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없는 주말 가벼운 식사~
베트남 식당 포66 (Pho 66)




▲ 베트남식 쌀국수 Pho Chin Nan. 맑은 국물이 깔끔하고 질 좋은 쇠고기와 양파, 파를 고명으로 얹었다.
유난히 면을 좋아하는 어머니의 식성을 닮아가는 지, 외식을 하게 될 때면 나도 자꾸 면을 찾게 된다. 면이나 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토론토는 그 얼마나 풍성한 먹거리를 자랑하는 가. 각종 면으로 만들어진 셀 수 없는 종류의 스파게티에 일본의 라멘, 볶기도 하고 삶기도 하는 중국의 면요리들, 태국의 꿰띠우... 이 중에 빠질 수가 없는 것이 바로 베트남식 쌀국수이다.

지난 주말 화창한 날씨에 가벼운 점심거리를 찾다가 바로 이 베트남식 쌀국수를 떠올렸다. 조금 멀긴 하지만 중국인이 아닌 베트남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해서 마캄 초입의 ‘Pho 66’를 찾았다.

마캄의 메트로 스퀘어 내에 위치한 Pho 66에 들어서자 깔끔하게 보이는 가게 내부가 눈길을 끈다. 평일 점심 무렵이면 50석 남짓한 좌석이 꽉 찬다고 하는데, 일요일 점심때라 그런 지 조금 한산했다. 평일의 주 고객은 IBM등 근처의 회사원이고 주말이나 저녁에는 한국인들과 중국인이 많다고 한다. 은은하게 들려오는 찬송가가 웬지 낯설긴해도 인상적이다.

▲ 라이스 페이퍼에 새우, 닭, 상치 등을 얹어 말은 월남쌈. 진한 땅콩소스와 함께 고소하게 즐긴다.
메뉴를 들고 망설이고 있자, 웃는 모습이 친근한 킴(Kim)이 다가왔다. 한국인이냐고 묻더니, 다른 한국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몇 가지 권해 주었다. 첫번째로 나온 음식은 Goi Cuon ($3.50)이다. 우리가 흔히 월남 쌈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한국에서는 흔히 큰 접시에 재료와 라이스 페이퍼가 따로 나와 자기가 직접 싸먹었는데, 여기서는 에피타이저로 롤이 두 개 말아져 나왔다. 라이스 페이퍼 안에는 데친 새우와 상치, 삶은 닭고기, 숙주, 버미셀리(vermicelli)라는 가는 쌀국수가 들어있었다. 땅콩소스에 찍어먹게 되어 있는데, 간 땅콩이 씹히는 진한 맛의 소스가 아주 그만이다. 일전에 집에서 월남쌈에 도전했을 때 땅콩소스를 만드는 데 실패했던 경험이 있는 터라 소스를 만드는 재료를 물어보았다. 종업원인 킴의 말이 본인은 알 수 없고, 주방장은 절대로 얘기해 주지 않을 거라고 한다.

베트남 식당에 왔는데, 쌀국수가 빠질 리는 없다. Pho Chin Nan ($5.50) 작은 것을 주문했더니 깔끔한 국물의 면과 야채가 한 접시 따로 나왔다. 질 좋은 쇠고기와 파를 고명으로 얹었다. 양파는 얇게 채쳐 면과 함께 잠겨있다. 푸짐한 숙주를 따로 주는 데 그 위에 붉은 땡초가 하나 있어서 눈길을 끈다. 살짝 베어 봤더니 당장에 콜록콜록 기침이 날 만큼 맵다. 매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도전해 볼만 하겠다. 숙주의 비린 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국수가 나오는 즉시 국물에 담그는 것이 좋겠다. 사진을 찍느라 시간을 허비했더니 국물이 식어서 숙주가 약간 비릿하게 느껴졌다.

▲ 지글지글, 철판에 고기와 야채 익어가는 소리에 침이 고이는 Bo Xao Rau Cai.
쌀국수로 가볍게 배를 채우고 있자니 지글지글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킴이 Bo Xao Rau Cai ($7.99)를 들고 온다. 각종 재료가 철판에 익어가는 소리와 듬뿍 쓴 마늘의 향이 쌀국수로 허기를 달랜 뱃속에 다시 시장기를 더한다. 닭과 각종 야채를 볶아 소스를 얹었다. 배추, 피망, 브로컬리, 컬리 플라워, 양파, 청경채 등의 울긋불긋한 각종 야채의 색감이 화려하다. 밥은 딸려 오지 않아서 별도로 주문했다. 가벼운 소금간에 굴 소스로 맛을 낸 것 같아서 종업원 킴에게 물어보니 그것도 비밀이란다. ‘참 비밀도 많은 식당이다’ 싶었다.

배를 채우고 나니 입가심으로 커피 한 잔이 생각났다. 혹시 커피도 있는가 물어보니 베트남식 커피 (hot coffee with condensed milk, $3.00)를 마셔보라고 권한다. 에소프레소처럼 진하고 연유가 들어간다고. 동대문 시장에서 수레를 끌고 다니며 커피를 파는 아주머니들이 타주던 맛이 생각나 주문해 보았다.

▲ 입구는 전형적인 베트남 식당의 모습이다.
연유가 담긴 커피잔에 작은 필터를 얹어 커피를 여과시켜 먹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커피가 내려지는 속도가 너무 느려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했다. 중간에 포기하고 시원한 망고 밀크 쉐이크(Mango milk shake, $3.50)를 시켰다. 밀크 쉐이크라기 보다는 연유 쉐이크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듯 한데, 걸쭉할 만큼 진한 것이 특징이다. 망고의 상큼한 맛과 설탕을 쓰지 않은 연유의 단 맛이 어우러져 아이들은 무척 좋아할 듯 하다.

Pho 66의 모든 종업원은 베트남에서 온 사람들이라 한다. 이것저것 귀찮은 질문에 생글생글 웃으며 설명을 주는 종업원 킴도 그렇고, 가게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의 미소가 정겹다. 비교적 저렴한 식사와 친절한 종업원들의 환한 얼굴이 입맛 없는 계절, 가벼운 외식으로 안성맞춤인 곳이다.

Pho 66
#110-3636 Steels Ave. E
(Metro Square), Markham
905-305-9709
일요일부터 목요일 오전 10시 ~ 오후 10시
금요일, 토요일 10시 ~ 11시
휠체어 진입, 주차 가능

by 100명 2007. 6. 23. 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