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작비 이렇게 조작된다`` 내부 고발자 주장
일간스포츠 | 기사입력 2007-06-21 14:12 | 최종수정 2007-06-21 16:29

[JES 김범석]

↑영화기자에게 배달된 정체불명의 소포 내용.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걸까. 아니면 앙심을 품은 명예훼손 복수극일까.

최근 한 영화사의 제작비 전용 비리를 고발하는, 발신인 불명의 소포가 각 신문사에 배달돼 영화계가 술렁이고 있다.

'2007.6.15 서울 광진'이라는 소인이 찍힌 서류봉투가 일간스포츠 영화팀에 도착한 건 지난 18일. 발신인 난에는 '제보:영화 제작비가 부풀려지고 빼돌려지는 명확한 증빙자료-중요한 증거 첨부'라고 프린트 돼 있었다.

이 안에는 한 프로듀서의 통장 사본을 포함해 A4용지 30장 분량의 제보 내용이 들어있었다. 작성자는 '한국 영화 발전을 바라는 제보자'로 돼있고, 작성 일시는 4월 14일로 적혀있어 두 달여간 발송을 고민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제보자는 "불법인줄 알면서 이 일에 동참한 나 자신도 죄인"이라며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해 이런 비도덕적인 관행의 실태를 고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보 내용을 간추리면 한 영화사 프로듀서가 제작비를 부풀려 1년간 1억여원의 뒷돈을 챙겼ㄷ는 것이다.

"영화 제작비 상승을 부추기는 K모 프로듀서의 뒷주머니 실태를 고발한다"는 제목으로 시작한 제보에는 문제의 프로듀서가 1년 동안 스태프를 섭외하면서 빼돌린 액수가 무려 1억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K 명의의 통장 사본에는 각종 입·출금 내역과 비리에 연루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름과 업체가 액수와 함께 기입돼 있었다.

제보자는 스태프들의 인건비를 높게 올려받은 뒤 당사자들에게 일부를 되돌려 받는 수법과 가족의 이름을 통해 돈을 세탁하는 수법으로 제작비가 빼돌려졌다고 주장했다.

증거로 제시된 한 시중은행 통장 사본에는 보조 출연업체와 필름업체, 특수효과, 세트 시공업체 등 영화 관련자 대표들이 입금한 액수와 날자가 기재돼 있었다. 제보자가 돈 세탁에 이용했다고 지목한, K의 어머니와 친형, 친누나의 이름도 보였다. '룸살롱 리베이트'라는 항목에는 룸살롱 영업상무라는 설명과 함께 안모씨의 이름도 있었다.

제보자는 "K가 일하는 영화사와 협력 관계인 쇼박스에서도 이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영화 한 편당 대략 1억원 이상을 빼돌린 프로듀서 때문에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인들이 비난을 받는다. 이런 사람이 더이상 영화 현장에 들어올 수 없도록 기자와 영화 관계자들이 나서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 우편물을 받아본 해당 영화사는 2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제보자를 잡아달라며 신고한 상태다. 절도와 무단침입, 명예훼손 등의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 촬영차 부산에 머물고 있는 영화사 대표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불미스런 일이 발각돼 해고 당한 스태프의 소행으로 여겨진다"며 "K는 회사에서 신임받는 프로듀서로, 오히려 이 사건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입금 내역을 보면 부사장과 감독도 있는데 그 사람들이 뭐가 아쉬워서 부하직원인 프로듀서에게 리베이트 명목으로 돈을 줬겠냐"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가뜩이나 영화계가 어려운데 언론이 이런 일에 부화뇌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씁쓸해 했다.

by 100명 2007. 6. 21. 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