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이유있는 독주
[2007-06-11 08:29 입력]

[뉴스엔 조은영 기자]

올 1분기 한국 영화 관객 수가 급감한 가운데 관객 점유율마저 외화에 추월당했다. '스파이더맨 3', '캐리비안의 해적3', ‘슈렉3’로 이어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독주 탓이다.

‘극락도 살인사건’, ‘못 말리는 결혼’을 비롯해 전도연의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후광을 입은 ‘밀양’과 블록버스터 사극 ‘황진이’가 나름대로 선전했거나 선전하고 있지만 최근 한국영화 시장을 평정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이상 독주 현상은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6월 이후에도 '트랜스포머',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다이하드 4.0' 등 강력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라인업이 줄줄이 포진하고 있어 특별한 화제작이 없는 한국영화가 올 여름 내수시장을 수성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영화계 안팎에서도 이에 대한 논쟁이 적지 않은 가운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한국 영화시장의 특정 시즌을 장악하던 시절로 회귀하는 것은 아닌지 조급한 위기감이 앞서고 있다. 양적, 질적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일정부분 할리우드 콤플렉스를 덜어냈다는 자신감이 팽배했던 한국영화의 최근 불패 신화가 너무 쉽게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지금 한국 영화시장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선전은 제3세계 감독이나 인디 감독을 적극적으로 할리우드에 영입해 관객들에게 블록버스터의 오락성과 이야기나 장르의 전형성을 의도적으로 파괴하는 새로움을 함께 충족시켜주고 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한국 관객들의 웃음 정서에 맞지 않는 코미디나 전형적인 영웅담, 권선징악적 결말로 귀결되던 예전 영화들에 비해 신선한 장르 비틀기와 캐릭터에 다채로운 볼거리를 보너스로 선사하는 최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변화는 호감에 가까웠다.

물론 이들 영화의 새로운 요충지인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파격적인 배급전략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일정한 기대치를 상승시키며 한국 관객들의 잠재적인 소비 욕구에 또 다른 도화선을 만든 것도 사실이지만.

어쨌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이같은 움직임은 여러 가지 악재로 총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영화계에 어떠한 방식으로 든 영향을 미칠 변화의 지표로 비춰지고 있다.

한 영화 제작자는 “근래 젊은 층이 소구할만한 아이템을 담은 영화가 많지 않았던 이유도 있지만 한국 영화에 절대적인 애정을 보여왔던 관객들이 1년 사이 할리우드 콘텐츠의 우수성을 내세워 한국영화의 안이함에 비판을 가하고 있다”며 “관객들의 니즈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회생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는 ‘하이 컬쳐’가 되고 있다. 그만큼 기대하는 것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할리우드 영화가 주는 만족감 이상의 것을 관객들에게 만들어주지 못하면 한국영화 역시 선택 받기 힘들어졌다.

안이한 기획들로 1980년대 절정에서 급추락한 홍콩영화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보다 창의적인 영화기획자들의 움직임이 절실해질 수 밖에 없다.

by 100명 2007. 6. 11. 2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