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작사 내부 고발 문건 공개, 영화 여주인공 제작사 소송 불거져 설상 가상
영화계가 올해 들어 급속히 시장의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내부 제작 현장에서의 잡음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최근 한 영화사의 제작비 전용비리를 고발하는 익명의 소포가 언론사로 배달된 직후 21일 보도되면서 영화계 내부에 내재됐던 제작과정 비리가 수면위로 올라오는 것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제기 되고 있다.
익명의 이 제보자는 "국내 대표적 모 영화제작사 프로듀서가 영화감독을 포함한 스태프와 하청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거나 인건비를 과다계상하는 등의 수법으로 영화제작비를 상습적으로 횡령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 영화사 프러듀서가 제작과정에서 리베이트를 통해 지난 1년간 1억원 정도 비자금을 챙겼다는 것.
이 영화사는 즉각 "불미스러운 일로 해고 당한 직원이 앙심을 품고 벌인 소행으로 보여진다"면서 "B씨의 통장에 나타난 금전거래 관계는 빌려준 돈을 돌려받았다거나 은행 신용거래가 어려운 사람을 대신해 돈을 받은 뒤 전해준 것이라서 제작비 과다계상이나 리베이트와는 거리가 멀다"고 해명했다. 이 제작사는 이날 강남경찰서에 내부 고발자를 절도와 무단침입,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했다.
전날 배우 김선아가 자신이 출연하기로 했던 영화'목요일의 아이'제작사 윤앤준으로부터 불성실한 촬영 태도로 인해 영화가 무산됐다면서 10억여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직후라 영화계에서는 내부적으로 곪아오던 제작 관행상의 문제가 봇물터지듯 터져나오지 않을까 불안해 하고 있다.
다른 분야보다 제작시일이 반년에서 일년넘게 진행되는 장기간 프로젝트인 장르다보니 시나리오 작업 시작 단계부터 제작과정상에 많은 문제점을 노출할 가능성이 높고 제작 공정도 상대적으로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시나리오 도용, 제작비 횡령, 배우와 감독, 제작자 불협화음 등 온갖 내부적 사고가 비일비재한 곳이다보니 제작 공정상의 투명성이 어느 분야보다 절실하기도 하다.
지난해 최고 전성기를 누렸던 영화계가 흥행에서 평년 이하의 부진을 겪으면서 투자 위축으로 올해 영화계는 혹한기를 겪고 있는 상황. 여기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시장 공략은 더욱 거세져 내우 외환을 겪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제작 올스톱 현상은 진행중이던 영화의 제작 중단을 초래해 현재 만들다 소위 '엎어진'영화가 속출하고 있다.
6월까지 500만 흥행을 넘어선 국내 영화는 단 한편도 없을 만큼 상반기 내수 시장은 얼어붙었다. 이같은 와중에 영화계 내부에서 두 차례나 연달아 터져나온 내부 갈등은 더욱 분위기를 어둡게 하고 있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그동안 영화계가 해묵은 관행을 깨면서 투명성을 확보해가는 시점에서 또다시 이같은 일이 비춰지면서 괜한 오해를 살까 답답하다"면서 "요즈음 제작 현장은 그야말로 매일매일 현장의 모든 것을 보고하고 체크하는 기업형으로 바뀐지 오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작사 대표는 "일부에서는 아직도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제작을 진행하는 곳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상황이 어려운 때는 제작비에 대한 감시의 눈이 내부에 더 많아서 이같은 일이 발생하기 쉽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또 다른 현업 영화 프러듀서는 "특정 제작사의 문제가 마치 영화계 전체의 문제로 확대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프러듀서가 제작비 문제에 장난을 치면 금세 소문이 난다. 지금은 투명성이 강화돼 그런 프러듀서는 발도 못붙인다"고 설명했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이번 잇따른 영화계 악재가 일부의 단순 갈등 상황일 뿐 영화계 전체 문제로 비화되지 않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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