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조높은 일본 생선요리 전문점
나미(NAMI 波)는 언제나 붐빈다




▲ '나미'의 입구. 현대적인 입구와는 달리 안으로 들어가면 고향집같은 푸근 한 분위기이다.
생선요리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나미는 다운타운 중심가인 애들레이드(Adelaide)에 있다. 식당 입구, 검정색 간판에 파란 파도모양의 심플한 네온사인, 아주 작은 글씨로 쓰여진 ‘Nami’. 현대적인 이미지의 입구와는 달리 안으로 들어서자 작은 시골 마을에 온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식당 오른쪽은 로바다야키 바(그릴 바)가 있고 조금 더 들어서면 스시 바, 홀 끝에는 일본식 방이 있었다. 평일 저녁시간 이었지만 큰 홀은 이미 손님으로 가득 찼다. 전체적인 조명은 약간 어두웠지만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였고 곳곳에 꾸며진 대나무 장식, 일본 인형은 아기자기했다. 나미는 온타리오 사이언스 센터와 영/블로어 길에 있는 토론토 레퍼런스 도서관을 설계한 유명한 일본 건축가 레이몬드 모리야마(Raymond Moriyama)가 직접 설계했다. 그래서인지 식당 곳곳에서 현대적이면서도 섬세한 동양의 멋을 찾을 수 있었다.

나미는 일본말로 ‘파도(波)’이다. 일식 음식점으로서 파도 물결 치듯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을 꿈을 가지고 시작했다는 주인 유건인씨. 23년이 지난 현재 나미는 토론토에서 가장 오래된 정통 일식 음식점으로 이미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었다.

▲ 냄새부터 참을 수 없는 유혹을 주는 타이거슈림프 구이
나미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는 로바다야키. 로바다야키는 로바다(ろばた?爐端?화롯가)와 야키(燒?불사르다)의 합성어로 ‘화로 주위에서 굽는다’는 뜻이다. 로바다야키 바에는 온갖 생선과 해산물이 얼음에 묻혀 있고 두 명의 요리사가 손님 앞에서 갖가지 생선을 굽고 있었다. 그릴에 얹어진 생선이 지글지글, 요리사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생선을 척척 뒤집는다. 일본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입은 종업원이 우리를 자리로 안내했다. 테이블이 방처럼 분리되어 다른 사람의 방해 없이 편하게 식사를 나눌 수 있었다. 공간 하나하나가 세심하게 꾸며져 있었는데 벽에는 일본 전통 그림이 걸려있고, 나무 테이블은 심플하고 정갈했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은 에피타이저로 참치 타타키($12.50), 구이요리로 타이거 슈림프구이($시장가격)와 세이쿄야키 스타일의 흑대구구이($13) 그리고 스시세트($26.50)였다. 참치회는 두께가 보통 회보다 훨씬 두꺼웠지만 맛은 더 부드럽고 야들야들했다.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는 여섯 점의 참치회는 입맛을 돋우는 에피타이저로는 안성맞춤이었다. 타이거 슈림프구이는 큰 새우 두 마리를 반을 갈라 테리야끼 소스로 양념을 한 후 그릴에 구운 것이다.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랍스터와 비슷했다. 종업원은 음식을 먹는 동안 틈틈이 그릇을 새것으로 바꿔주고 이것저것 챙겨줬다. 그릇은 모두 사기로 만든 것으로 일본에서 수입해온 것이다. 간장종지부터 요리 담은 접시까지 모양도 색도 각기 다르고 멋스러웠다. 나미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요리는 흑대구구이. 살아있는 대구가 헤엄쳐 접시로 튀어 올라온 듯했다. 튀긴 것도 아니고 그릴에 굽는데 어떻게 헤엄치는 모양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지 또한 생선이 속속들이 잘 익혀 나오는 지 신기했다. 로바다야키 전문 요리사의 남다른 솜씨가 그대로 보여지는 요리였다. 처음에는 생선모양 그대로라 손대기가 부담스러웠지만 한번 젓가락을 갖다 대니 순식간에 비워졌다. 하얀 생선살이 부드럽고 담백했다. 하얀 접시에 푸른 대나무 잎사귀로 장식을 하고 그 위에 가지런히 얹혀진 스시와 사시미 세트는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게 담겨 있었다.

일본 전통 음식의 하나라는 사각 김밥은 정성 들여 만든 예술품 같았다. 화려한 색깔과 맛의 조화가 혀와 눈을 동시에 즐겁게 해줬다. 스시세트를 직접 만들었다는 매니저 타다시 타키나미는 나미에서 일한 지 15년이 된 베테랑 쉐프다. 그는 일본에서 요리학교를 졸업한 후 일본 식당에서 10년간 일했고 현재 나미에서 9명의 일본인 요리사를 관리하며 일본 정통 요리를 전수, 개발하고 있다. 일본과 벤쿠버, 하와이에서 직접 생선을 수입해서 가장 신선한 요리를 선보인다는 타키나미씨는 나미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디저트로 먹은 그린티 푸딩($8)과 홈메이드 호박 치즈 케익($8)도 일품. 삽싸름한 그린티 푸딩 위에 달콤한 시럽을 부어 만들었다. 빨간 그릇 위에 그린티 푸딩, 딸기로 접시를 꾸미고 하얀 가루를 살짝 뿌려 마무리 했다. 음식 재료의 색과 맛, 접시 모양까지 하나하나 신경 써서 정성껏 만든 나미는 23년 동안 오갔던 손님들의 마음에 파도처럼 새겨져 있지 않을까 싶다.

55 Adelaide Street East
416-362-7373
www.namirestaurant.ca
LLBO/ Take out 가능
월~금 점심11:45~2:30
저녁 5:30~10:30
토 저녁 5:30~10:30
일 휴무
주차 음식점 앞에 길거리 주차 가능
2인 식사 시(와인) $80
1층 화장실

by 100명 2007. 6. 23. 2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