외국인 무용수 ‘노예계약’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최초로 밝혔다.

먼저 낮은 수준의 임금에 대해서는 외국인 연기자들에게 무료로 숙식 및 왕복 항공권 등 다수의 복리후생을 제공하고 있으며 복리후생을 고려할 때 일인당 평균연봉은 1천8백만원 수준이라고 전했다. 또한 월급 1백만원은 연기자의 출신 국가의 평균임금에 하면 작게는 2배에서 크게는 5배 수준이기 때문에 낮은 수준의 임금이 아니라는 것.

두 번째로 잦은 공연과 장시간 근로에 대해서는 일일 9시간 근로시간 중 실제 공연시간은 2시간 이내로 나머지는 준비 및 휴식 시간이며 연습 등으로 인한 초과 근무시에는 별도의 OT를 지급한고 밝혔다.

세 번째, 연기자들의 질병 및 사고 발생시 치료에 대해서는 모든 외국인 연기자는 신체 이상 시 즉시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공연에도 참가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네 번째 강제염색과 벌금에 대해서는 연기자가 맡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염색과 분장으로 염색을 어겼을 경우 벌금을 낸 사례는 없으나 주의는 주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번 옥산나씨 사고와 관련해서는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는 바 옥산나씨가 쾌차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일과 외국인 무용수와의 계약 인지 내용에 대해서는 “연기자들은 동일과 계약을 맺고 에버랜드에 파견된 것으로, 근로자 파견법상 개별 계약에 건건이 관여할 수 없다”며 유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성을 인정하면서 불리한 부분은 용역회사에 책임을 미루는 양상을 보였다.

동일과 외국인 무용수들이 맺은 계약서 어떤 내용 담겨 있나?


▲화려함 뒤에 감춰진 외국인 무용수들의 ‘눈물
1. 쇼 도중에 일어난 사고는 보험회사만이 책임을 지며 동일과 에버랜드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2. 계약기간에 발생하는 모든 사고의 경우 동일과 에버랜드는 어떠한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
3. 동일과 에버랜드는 업무 외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다. 다만 에버랜드의 인정으로 업무상 관련된 사고라고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쇼가 성공하지 못하였다면 임금은 배우에게 지불되지 않는다.
4.배우에게 2주이상 치료를 요하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병이나 다른 질병 암 또는 다른 질병이 있는 것이 판명 된다면 배우를 집으로 보내는 권리를 가진다. 이 경우에 배우는 자신이 그 귀향 비용 전부를 지불해야 한다.
5. 쇼 이후에 배우는 자신이 살고 있는 장소로 돌아가야 한다. 배우는 필요 없이 나가지 말아야 한다. 만약에 배우가 외출 했을 때 무슨 일이 생기게 된다면, 에버랜드는 어떠한 민사상이나 형사상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6. 쇼 도중에 배우가 의사의 진단에 의하여 1개월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치명상을 입은 경우 계약은 파기될 수 있으며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배우들은 집으로 보내질 수 있다.
7. 배우는 2명 이상의 어떠한 단체행동이 금지된다. 집단행동의 경우 주동자들은 한국에서 추방되며 계약은 즉시 파기된다.
8. 배우는 동일과 에버랜드가 지명하는 장소에 출연해야 하는 의무를 지며, 계약의 마지막 날까지 최상의 모습으로 자신을 나타내야 하는 의무를 진다.
9. 역할을 정함에 있어 에버랜드가 배우에게 정해진 옷을 요구한다면 배우는 이 결정을 따라야 한다. 배우의 역할이 지명된 이후 배우는 에버랜드 구성원의 허락 없이 머리를 자를 수 없다.
10. 에버랜드가 계약기한 전에 중지를 요구할 경우에 동일은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배우에게는 한 달 전에 예고한다. 계약종료까지 배우는 동일과 에버랜드의 모든 비용을 보상해야 한다.

by 100명 2007. 6. 24. 1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