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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에 유린당한 대학로 | |
“영업이익의 40%를 내놓지 않으면 ××로 회를 떠서 산에 묻어버리겠다.” 유흥가에서나 볼 수 있었던 조직폭력배의 금품 갈취가 대표적인 ‘문화예술의 거리’ 대학로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문화와 예술의 향기가 넘쳐 흘러야 하는 소극장, 거리의 명물로 자리잡은 노점상이 조직폭력배에게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유린당하고 있는 것이다. 14일 대학로에서 만난 한 극장 관계자는 “조직폭력배가 2년 전부터 ‘대학로노점상연합회’라는 합법을 가장한 단체를 만들어 조직원을 회장과 총무에 임명하고 불우이웃돕기성금이란 명목으로 사실상 상납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지의 확인 결과 이들은 “소극장 홍보를 해주겠다”며 티켓 가두판매 대금의 40%를 요구하는 한편, 말을 듣지 않는 소극장 관계자를 협박하고 폭행하는가 하면 소극장 홍보실장 등의 직함을 요구해 직원 행세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점상 돈 갈취는 물론 소극장 영업이권 개입 등으로 대학로가 조폭에게 사실상 ‘접수’된 것이다. 특히 혜화역 1번 출구에서 2번 출구 사이의 100여m 구간에서 영업하는 20여명의 노점상은 수시로 찾아오는 조직폭력배에게 10만~20만원씩 뜯기는 등 고통을 받고 있다. K소극장 관계자는 “상납을 거부했더니 ‘사장을 ××로 떠서 산에 묻어버리겠다’고 협박했다”며 치를 떨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키 190㎝에 몸무게가 100㎏이 넘는 조폭이 직원의 집까지 따라와 야구방망이로 때렸는데 이를 막다가 손톱이 다 빠져버린 경우도 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상납을 거부하는 극장 매표소 앞에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관객이 입장하지 못하도록 영업을 방해하기도 했다. 조폭의 등쌀에 견디다 못한 극장주는 울며 겨자 먹기로 정기 상납을 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K소극장은 1000만원을 상납했다. G소극장의 경우 “동생들 명절을 지내야 하는데 돈이 없다. 돈을 주지 않으면 길거리 티켓 판매를 못하게 할 것”이라는 협박을 받고 7차례에 걸쳐 700만원을 상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경찰 수사로 ‘대학로연합파’ 두목 전모(35) 씨와 부두목 남모(30) 씨를 제외하고 조직폭력배가 검거됐지만, 소극장 주인들은 “7월이 더 걱정된다”고 두려움에 떨고 있다. 대학로연합파 출신으로 알려진 인물이 아예 소극장을 인수해 다음달부터 영업에 들어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기 때문이다. 한 소극장 업주는 “조폭이 극장을 운영하게 되면 다른 소극장의 티켓 판매 활동은 사실상 어렵게 될 것”이라며 “또다시 폭력과 협박에 시달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A소극장 관계자는 “조폭이 검거됐다 다시 활개치는 건 대학로에서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실제 조폭이 극장을 운영하면 상황이 더 심각해 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노점상은 피해사실을 부인하며 혹시 있을지 모를 후환을 걱정했다. 한 노점상은 “우린 그런 거 모른다. 조그맣게 장사하는데 조폭이 갈취할 돈이 어디 있겠느냐”며 취재를 거부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15일 노점상과 소극장을 상대로 2003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총 6900여만원을 빼앗고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대학로연합파 조직원 18명을 붙잡아 2명을 구속하고 16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은 “조폭을 잡아도 풀려나면 다시 금품을 갈취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피해자조차 보복이 두려워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수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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