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누가 한국문학을 죽이는가

[TV리포트] 한국문학이 죽어간다. 신인작가들은 출판을 낼 기회조차 얻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독자들의 외면, 작품의 질, 출판사의 경영난” 등을 침체의 이유로 꼽고 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소장 한기호)가 최근 6년간 교보문고의 연도별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를 집계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베스트셀러 200권 중 한국 소설은 총29권, 점유율 15%를 차지했다.

이는 점유율 20%를 차지한 경제 경영서, 17%를 차지한 외국소설, 비소설에 밀린 초라한 성적이다. 100만부 이상 팔린 밀리언셀러 60종 중 한국 소설은 <상도> <한강> <가시고기> <국화꽃 향기> 단 네 종뿐이었다.

한국문학의 침체원인으로 일부 독자는 ‘젊은 작가의 부재’와 ‘작품의 질’을 지목하고 있다. 커뮤니티 ‘책을좋아하는사람’의 한 네티즌(ID 청휘)은 “한국소설이 일본 소설에 밀리는 이유는 신인 작가 층이 얇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영풍문고 종로점 박승환 주임은 “한국소설은 신변잡기적인 소재가 많아 외면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소설의 경우 <다빈치 코드>, <살인의 해석> 등 새로운 소재를 다룬 작품이 많은 데 비해 한국소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 박주임은 “일본소설처럼 친근하기라도 해야 하는데 한국소설은 난해한 내용이 많아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작품의 질이 아닌 열악한 출판 시스템이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중견 작가 권현숙은 “대다수 출판사들이 유명작가의 작품을 선호하다 보니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 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작가들의 생활고는 한국문학의 성장을 가로 막는 걸림돌로 지적되어 왔다. 지난 3월 기초예술연대(위원장 김지숙ㆍ방현석)가 지난해 10-11월 문인의 소득 실태를 조사한 결과 설문에 응한 시인과 소설가, 문학평론가 등 130명 가운데 41%가 글을 써서 얻는 순수 연평균 소득이 100만 원 이하 라고 답한 바 있다.

출판사 문이당의 임성규 대표는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책임을 물었다. 임대표는 “시장이 협소하기 때문에 신인작가의 책은 내더라도 얼마 되지 않아 사라진다”며 “작가와 출판사가 좋은 작품을 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독자 역시 진지하고 전통적인 글쓰기로 무장된 작품을 읽는 인내를 갖춰야 할 것”이고 전했다.

한국 소설이 암초에 부딪히는 동안 외국 소설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일본소설을 포함해 멕시코, 러시아, 아프리카 등 다양한 외국소설이 진입하면서 한국소설은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9개월 만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한국소설 김훈의 <남한산성>(학고재. 2007) 만이 체면을 살려주고 있는 형국이다.

by 100명 2007. 6. 14. 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