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리아 반도의 깊고 풍부한 맛 - 포르투칼 식당
피리피리




▲ 향긋한 생선요리 바칼라우는 화이트 와인과 곁으이면 금상첨화다.
‘보통 서양음식하면 대개 프랑스 또는 이탈리아 음식을 떠올리겠지만 포루투갈인들도 그들의 말 Riqueza (히께자; 풍족함)가 상징하듯이 매우 건강하고 풍성한 식탁을 자랑한다. 독일월드컵 기간 중 포르투갈의 예선전이 치뤄지던 날 포르투갈 전통 음식점 Piri-Piri Grill House를 찾았다.

모든 나라의 음식들이 그 나라 고유의 문화와 역사를 반영하는 법이다. 포르투갈도 예외가 아니다. 포르투갈에는 수세기에 걸쳐 켈트족, 페니키아인, 카르타고인, 로마인 등 많은 이민족들이 지나갔다. 또한 15~16세기의 소위 대항해 시대로 불리던 기간동안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그리고 아시아로의 항해를 주도하면서 다른 문화의 새로운 습관들을 받아들여 실험해보고 유럽 전역에 보급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문화에 적극적으로 융화시켰다. 따라서 국토의 크기는 작을지언정 지역에 따라 음식의 다양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대항해 시대 때 들여온 후추와 생강, 고추 그리고 계피 등은 오늘날 포르투갈 식생활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향신료다. 포르투갈 인들의 식탁에서 매번 오르는 음식들을 꼽으라면 아메리카 대륙에서 들여온 감자와 토마토, 그리고 아시아에서 가져온 차와 쌀을 들 수 있을 만큼 포르투갈의 식생활에 끼친 타문화의 영향은 강렬하다 하겠다.

나는 이날 포르투갈 사람들이 가장 많이 즐겨먹는 요리인 Piri-Piri Chicken과 Bacalhau(바칼라우)를 주문했다. 피리피리 치킨은 구운 닭고기를 소금과 올리브 등 갖가지 향신료로 맛을 낸 음식으로 매콤한 Piri-Piri 소스와 곁들여져 나왔다. 피리피리소스는 마음좋게 생긴 주인아저씨 코스타씨도 제조비법과 성분을 끝끝내 밝히지 않을 만큼 식당만의 특별한 소스였다. 맛은 약간 새콤달콤하면서도 끝맛이 약간 톡 쏘는 데 우리나라 음식에서 김치가 차지하는 역할처럼 포르투갈의 어떤 음식에도 잘 어울리는 듯 했다.

Bacalhau는 포르투갈의 가장 대중적인 요리로 거대한 대구를 소금에 절여 2~3일 동안 물에 담가 소금기를 뺀 후 요리되는 것이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이 바칼랴우를 사용해서 1천여가지 이상의 요리를 만들 뿐 아니라, 부활절과 크리스마스 등 명절 때 새끼양 요리와 함께 빠지지 않고 식탁에 올린다. 재미있는 것은 리스본을 비롯한 남부 지방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칠면조 고기를 먹지만, 북부 포르투갈인들은 이 바칼랴우를 주로 먹는다는 점이다. 바칼랴우는 구이로 또는 삶아서 식초와 올리브 기름을 쳐서 먹기도 하고 달걀, 크림 등 여러 가지 재료와 함께 먹기도 한다.

주음식 외에 빵도 나오는데 빵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포르투갈에서 가장 맛있는 것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서슴없이 `빵'이라고 대답할 정도로 포르투갈의 빵 맛은 최고라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빵이라는 말이 포르투갈어임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포르투갈에서 `빵'을 말할 때는 아무 것도 넣지 않은 순수한 빵을 말하는데, 우리 나라의 케이크 등과 같이 단 종류의 빵은 `볼루(Bolo)'라고 부른다. 이 빵은 밀가루뿐만 아니라, 보리, 옥수수, 호밀 등 다양한 곡물로 만들며, 재료에 따라 빵의 맛과 질감이 틀려지는데, 잼이나 버터 등과 곁들여 먹지 않아도 될 만큼 맛있다. 브라질의 빵도 포르투갈의 빵만큼 맛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많은 포르투갈 이민자들이 브라질로 이주해 주로 빵집을 열었고 그들의 제빵 기술을 그 곳에 뿌리내렸기 때문이라고.

매콤한 맛과 해산물을 특히 좋아하는 이들에게 Piri-Piri Grill House의 포르투갈 음식을 꼭 권하고 싶다.

by 100명 2007. 6. 23. 2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