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 울린 괴물 슈렉…첫날 관객 62만 명 동원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 영화 `슈렉3`가 개봉 첫날인 지난 6일 하루 만에 전국 관객 62만명을 동원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그러나 같은 날 개봉한 한국 영화 `황진이`는 상대적으로 초라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슈렉3`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6일 전국 450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슈렉3`는 지난달 초 `스파이더맨3`가 세웠던 개봉 첫날 관객 기록인 50만2000명의 기록을 깼다.

6일이 공휴일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애니메이션이 실사영화도 세우기 힘든 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게다가 600개가 넘는 스크린을 확보했던 다른 블록버스터와 달리 450개 정도의 스크린으로 이룬 기록이어서 더욱 놀랍다.

`슈렉3`의 첫날 관객 수는 2004년 개봉했던 `슈렉2`의 개봉 첫날(13만7000명)과 개봉 첫주 토요일(30만4000명), 일요일(33만7000명) 등의 기록을 모두 뛰어넘었다.

CJ엔터테인먼트 측은 " `캐리비안의 해적3`나 `스파이더맨3`에 비해 상영시간이 짧은 게 흥행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슈렉3` 상영시간은 90분 남짓으로 `캐리비안의 해적3`(168분)의 절반 수준이다.

이처럼 할리우드 영화의 공습이 심해질수록 보석 같은 한국 영화가 더욱 눈길을 끌게 마련이다.

현재 할리우드 영화에 맞서고 있는 한국 영화로는 `밀양`과 `황진이`가 있다.

`밀양`은 용서와 구원의 무거운 주제를 탁월한 연출력으로 풀어가는 데다 주연배우 전도연의 칸 입성으로 한껏 힘을 받은 상태. 그렇다면 관심은 자연스레 `밀양` 뒤를 이어 개봉한 `황진이`에 모아진다.

그러나 6일 개봉한 `황진이`의 첫날 관객 수는 같은 날 개봉한 `슈렉3`의 절반에도 못 미친 23만명으로 나타났다.

한국 영화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자존심 경쟁에서 일단 한국 영화가 크게 뒤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여서 `황진이`를 배급한 시네마서비스 측도 아직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문제는 `황진이`에 대한 관객들 평가다.

멀티플렉스 CJ CGV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된 상영작 별점 부문에서 `황진이`는 7일 오전 현재 5.80점(10점 만점)으로 `슈렉3`(7.54점) `캐리비안의 해적3`(8.03점) `밀양`(6.37점) 등에 비해 크게 뒤져 있다.

`접속` `텔미썸딩`의 장윤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황진이`는 기존 드라마와 달리 `여자` 황진이 대신 `인간` 황진이를 내세워 주목받았다.

"세상을 내 발 아래 두고 실컷 비웃으며 살겠다"고 다짐하며 스스로 기생의 길을 걷는 황진이의 인품과 학식을 영화는 최대한 끌어내고 있다.

특히 화면의 색채 어울림이나 의상이 뛰어나 고품스런 사극을 연출했다는 평가를 얻으면서 선전을 기대했다.

하지만 현재 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그러한 혹평의 근거는 주로 `지루함`으로 요약된다.

이 영화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황진이 내면을 드러내려 했다면 뭔가 소름돋는 걸 기대했는데 아쉽다` `놈이(유지태)와 황진이의 로맨스에 깊이가 없다` `흔한 멜로 이야기에 황진이라는 이름 석 자만 넣은 게 아니냐`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절제와 강단으로 꽉 들어찬 황진이의 속 깊은 내면이 주연배우 송혜교의 열연으로 잘 살아난 점 등 배우들의 연기력은 일품으로 꼽힌다.

그러나 생략이 지나친 내용전개나 초점 없는 줄거리 등은 관객들이 가뜩이나 긴 상영시간(141분)을 더욱 감내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영화 중반에서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영화의 무게 중심이 황진이에서 놈이 쪽으로 심하게 기운 듯한 느낌이 들어 황진이라는 타이틀 롤이 다소 무색하다는 지적도 많다.

그만큼 황진이 비중이 모호하고 영화가 힘을 한데 모으지 못한 채 흐트러뜨리고 말았다는 아쉬움이 든다.

할리우드 대작들 때문에 현란한 볼거리에 눈이 높아진 관객들이 특징점 없는 `황진이`에 더욱 실망할 수밖에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by 100명 2007. 6. 7. 22:36