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룩 짭짭 맛있는 라멘(라면)~
도쿄그릴(Tokyo Grill)


소박한 가정의 맛

먼저 뜨거운 김과 함께 냄새를 음미해서 시장기를 돋군다. 바로 휘젓지 말고 눈으로 즐긴다. 두 손을 받쳐들고 국물을 먼저 맛본다. 고명을 맛본다. 면과 전체 라면을 즐긴다. 마지막 남은 국물은 그릇 채 들고 마셔 깨끗이 비운다.

꽤 오래 전에 보았던 일본 영화 ‘탐포포(Tampopo, Juzu Itami 감독, 1987)’에 나오는 라멘 먹는 법이다. 무엇이든 맛나게 먹는 것이 최고의 식도라고 주장했던 내게 고작 라면 한 그릇 먹는 데에 대단한 예술 작품이라도 대하듯 유난을 떠는 그 장면이 인상 깊었다. 한낮의 태양은 눈부시지만 해가 질 무렵에는 약간 쌀쌀함을 느끼는 요즘 토론토의 날씨, 저녁이면 따끈한 국물 생각이 난다. 그래서 찾은 곳이 다운타운에 위치한 도쿄 그릴(Tokyo Grill)이다.

2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 조그만 일본식당은 진짜 일본인이 운영하는 일식 집이다. 꽤나 고급 음식으로 자리잡은 초밥이나 생선회를 주로 하는 곳이 아니라 주머니가 가벼운 이들을 위한 일식 대중 식당. 증명이라도 하듯 10개 테이블에 30명 남짓 수용 가능한 실내에는 격식 없이 편안한 분위기의 젊은이들이 빼곡하다.

좁은 입구를 지나면 전면에 2명의 종업원이 바쁘게 오는 계산대 등이 보인다. 그 너머로 살짝 주방이 보이는데, 한눈에도 좁고 더워보이는 주방 안에선 주인인 요시 (Yoshi Kato)씨가 다른 2명의 보조와 함께 밀려있는 주문을 처리하느라 분주하다. 흰 분필로 오밀조밀 추천 음식을 적어둔 작은 흑판, 소박하게 걸린 오래 된 액자들. 마치 동네 분식점이라도 온 듯 편하고 친근한 분위기다.

이까 프라이(Ika Fri, $4.50)를 시켰더니 6개 남짓한 오징어 몸통이 동그랗게 튀겨져 야채 샐러드와 함께 나왔다. 가볍게 옷을 입힌 일본식 튀김이 아니라 빵가루를 입혀 튀긴 것이 한국의 튀김과 비슷하다. 마요네즈와 케찹을 섞은 것이 소스로 딸려 나온다. 방금 튀겨 내 뜨겁고 아삭하다. 한 입 베어 물었는데 잘 끊어지지 않는 오징어 껍질 때문에 뜨거워 혼났다. 집에서 한 것과 별 차이 없는 것 같은데도 튀겨 놓으면 딱딱해 지기 쉬운 오징어가 말랑말랑 한 것이 특별한 비결이 있는 듯 하다.

▲ 살짝 구운 두부에 데리야끼 소스를 얹은 두부 스테이크.
두부 스테이크 (Tofu Steak, $6.95)는 어떤 식으로 나오는 지 궁금해서 주문해 보았다. 막연히 콩을 이용한 스테이크처럼 두부를 으깨서 스테이크 모양을 낸 건강식이 아닐까 추측했는데, 전혀 예상 밖의 요리가 나왔다. 살짝 구운 두부에 달걀 후라이를 둘러 테리야끼 소스를 약간 얹었다. 거기에 흰 쌀밥이 한 공기 곁들어 진다. 살짝 두부를 들어보니 그 아래에 숙주, 양배추, 채친 양파와 당근이 깔려 있다. 두부와 야채를 유별나게 좋아하는 남편이 반색을 하며 젓가락을 들었다가 연한 두부가 잘 부서지는 바람에 숟가락을 이용했다.

두부는 간이 담담하나 아래에 깔린 야채에 소스가 잘 배어 들어서 약간 싱거운 정도로 입에 맞다. 두부의 열기로만 살짝 데워진 채친 야채들의 아삭거리는 식감도 씹히는 것 없이 단조로운 두부와 달걀에 변화를 준다. 단점이라면 한 접시에 올려진 양상치 샐러드의 제 맛을 즐길 수 없다는 것. 접시 바닥에 생긴 소스물 때문에 드레싱의 맛이 묻혀버리고 말았다.

한참 먹고 있는 데, 주문한 쇠고기 라멘 (Beef ramen, $4.95)이 나왔다. 맑은 국물에 담긴 면 위에 얇게 저민 쇠고기를 두르고, 한 가운데는 삶은 시금치와 약간의 다진 파로 고명을 얹었다. 기억나는 대로 영화를 따라서 냄새를 맡고, 눈으로 모양새를 보고, 국물을 그릇채 마셔 본다. 따끈한 국물이 진하다. 쇠고기를 한 점 집어 국물에 푹 담웠다가 입에 넣었다. 진하지 않은 쇠고기 불고기 맛이 난다. 구불구불한 면을 집어드니 숙주며 당근 등이 함께 달려온다. 숙주는 아삭하고 고명으로 얹은 시금치는 담백하다.

일본 라면은 크게 소유라멘, 미소라멘 그리고 돈코츠라멘, 이렇게 3가지 종류로 나뉜다고 들었다. 소유라멘은 간장으로 간을 한 맑은 국물의 라멘으로 도쿄를 중심한 일본 중부 지방에서 발달했고, 북부의 삿포로에서는 일본 된장으로 간을 한 미소라멘이, 가장 늦게 발달한 것이 돼지뼈를 푹 고아 뿌옇게 국물을 낸 돈코츠라멘으로 남단 쿠슈 지방에서 시작됐다 한다. 도쿄 그릴에서 맛 본 라멘은 소유 라멘에 속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을 했는데, 안타깝게도 주인인 요시씨가 너무 바빠 다음에 다시 오라는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이모가 운영하던 가게를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는 요시씨는 고개 한 번 돌릴 새 없이 불 앞에서 분주하고, 아들인 코(Koh)씨는 연신 벙글벙글 웃기만 한다. 부자가 함께 일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옆자리에서 돈부리(Donburi)를 먹고 있던 일본인 학생들에게 도쿄 그릴의 음식이 진짜 일본식이냐고 물었다. 친구네집 놀러가서 먹는 맛이라고, 학교 앞 식당에서 먹는 맛이라는 대답이다. 배는 고프고 가진 돈은 넉넉찮고, 거기에 일본의 가족이 그리우면 찾는 곳이라 한다.

Tokyo Grill
Yoshi Kato
416-968-7054
582 Yonge St.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11:30 ~ 3:00, 5:00 ~ 10:00
토요일 12:00 ~ 10:00
일요일 12:00 ~ 9:00
2인 식사 $20
카드 사용 안됨
주차: 없음
휠체어 진입: 없음
(Parking and wheel chair access: N/A)

by 100명 2007. 6. 23.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