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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6/송순진 기자
영화발전기금의 본격적인 운용을 앞두고,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하 '영화노조'), 그리고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실 간에 공방이 일고 있다. 영화발전기금은 국고 2천억 원과 영화관 입장료에 부과되는 영화발전기금 2천억 원으로 오는 7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운용될 예정. 그러나 영화노조가 "영화발전기금을 운용해야 할 영진위가 이를 졸속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비판한 데 이어, 영진위 역시 "명확한 사실 확인 없는 비난"이라고 맞서면서 공방이 시작됐다. 여기에 천영세 의원실 측이 지난 11일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의원의 보좌관들을 대상으로 한 '2008년 영진위 사업 설명회'에서 문화부와 영진위가 제출한 자료를 공개, 영진위를 향한 비판에 힘을 더해 논란이 더욱 첨예해질 전망이다.
영화발전기금 특별전문위원회의 실체, 오리무중
먼저 영화노조는 13일 발표한 '영화산업 ‘의 전쟁’의 막을 내려라!'라는 논평의 첫머리에서 영화발전기금의 운용 방향을 결정하는 특별 전문 위원회인 'TF팀'의 구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영진위가 국회에 제출한 '영화발전기금 TF 분야별 명단'에는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 정지영 감독, 차승재 영화제작가협회 대표, 원승환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이해돈 문화관광부 영상산업팀 사무관, 안정숙 영진위 위원장 등 영화 제작, 투자, 배급, 상영 등 각 영화산업 분야의 대표자와 문화관광부, 영진위 위원을 포함해 총 27명이 올라있다. 영화노조는 그러나 "명단에 오른 총 27명 중 9명이 정부 기관원인데다, 노조에서 개별적으로 확인한 결과 나머지 구성인들 중 전원이 자신이 TF팀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상황은 발전기금 TF가 실체 없는 조직이라 것"이라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이에 대해 영진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제출한 자료의 명단은 TF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발전기금을 위한 효과적인 의견수렴을 하기 위해 작성한 전문가 풀을 잘못 지칭한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산업합리화를 위한 연구모임’, ‘영화문화 다양성을 위한 정책소위원회’, ‘부과금 모금 점검 모임’ 등 영진위가 추진하는 세 가지 핵심과제의 협의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 명단을 임의로 제출했다는 것. 영진위는 FILM2.0과의 전화통화에서 "국회에 제출한 명단의 인사들 가운데 본인들의 의사를 확인 후 TF팀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뒤이어 영화노조는 15일 논평을 통해 "영진위가 11일 국회에 제출한 문건을 확인해보면 영화산업 발전기금 TF분야별 명단 27명과 TF 관련업무까지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고 지적하며 "영진위는 영화발전기금 마련에 반대 입장을 밝힌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인사들까지 명단에 포함시키는 등, 구성의 시작부터 잘못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지적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본질에서 비껴가려고만 한다"고 반박했다.
"영화발전기금 운영안, 의견 수렴 과정 미흡"
영화노조는 또한 영화발전기금 운영안에 대한 의견 수렴 과정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영화노조는 "영진위가 ‘기금사업 관련 설문조사’를 사업을 확정하고 난 뒤 마무리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일의 앞뒤가 바뀐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논평했다. 영진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설문조사는 영진위가 만든 사업계획을 사후 검증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라며 영화인들이 내용을 오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천영세 의원실 측이 " 기금사업 관련 설문조사를 사업계획 제출 후에 마친다는 사항은 11일 국회 설명회에서 수많은 보좌관들이 문제제기를 한 부분"이라고 지적하고 "영화 관객들에 대한 의견까지 물은 자료를 영진위가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영화노조 역시 "수천억이 투여되는 사업계획이 일괄성 없이 사후 조정된다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났다.
이밖에도 영화노조는 "영진위의 2008년 사업계획에 스크린쿼터 준수 확인 활동 등 영화계의 민감한 내용이 빠져 있고, 스크린 독과점 문제에 대해서도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더했다. 천영세 의원실 역시 11일 설명회에 영진위가 제출한 문서와 지난 4월 26일 열린 2007년도 영화발전기금 운용계획안의 임시회의록을 공개하면서, 영화노조의 입장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러나 영화노조와 천영세 의원실 측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영진위는 "2차 반박자료를 낼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진위는 "지난 11일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의원 보좌관 대상 설명회 이후 다음 주 내에 언론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며, 6월 안으로는 문화관광부 국정 브리핑을 통해 영화발전기금에 대한 계획을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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