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시대 ‘영화 유통망’ 다변화

기사입력 2008-06-29 17:03


ㆍ씨네21i, DVD 출시전 합법 다운로드 서비스

ㆍ전통적 유통순서 무너지고 기간도 크게 단축

전통적인 영화 유통망이 바뀌고 있다. 불법 다운로드로 인한 DVD, 비디오 등 부가판권 시장의 붕괴와 뉴미디어의 출현에 따른 결과다.

◇합법 다운로드 시장 개막=씨네21i는 올 상반기 최고 흥행작 ‘추격자’를 합법 다운로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최근 밝혔다. 기존 웹하드에서 구할 수 있는 영화 파일은 대부분 불법이었다. 불법 다운로드로 인한 부가판권 시장 붕괴는 한국 영화의 수익률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었다.

특히 씨네21i는 이용자들이 불법으로 유통시킨 파일을 삭제처리하거나 정상 콘텐츠 요금으로 부과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업로더가 불법 복제한 파일의 고유 특성값을 검색해 씨네21i가 제공하는 영화일 경우 다운로드 요금이 조정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추격자’의 불법 복제 파일을 다운로드 받는다 하더라도, 요금은 합법 파일의 다운로드 수준인 3000원으로 조정된다. 기존 불법 파일을 다운받는 데는 300원 안팎이 들었다.

합법으로 다운로드 받은 영화 파일은 결제 후 30일간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 횟수는 5회로 제한된다. 씨네21i는 이 서비스를 위해 20여개 웹하드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요금은 영화 종영 후 서비스 시기에 따라 500~3000원으로 다양하다.

◇홀드백 붕괴의 원인과 결과=흥미로운 점은 ‘추격자’의 다운로드 서비스가 DVD 출시 이전에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존 영화 부가판권 시장에서의 홀드백(영화가 각 유통 창구에서 충분한 수익을 거두도록 상영 기간을 보장하는 시스템) 관행에 따르면 온라인 VOD는 DVD 출시 2개월 후 서비스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기존 홀드백의 큰 흐름은 ‘극장→비디오·DVD→유료 케이블TV·위성TV→지상파→베이직 채널’ 순이었다.

씨네21i 김준범 이사는 “DVD 출시일부터 엄청난 양의 불법 복제 파일이 웹하드에 올라오는 실정”이라며 “다양한 뉴미디어 매체가 형성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부가 시장의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홀드백을 유연하게 가져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기존의 홀드백 순서는 이미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통신사업자, 방송사업자)가 해당 플랫폼을 위해 기존 홀드백 순서를 달리 위치하거나 기간을 단축시키는 일이 빈번했다. 지상파 텔레비전에서도 연휴 특집 방송을 위해 홀드백을 단축했다. ‘용의주도 미스신’은 극장에서 종영하기도 전에 메가TV에서 볼 수 있었고, ‘세븐 데이즈’는 DVD 출시와 함께 하나TV, 메가TV에서 방영됐다. ‘라디오스타’는 극장 종영 후 4개월, ‘왕의 남자’는 6개월 만에 텔레비전에서 방영됐다. 종영 후 최소 1년이 지나야 지상파까지 내려오던 관행에 비하면 크게 단축된 것이다.

그러나 홀드백 순서 붕괴에 따른 영화 유통망 변화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홀드백 순서 변화가 영화 콘텐츠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기보다는 거대 사업자의 주머니를 부풀리기 위해 남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홈비디오 시장을 방기한 채 수익이 검증되지 않은 온라인 시장에 주력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영화진흥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웹하드 업체가 불법 파일을 단속하지 않는 바람에 많은 합법 온라인 업체가 망했는데, 이에 대한 책임은 묻지도 않은 채 면죄부를 주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 김현정 연구원은 “시장의 강자, 약자들이 룰이 없이 무한 경쟁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콘텐츠 사업자, 플랫폼 사업자, 정부, 소비자 모두 자본의 선순환 구조가 유지돼야만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by 100명 2008. 6. 30.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