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전통의 음식을 토론토서 맛본다
파머그래네트 (The Pomegranate)




▲ 석류의 느낌을 주는 붉은 색가판이 인상적이다.
s 칼리지(College)거리, 유독 눈에 띄는 빨간 간판, 산뜻한 외관에 매료되어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완전 색다른 세계에 온 듯 눈이 휘둥그래졌다. 창문 옆에는 페르시아 궁전에서나 볼 수 있는 침대가 융단과 모피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고 그 옆 커다란 촛대 녹아 내린 초의 은은한 불빛은 식당을 한껏 아늑하게 만들었다. 아라비아 전통 문양의 커튼, 벽에 붙어있는 오색 융단, 페르시아 전쟁역사를 담은 그림액자, 화려한 황금색 등불, 파란 타일 수조와 그 안에 여유롭게 움직이는 금붕어, 바닥에 깔려있는 붉은 카펫. 하나하나 섬세하고 화려한 인테리어는 이곳의 매력에 빠져들기에 충분했다. 부(富)와 권세를 누렸던 페르시아의 화려한 왕실을 연상케 했다.

식당의 이색적인 분위기와 마찬가지로 메뉴도 색달랐다. 애피타이저(전채요리)로 주문한 도메(Doimeh, $2.95)는 레몬과 허브로 양념한 밥을 포도 잎으로 말았다. 손가락 크기로 네 조각이 나오는데 잎의 냄새가 향긋하면서도 텁터름하고, 밥은 새콤하면서 쫀득했다. 딥소스로 나온 요거트는 잎의 쌉싸름한 맛을 부드럽게 바꿔줬다. 인기 있는 전채요리 중 마스토 키아르(maast-o khiar, $3.75)는 주인 다니엘(Danielle)의 추천 메뉴. 오이, 호두, 건포도와 장미꽃잎을 섞은 요거트이다. 대부분의 전채요리가 요거트였다. 그녀는 ‘요거트는 건강식품으로 식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기본 메뉴’라 강조했다. 전수해 내려온 요리법으로 직접 만든 요거트인 도우(Doogh, $2)의 맛은 어떨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주문했다. 달지도 않고 짜지도 않은 싱겁고 시큼한 우유와 요거트의 중간 맛. 위에는 초록색 허브와 분홍 꽃잎의 가루가 뿌려져 있는데 처음에는 달지 않은 요거트의 맛이 별로였는데 마시다 보니 어느 샌가 잔이 비워져 있었다.

▲ 뼈없는 닭 가슴살로 만든 페센잔. 노란색으로 물들인(사프란 safron)바스마티 쌀밥에 호두와 석류시럽이 들어간 스튜, 요거트와 샐러드가 큰 접시에 함께 담겨 나오는데 보기에 푸짐하다.
본격적으로 정통 페르시안 음식을 맛보기 위해 뼈 없는 닭 가슴살로 만든 페센잔(fesenjaan, $13.95)을 주문했다. 노란색으로 물들인(사프란 saffron) 바스마티 쌀밥에 호두와 석류시럽이 들어간 스튜, 요거트와 샐러드가 큰 접시에 함께 담겨 나오는데 보기에 푸짐하고 색도 알록달록 예뻤다. 스튜의 맛은 짜장과 비슷하고 냄새는 하이라이스와 같았다. 덩어리로 들어있는 닭 가슴살은 부드러워 입에서 살살 녹고 새콤달콤한 석류 알이 입에서 톡톡 터지는데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바스마티 쌀은 모양이 길고 흩어지는 쌀이지만 스튜에 비벼먹으면 적당히 엉겨 붙어 먹기에 큰 불편함이 없다. 석류의 새콤하고 향긋한 맛이 입안에 가득했다. 스튜 맛이 좀 강하다고 느껴지면 요거트 한번 찍어 먹고 올리브 오일에 버무린 샐러드 먹으면 입안이 개운해진다. 메뉴가 모두 몸에 좋은 건강식이고 나름대로 특색이 있었다. 퀴메(qeymeh, $9.95)는 토마토로 만든 스튜로 콩과 양고기, 계피가루에 묻힌 라임을 넣어 만들었고, 모라사 폴로(morasa polo, $14.95)는 양고기와 노란 바스마티 밥 위에 당근, 매자나무열매, 아몬드, 피스타치오를 버무려 장식한 요리다. 요리사이자 다니엘의 남편인 알리레자의 주특기는 양고기 요리. ‘모라사 폴로’를 맛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메뉴를 덮었다.

페르시아에 이어 이란으로 전해진 전통 요리법을 어머니에게서 전수 받은 알리레자는 테헤란 출신의 베테랑 요리사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져 찾아오는 단골 손님이 많아서 인지 자부심도 강했고 콧대도 높아 보였다. 친절하게 서빙을 해주지만 굽실거리진 않는다. 주말에는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식사를 할 수가 없다. 예외는 없었다. 식당이 독특하고 눈에 띄어서인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는데 모두 정중하게 거절 당했다. 테이블이 여럿 비어있는데도 이미 예약이 되어있다고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는 것이다. 철저한 예약문화의 한 면을 보았다. 특히 앞서 말한 화려한 침대 테이블은 연인들의 영순위 예약석이라 미리미리 예약을 해야만 자리를 얻을 수 있다. 특별한 날, 페르시아 왕자와 공주처럼 침대에 누워서 식사를 한다면(물론 바닥에 내려놓고 먹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나름대로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을 듯.

새콤달콤한 석류가 톡톡 터져 입안을 즐겁게 해주듯이, 울긋불긋 강렬하고 화려한 식당 포머그래네트는 옛 페르시아의 신비하고 고풍스러운 멋과 맛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었다.

The pomegranate

420 College St
416-921-7557
화~목, 일 오후5시~9시
금~토 오후5시~10시
월 휴무
LLBO가능/ 예약 필수
길거리주차/ 화장실지하
현금, Credit Cards
2인 저녁식사 $50

by 100명 2007. 6. 23.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